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5.3.31 | 871호 | 구독하기 | 지난호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지난 주에는 IT 업계의 큰 별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별세를 하셨는데요. 1988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36년 이상 근무하고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맡으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신 분입니다. 안타깝게 향년 63세에 명을 달리하셔서, 주변에서 “황망하다””운이 안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오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언젠가 한번쯤은 독자님들께 ‘운’이 무엇인가라는 다소 큰 주제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요. 독자님의 관심사에서 한 참 많이 벗어난 주제 아닐까 해서, 주저하던 차에 마음을 잡고 몇자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운’을 둘러싼 종교적 역사적 철학적 과학적 경제학적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Today's index
  1. 운을 탐구한 인류
  2. 운의 세가지 태도
  3. 결국 마음가짐이다
  4. 체력을 기르는 방법
볼딕 단어를 누르면, 상세 내용이 이어집니다. 직접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머릿말에 있는 사진을 클릭하고 링크드인 1촌을 신청해 보세요.
한국 곳곳에 피는 '자이언트 네잎클로버': 지난주 업데이트 한 오픈AI SORA로 제작한 상상도. (경쟁사인 미드저니나 X의 그록이 큰 타격을 받을 듯 합니다만, 저작권 초상권 침해 논란이 더 커질 듯 합니다.) 좌표입니다.

운을 탐구해온 인류

운은 모르는 미래


운칠기삼의 어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요. 세상의 모든 일에 있어서 운이 7할, 능력이 3할이라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고사성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한 선비가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고 아내마저 떠나자, 절망 끝에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에 옥황상제를 찾아가 “왜 자신은 실패하고, 다른 이들은 성공하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옥황상제가 이런 제안을 합니다.


  •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대결을 시켜보면 알 것이다.”

그래서 두 신은 이들 앞에서 술마시기 대결을 벌였는데요. 결과는 운명의 신이 7잔, 정의의 신이 3잔을 마셨다고 합니다. 세상은 정의(실력 공평함)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불합리라는 이치가 일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책 요재지이 중)


우리 쓰는 단어 운


그런데, 우리가 자주 쓰는 운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운이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갈 착(辵)과 군사 군(軍)이 합쳐진 단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촉오 삼국시대에 유비를 섬긴 명장 ‘부유’한테는 아들인 ‘부첨’이 있었습니다.


234년 제갈량이 제5차 북벌을 단행하면서 이런 명령을 내립니다.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 해야한다. 단 한명이라도 늦으면 이번 협공은 실패할 것이다. 늦은 자는 군법으로 다스리겠다.” 하지만 장군 부첨이 이끈 군대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지각을 했고 단칼에 처형됩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운이 약한 사례입니다.


운, 우연, 운명


당시에는 군대를 이끌고 멀고먼 길을 가는 것 자체가 상당한 운을 필요로 했습니다. 맹수가 나타나거나 병사들이 전염병에 걸리거나 하는 불운은 실력만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단어인 운전, 운송, 운반, 운행, 운항, 운집 등 움직임이 있는 단어에는 꼭 운이 들어가 있습니다. 즉, 운은 움직이는 에너지를 가리킵니다.


  • 운: 통제할 수 없는 결과나 상황, 긍정·부정으로 모두 나타남.
  • 우연: 인과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난 사건, 설명이 불가한 사건이나 우연의 일치
  • 운명: 마치 미리 정해진 것처럼 여겨지는 삶의 흐름, 필연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존재적 의미. 사랑, 인생, 죽음, 신앙 등

경제학적 성공 방정식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인터뷰에서 즐겨 말하는 방정식이 있습니다. ‘성공=재능+운’ 예를 들어, 유사한 능력을 가진 두명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고 해도, 누가 먼저 기회를 잡느냐,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입니다. 그렇습니다.


  • 성과=실력+운, 운=성과-실력, 실력=성과-운
로마시대 주사위: 로마인은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오면 행운으로 여겼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발견된 고대 주사위의 90% 이상이 6이나 1로 향하도록 비대칭적이었다. (출처 variana coins)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미래(성과)를 궁금해 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철학과 교수인 스티븐 헤일스가 저술한 ‘운이란 무엇인가(원제 The Myth of Luck)’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즐겨 던지는 주사위는 사실 점을 치는 도구였습니다. 양과 같은 짐승의 네모난 발목뼈를 깎아 만든 주사위는 프랑스부터 인도까지 여러 유적지에서 다량으로 발견되는데요. 주사위의 특정한 면을 해석해 전쟁의 승패, 농사의 풍흉, 질병의 운명 등을 해석했습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이렇게 외친 이유입니다.


