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벌을 위한 정원을 만드는 방법
MINDFUL GARDENING Lab.
 
생태정원을 탐구하는 6월의 활동 보고
by 마인드풀 가드너스
Illust by jung5 
 
우리의 정원을 야생 벌을 위한 서식처로 바꿔 볼까요?
5월 활동보고에서 '꿀벌'에 대한 관심과 달리 수많은 '야생벌'은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고 소개 드렸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야생벌 종을 보호하기 위해 벌들을 위한 정원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정원 전체를 바꿀 필요도 없이 일부 공간을 '와일드'하게 놔두는 것만으로도 생명다양성을 높이는 정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T I P S
벌들을 위한 정원을 만들 때 고려할 점

1. 먹이 식물인 꽃
벌들은 먹이를 찾아 300미터에서 1킬로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먹이를 찾아 헤매는 벌들을 위해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꽃 즉, 밀원식물은 특정한 1~2종을 심기보다는 계절별로 연속하여 개화하도록 다양하게 선정하여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른 봄 막 깨어난 벌들은 매우 약하고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이므로 이른 봄꽃을 배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가을에 미리 심어 월동을 시키는 추식구근류가 이른 봄꽃을 보기에 적절한 식물입니다. 크로커스, 무스카리, 알리움 등은 벌들이 좋아하는 꽃을 피웁니다.

원예종으로 개량된 화려환 겹꽃은 벌들이 꽃가루와 꿀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홑꽃 식물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 야생벌 중에 긴 혀를 가진 벌들을 위해서는 합판화군의 고깔 모양의 꽃들을 심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캄파눌라, 폭스글로브, 인동덩굴, 펜스테몬, 금어초와 같은 정원식물들입니다.

영국의 왕립원예협회 (RHS)는 정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Pollinator(꽃가루 매개자)를 위한 식물을 검색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원식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폴리네이터'를 위한 식물 로고도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가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관목, 원예용 식물, 야생화 등의 카테고리 및 개화 시기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HS 식물 검색 

생태적 정원을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는 정원식물 정보는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가이드북에 담을 예정입니다. 

2. 은신처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성 벌과 달리 혼자 생활하는 단독생활 벌(solitary bee)은 죽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숨거나 나뭇잎, 진흙 등으로 돌 틈, 처마 밑 등에 집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 자생종 벌의 70%는 땅속에 은신처를 마련합니다. 그러니 정원에 일부 구간은 흙이 노출되게끔 놔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잔디, 디딤석, 콘크리트 등으로 지표면을 마감하지 않거나 멀칭(화단에 풀을 억제하고 토양의 습도를 조절하는 목적으로 흙을 특정 자재로 덮어두는 것)조차도 하지 않는 구역을 만드세요. 정원 전체를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고 일부 구역을 남겨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때로는 정원에서 죽은 나무를 서둘러 베어내 치우기보다 놔둔다면 수많은 작은 생명들의 은신처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은 나무가 넘어짐의 우려가 있다면 베어서 한편에 쌓아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원을 관리하면서 나온 돌 무더기도 벌을 위한 구역에 쌓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영국 셰필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자연주의 조경가인 Nigel Dunnet이 런던타워 해자에 설치한 최근 작업 'Super Bloom과 그의 개인 정원은 폴리네이터들의 먹이와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 야생화가 가득하며 돌과 나무를 쌓아만든 은신처가 있는 서식처 정원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Nigel Dunnet 인스타그램 

한편 벌이 외부에서 활동하며 우리 눈에 띄는 시기 외의 기간에도 벌은 집 안에서 동면 중이거나 성충이 되기 위해 성장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집안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방해하지 말고 특히 정원에서 살충제 사용은 금물입니다. 벌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3. 물
모든 야생동물의 생존에는 물이 필요하듯 벌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은 의외로 깨끗한 물보다 배수로에 고인 더러운 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원에서 벌에게 물을 제공하는 방법은 얕은 접시에 자갈을 깔고 물을 얕게 채워두기만 하면 됩니다. 대신 물에 모기가 알을 낳지 않게 자주 갈아주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ASK
 
벌들을 위한 꽃씨를 기부해주세요
지난달 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벌 감소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의심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이 살충제는 직접 분사하는 형태가 아니라도 토양, 물, 비산, 식물체 잔류농약에 의한 간접 접촉도 치명적 영향을 준다고 하니 경각심을 가져야겠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구매하여 사용하는 코팅 종자에도 이 살충제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나 정확한 정보는 알기 어렵습니다. 안전한 서식처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정원에서 직접 채종한 꽃씨를 기부받고자 합니다. 가이드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례 정원을 직접 조성해 보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부받은 꽃씨는 이 정원에 사용하고 씨앗을 받아 이어가며 이후에 또 다른 곳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다시 나눔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정원에서 직접 채종한 씨앗을 우편으로 보내주세요.    

서식처 기반 정원식물 공유 데이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저희는 서식처 정원을 만들 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정원식물 정보를 모아 공유 데이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달의 주제는 벌이었지만 그 밖에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소생태계를  구성할 식물정보를 포괄하는 데이터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특히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여 '정원에 사용하면 좋을 자생식물 정보'를 모으면 좋겠습니다. 
생태적인 정원을 만들기 위해 꼭 자생식물로만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때로는 외래 도입종 원예 식물을 심는 것이 정원의 생명다양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태학자의 칼럼을 발견했습니다. 대신 그러한 식물이 생태계 교란종은 아닌지 주의하고, 정원이라는 우리의 영역을 넘어서지 않도록 유념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자생식물을 심겠다고 자연 서식처에서 무분별하게 식물을 채취하는 일도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는 우리 자생식물 중 정원식물로 사용하면 좋은 식물들을 선별하여 생산 농가에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생산농가의 정상적인 육묘와 유통 과정을 거친 식물을 구입하도록 합니다.
FEEDBACK  
6월 활동보고 씨앗나눔 및 공유데이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과 소통으로 생태정원 방법론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마인드풀 가드너스
mindfulgardener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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