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의 0번 입주자 황금소야. 사실 올해 초부터 뉴스레터를 하고 싶었는데 침대에 누워있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더라고? 올해가 3달 반 밖에 남지 않은걸 보고 너무 놀랐어.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일어나 앉아 같이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들려줄 생각이야.  영화 좋아하는 친구의 가벼운 수다라고 생각해줘.

첫 글로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 생각났어.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상을 그린 영화야. 패터슨은 정말이지 데일리 루틴이란 말이 사람으로 태어난 듯 비슷한 매일을 보내는 사람이야. 제 시간에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동네 단골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지. (다음 단락에서 가벼운 스포가 있으니 예민한 분들은 피해줘! 알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루틴 사이를 단단히 붙들어 매는 것은 바로 . 핸드폰도, 노트북도 아닌 자신만의 일기장에 패터슨이 사각사각 써내려가는 시는 일상이 반복되는 만큼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사고로 인해 시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져. 그 장면을 본 극장 내 모든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으니, 얼마나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는지 알 것 같지? 나라면 어땠을까? 망한 김에 왠지 다 포기하고 다시 누워 버렸을 것 같아.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3]에서 소설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업이다, 한순간 의욕을 잃고 직업이 바뀔 수 있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잖아.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져.

다음날부터 또 다시 패터슨의 하루가 반복되는 거야. 모두들 하던 일이 도로묵이 되는 경험 한 번쯤은 해봤지? 그 무력감을 딛고 하루를 반복하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지. 나는 이 장면에서 영화 <패터슨>의 어마어마한 힘을 보았어.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어려운 일인지 경험할 수 있었달까.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한 것으로 다소 폄하하는 경향이 있잖아. 뭔가를 이루려면 대단한 한방보다는 습관처럼 반복하는 매일 말고는 답이 없구나, 이런 교훈 아닌 교훈이 사무치게 마음에 새겨졌어.

 

이 순간에도 오랜 시간 준비해온 일이 패터슨처럼 엎어졌거나,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무료하거나, 정말 이 방법 외에는 답이 없을지 미래가 불안해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패터슨>을 추천해. 그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줄거야. 스타트업을 다니던 짧은 시절 나를 일으켰던 건 노트북 위에 붙여뒀던 그저 할 뿐이라는 말 한마디였어. 패터슨의 하루가 여러분의 꾸준함에 진심으로 응원과 위로를 보내줄거야. 나도 패터슨이 시를 쓰듯 매주 수요일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보려해. 잘 부탁해!

소소한 관람포인트1. 웨스 앤더슨 <문라이즈 킹덤>의 샘과 수지 커플이 4년 후 모습으로 등장   
소소한 관람포인트2. 나올 때마다 함박 웃음 나오는 귀여운 멍멍이 마틴
소소한 관람포인트3. 짐 자무쉬 밴드 'SQÜRL'이 제작한 OST

짐 자무쉬 감독 영화를 추천하면서 음악 이야기를 안할 수야 없지. 감독은 2009년부터 SQÜRL 이라는 밴드를 직접 만들었는데, 이후로 짐 자무시 필모그래피 중 이기 팝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Gimme Danger>를 제외한 모든 영화 <리미츠 오브 컨트롤><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패터슨><데드 돈 다이>OST에 참여했어. 전체적으로 몽환적인데 한편으론 터프하고, 역시나 관능적이야. 특히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ST2013년 칸 영화제에서 칸 사운드트랙 어워드를 수상했을 만큼 완성도 높으니 꼭 들어봐!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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