  • ‘알레아 이악타 에스트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져졌다!’

운일까 실력일까


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마저 주사위 연구를 진지하게 했습니다. 그의 후견인인 토스카나 대공, 페르디난도 2세 메디치는 도박에 빠져 산 인물입니다. 당시 토스카나에서 유행한 게임은 “합이 몇이 나올까”를 말하고, 판돈을 걸고, 주사위 3개를 던져서, 가까운 숫자를 맞춘 사람이 돈을 갖는 방식이었습니다.


메디치는 오랜 관찰 끝에 ‘합이 10이 되는 경우’가 ‘합이 9가 되는 경우’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갈릴레이를 불러 이렇게 외칩니다. “갈릴레이, 더 큰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았어, 한데 난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 갈릴레이는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했고, 그 결과 합이 9가 되는 조합은 25가지, 10이 되는 조합은 27가지인 것을 간파합니다. 2가지 차이일 뿐이지만, 꽤나 큰 영향을 주었고, 이 분석은 훗날 확률 이론의 기초가 됩니다. 


🔎 크게 보기

우리가 운칠기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어떤 결과에 대해 100% 정확히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과(미래)를 알고 싶어한 것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문제는 실력과 운의 경계선이 명쾌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아낸 것은,

(위) 터키의 나자르 본주 부적: 악의를 품은 시선(질투나 저주)를 파란 눈인 나자르 본주가 대신 맞아준다고 믿었다. (아래) 이집트의 스카라브(Heart Scarab): 심판의 날, 망자의 심장이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에서 너무 무겁게 나가지 않도록, 스카라브가 그 심장을 “변명”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운에 대한 태도

순종, 반항, 거부


운(결과에 대한 원인)을 대하는 마음가짐(태도)입니다. 역사적으로 철학적으로 운에 대한 태도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순종하거나, 반항하거나, 아니면 부정하거나,


순종하거나 피하거나


운이나 운명에 순종을 하되, 최대한 피하는 방법입니다. 유럽 중세 사극물이나 동화책을 보면, 꼭 왕 앞에는 어릿광대가 등장하는데요. 실제로 어릿광대는 왕의 불운을 웃음으로 끌어안고, ‘왕의 그림자’를 대신 짊어져 준다고 믿었습니다. 아니면,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고대 제사장은 한 마리 염소에게 공동체의 죄를 떠넘긴 후, 그 염소를 광야로 쫓아내거나 죽여 재앙을 피하려 했습니다. 이름하여 희생양. 


이것마저 못하면 부적을 붙였습니다. 도교에서는 ‘부(符)’라 불리는 종이에 붉은 글씨와 신성한 문양을 썼고요. 불교에서는 ‘진언(眞言)’과 ‘다라니(陀羅尼)’가 새겨진 부적을 지녔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도 스카라브(딱정벌레) 모양의 부적을 망자와 함께 묻었습니다. 기독교에서 십자가를 목에 거는 행위 역시? 운에 맞선 사람도 있습니다.


운명에 맞선 사람들


대표적인 집단은 스토아학파입니다. 고대 로마인은 가장 강력한 신 중 하나로 포르투나(운명의 여신)를 떠올렸는데요. 인간의 운명을 주사위처럼 던지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스토아학파는 늘 “외부 세계는 우리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문제는 오직 우리의 내면이다”고 강조합니다. 지위, 돈, 명예, 건강처럼 외부에서 오는 것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이성에 따라 행위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스토아의 가르침 가운데 핵심은 ‘감정’과 ‘행위’에 대한 구분입니다.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은 막을 수 없지만 그 감정에 이끌리는 것은 선택이라는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분노에 휘둘리진 않겠다”면서 살아가는 것이 스토아적 삶입니다. 


부정하다 보면 어느새…


우연인 운 자체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면 예정론에 빠집니다. 소포클레스가 저술한 오이디푸스 왕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났는데요. 아버지 라이오스는 "아들에게 죽을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아기의 발목을 묶어 죽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나 아기는 살아남아 타국에서 자라게 되고, 결국 자신도 모른 채 친부를 죽이고 친모와 결혼하게 되는 예정론적 서사입니다. 


초기 기독교 신학자는 “신이 전능하다면, 당연히 미래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세기 로마 철학자 보에티우스는 신이 미래를 완전히 알고 있다면, 인간은 신이 아는 대로만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진정한 자유 의지(우연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에 스티븐 헤일스 교수는 “보에티우는 신의 전지전능함이 자유 의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고 말합니다.


운이냐 실력이냐에 대한 논쟁은 종교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라플라스의 악마: 미래까지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상상의 악마. 오픈AI SORA로 제작한 상상도

도박을 둘러싼 판결


2008년, 펜실베이니아 주 컬럼비아 카운티의 월터 왓킨스는 차고에서 소규모 판돈을 걸고 텍사스 홀덤 포커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잠입한 경찰은 도박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체포합니다.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1) 가치 있는 것을 걸고, (2) 우연으로 결과가 좌우되면서, (3) 보상이 있다면 도박으로 간주합니다. 1심 판사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흠…“포커에는 운이 개입되지만, 다른 게임과 달리 실력이 더 중요한 요소다. 무죄!” (포커에서는 포커를 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2심에서 뒤집 힙니다. “돈을 걸고 우연에 기대어 결과가 나오는 게임이면 도박이다” 도박이 운이냐, 실력이냐를 둘러싼 세기의 재판이었는데요. 공정해야할 판사 마저 ‘운’과’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워한 대표 사례입니다. 때문에 과학계와 철학계에서는 이를 측량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라플라스의 악마

 

1814년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지성, 이른바 ‘라플라스의 악마’를 가정했습니다. ‘악마’라는 표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완벽하고 냉정한 계산 능력을 가진 존재를 상징합니다. 만약 자연의 모든 힘과 상태를 안다면 과거와 미래의 모든 사건을 예외 없이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후 수학자들은 대수의 법칙, 도박사의 오류 등을 활용해 ‘운’이란 개념을 없애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1927년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양자역학의 핵심 개념)를 통해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상상하던 것처럼 정밀하게 측정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어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려 할수록, 그 속도는 더욱 불확실해지고, 반대로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위치는 모호해지는 모순에 빠집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를 두고 자연이 근본적으로 갖는 불확실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공식으로 쓰면,


피츠버그 대학교의 철학자 니콜라스 레셔는 '운'이라는 개념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인물인데요. 흔히 말하는 "운이 좋다" 혹은 "운이 없다"는 상황에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따른다고 했습니다.


  • 그 일에는 수혜자 혹은 피해자가 있어야 하고,
  • 그 일은 이득이나 손해를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며,
  • 그 일은 우연히 벌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내가 최종 10명 안에 들었고, 그 중 나만 뽑혔다면 '운이 좋은' 상황이겠죠?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운 좋은 사건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두 가지 기준, 즉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와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낮았는가'로도 판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즉흥적으로 들어 간 빌딩의 주차장 자리 찾기는 소소한 행운이지만, 월드컵 경기 시간 한복판에, 그것도 경기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은 큰 행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건 E에 대해, 그 사건의 중요도를 Δ(E),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pr(not-E)라고 한다면, 계산식은 아래와 같이 됩니다.


  • λ(E) = Δ(E) × pr(not-E) 


즉, 운은 그냥 우연한 절대적 사건 개념이 아니라 맥락과 희귀성에 따라 평가되는 상대적 사건이라는 설명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운과 실력을 절대적 개념으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임마누엘 칸트(1724~1804년):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인식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윤리학)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종교철학)를 고민했다. “너의 행위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라는 정언명령은, 존 롤스와 마이클 샌델에 영향을 미쳤다. SORA로 제작한 상상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선한 의지' 뿐

2013년 10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입니다. 당시 18세였던 신시아 가르시아 시스네로스는 운전을 하다 길 앞에 수북히 쌓인 낙엽 더미를 무심결에 지나갑니다. '쿵'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엇인가에 부딪혔나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안돼, 뉴스가 나옵니다. 낙엽 속에서 놀던 6세와 11세 자매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운, 결과, 그리고 시선

수사 결과, 신시아는 사고 직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지적됐습니다. 과실치사 및 뺑소니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더욱이 이민자 신분으로 밝혀져, 형기 종료 후 강제 추방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해당 사건은 엄청난 윤리적 사회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의가 없었던 운 없는 사고에 대해 얼마나 큰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어디까지가 법적 책임가? ‘운’과 ‘의도’, ‘실수’와 ‘도덕적 태도’ 사이의 차이는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나?


칸트 "오직 선한 의지 뿐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도덕 형이상학 기초'에서 선과 악은 결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선한 것은 오직 선한 의지(Guter Wille)뿐이다.” 선한 의지란 성과를 떠나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는 행위에 대해, 진심을 다해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을 뜻합니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보다 ‘그 행위를 선택한 이유’에 도덕적 가치를 둔다는 것입니다.

칸트는 재능, 지성, 심지어 운조차도 그 자체로 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나 좋은 운을 갖고 있더라도, 도덕적으로 잘못된 목적에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한 의지는 비록 결과가 실패할지 몰라도, 그 자체로 도덕적인 가치를 갖습니다. 성공한 꽃 길 보다도, 왜 그 길을 선택했는가, 그 동기와 진심만이 진정한 윤리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삶이 뜻대로 흐르지 않더라도

삶은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하고, 실력이 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칸트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결과들은 우리의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려는 ‘의지’, 즉, '선한 의지'의 존재 여부입니다.
공자(기원전 551년~기원전 479년): 오픈AI SORA로 제작한 상상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뜻을 품고 단련하는 것

동양 사상에서는 칸트와 관점이 다소 다릅니다. 요즘 ‘오십에 읽는 주역’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주역(周易)은 은나라(기원전 16세기~11세기)에서 기원해, 주나라(기원전 11세기~기원전 256년)때 정립된 책입니다. 공자는 “50세에 주역을 배우고 나서, 더는 큰 잘못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유교에서 주역은 시경 서경 예기 춘추와 함께 오경 중 하나이고, 제일 앞에 위치합니다.

64괘로 이뤄진 수학

주역은 사실 수학적 구성이기도 합니다. 모든 만물에는 음(- -)과 양(—) 두가지 형태(효)가 있고, 이러한 효 6개가 모여 1괘가 됩니다. (태극기는 12효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역의 영향) 괘는 세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때문에 주역에는 총 64괘(2⁶)가 있습니다. 따라서, 주역은 64개의 세상의 이치를 설명한 책인데요. 핵심 원리는 역(易)! 즉 변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며, 고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간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그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주역에서는 이상적인 인간상인 군자(君子)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삶의 길을 제시합니다.

"어두운 순간에 씨앗이 자란다"

군자는 어떻게 보면 애매한 존재입니다. 높은 지위나 신분을 가진 사람이 아닌, 도덕적으로 성숙하고,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세상의 이치인 괘를 잘 이해하고, 행하는 사람이 곧 군자가 됩니다. 두가지 괘만 보면 이렇습니다.

  • 수뢰둔(水雷屯): “지금은 막혀 있지만, 생명의 기운이 숨어 있다”
  • 천풍구(天風姤): “방심은 작은 균열에서 온다, 교만을 경계하라”

"가장 어두운 순간에 씨앗은 자라고, 가장 밝을 때에 그림자는 생긴다"는 교훈도 있습니다. 사실 동양 사상인 주역에서는 운과 실력을 딱 부러지게 분리하지 않습니다. 하나로 봅니다. 이를 가리켜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고 하는데요. “기회(운)는 하늘에서 오고, 준비(실력)는 사람에게 있다”라는 명제가 대표적입니다.

역경이 존재하는 이유

흥미로운 것은 64괘 가운데 7대3으로 ‘길’한 괘가 ‘흉’한 괘 보다 더 많다는 점입니다. 저자인 강기진님은 “왜 하늘이 100% 길한 괘(운)만을 부여하지 않았냐”고 물으면서, “대업을 위해 길흉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흉이 있어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인생이 평탄하지만 않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역경을 손에 쥐어줘 마음이 곧은 사람만이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말에는 ‘부질없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부질은 '불질'입니다. 쇠붙이를 불에 시뻘겋게 달구어 망치로 두드리고, 찬물에 담가 급하게 식히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비로서 제대로 된 '쇠'가 됩니다. 부질이 없다면, 쇠는 없습니다. 사람 역시 단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굳세지지를 못하니, 뜻을 품어봐야 부질없습니다.

“세상에서 참으로 좋은 것은 그 무엇이든 시련을 통한 단련을 거친다는 것이다. 찬서리를 여러 번 견디고서야 사과에 깊고 오묘한 맛이 들 듯, 세상에서 모든 진선미는 비바람에 흔들리는 일 없이 꽃을 피우는 법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로이스 김이 말하는
체력(운)을 기르는 법

구글 본사 디렉터를 역임한 로이스 김님을 얼마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로이스님은 모토로라, 릴리, 구글을 거쳐 현재는 한국 제약회사의 브랜드총괄(CBO)로 일하고 있는데요. 유퀴즈에도 두 차례 출연한 인싸입니다. 세번째 에세이집인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옵니다(비즈니스북스)'를 펴낸 것을 계기로 만났는데요. 로이스님은 “일잘러의 비결은 결국 체력이다”라고 강조했어요. 그래서 로이스님 한테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이건 운에 대한 책이네요!” (핵심만 추려 말씀드릴게요)


❓ 이번 주제는 체력 이야기네요.

🅰️ 직장인 100명 이상이 모인 모임에서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뭐냐고 물었더니, 가장 먼저 나온 답이 체력이었어요. 업무 능력, 리더십,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기반은 결국 체력이라는 걸 느껴요. 운동을 습관처럼 하지 못하던 과거의 저를 떠올리며, 운동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지 공감하면서 썼습니다.


❓바쁜 직장인이신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그래서 제가 만든 방법이 ‘나노 운동’과 ‘스낵 운동’이에요. 스낵 운동은 말 그대로 간식 먹듯 틈새 시간에 운동하는 거고, 나노 운동은 작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사무실에 팔굽혀펴기 기구를 비치해두고 화장실 갈 때마다 10~20회씩 해요.


이것만으로도 하루 80회 이상 하게 되고, 따로 시간 내지 않아도 운동이 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앉을 때 무릎 붙이기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운동은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방식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도 귀찮을 것 같은데요.

🅰️ 운동을 ‘특별한 이벤트’처럼 만들지 말고, 그냥 일상 속 루틴으로 받아들이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 후 짧은 산책을 해보세요. 30분 중 15분은 식사하고, 나머지는 커피 한 잔 들고 사무실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운동이에요.


알람 활용도 추천해요. 20분 여유가 있다면 10분짜리 타이머를 맞춰 먼 방향으로 걷고, 알람 울리면 돌아오는 식으로요. 운동과 영어 공부를 동시에 할 수도 있어요. 저는 영어 오디오북을 들으며 달리기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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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소만 하시다가 56세에 근력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네, 저는 정말 100% 유산소 운동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근력운동은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책에서 “근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문장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어요. 삶의 질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라, 비행기 선반에 짐 올리는 것, 장 본 물건을 혼자 차에 싣는 것, 원하는 관광지나 산을 내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잖아요. 이걸 하고 싶어서 근력운동을 시작했고, 결과는 정말 놀라웠어요.


❓뜻을 품지 못하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 목표를 못 지켰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운동을 하다 보면 당연히 재미없고, 지루하고, 성과가 안 보일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멈추지 말고, 그냥 계속하세요. 예를 들어, 주 5회 운동이 목표였는데 한 번밖에 못했다면, 그 ‘한 번을 해냈다는 사실’을 칭찬해 주세요. 그게 다음 주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드리는 말씀  

어떠셨나요? 오늘은 운과 실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 A to Z로 정리를 해드렸는데요. 살다보면 운이 따라주지 않는 날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없고, 세상이 나만 시험하는 것 같을 때 좌절을 합니다. 하지만 삶이 완벽하게 공정하지 않기에, 오히려 불완전함 속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가 암 투병 중 죽기 직전에 쓴 시 [늦은 단편 Late fragment]은 짧디 짧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늦은 단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었나요?

네, 얻었어요.

원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사랑받는 존재라 불리는 것, 이 땅 위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성과는 분명 중요하지만, 삶의 가치는 숫자로만 측정되지는 않는다고 믿습니다. 당장 나타나는 결과가 없더라도, 내가 해온 모든 노력은 결국 나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살아내는 것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힘차게 뚜벅 뚜벅 걸어가는 모든 독자님을 응원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P.S. 오늘의 참고 문헌
  • 스티븐 헤일스 ‘운이란 무엇인가(소소의책)’

  • 강기진 ‘오십에 읽는 주역(유노북스)’

  • 박찬구 ‘칸트의 도덕형이상학 정초 읽기(세창명저산책)’

  • 로이스 김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옵니다(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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