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4 🌊🏄‍♀️ Vol 8. 2024.05.10. ~ 2024.05.16.

오늘 또 한명이 죽었습니다
베트남 이주 여성, 결혼 그 이후
피카소가 질투하고 워홀이 극찬한 이 작가 🔍

오늘 또 한명이 죽었습니다

입주자 여러분, 요 며칠 마음은 괜찮으셨나요?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20대 남성 A씨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죠. 사건이 알려진 이후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아요.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진 건물에서 불과 50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또 한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는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깊은 슬픔이요.

A씨의 범행은 전형적인 교제 살인·폭력이라는 특성을 보입니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이 '익숙한 공간'에서 폭력을 가하고 살해를 저질렀죠.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그가 범행 전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평소 두사람이 자주 방문하던 장소로 피해자를 불러낸 것으로 보고 있어요.

연인,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교제 살인과 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지난 3월 경기 화성시에선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20대 남성 김레아가 붙잡혔습니다. 지난달엔 경남 거제시에서 20대 남성이 술을 마신 채로 전 여자친구의 집에 침입해 폭행하고, 결국 숨지게 한 사건도 벌어졌죠.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 중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이었습니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11명이었고요. 💢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갖고 집계한 수치가 이정도입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연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 주변 사람은 알기가 어렵고, 피해자는 일상을 지배받는 등 극심하게 고통받는 게 특징"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더욱 무력감을 느낀 건 사건 이후 자극적인 소재에만 집중하는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행태 때문입니다. 사건 이후 A씨가 '명문대 의대생'이고, 과거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게 알려지면서 그의 신상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여성 대상 범죄'라는 문제의 핵심을 파고든 게 아니라, '비뚤어진 의대생의 일탈' 같은 식으로 논의가 흘러간 거죠. 🤬 심지어 피해자 관련 정보까지 유포됐습니다.

가해자가 명문대 의대생이면 더 충격적이고, 고졸이면 그럴 법한 일인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대생이라는 정보가 부각되면 대중의 호기심만 자극되고, 전형적인 교제살인 범죄라는 지점은 옅어지죠.

법적 공백 역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 교제폭력 관련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발의만 되고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가정폭력처벌법으로도, 스토킹범죄처벌법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이런 범죄를 주요한 강력범죄로 보고, 사전에 예방하거나 제대로 처벌하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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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순회특파원

🗞️ 베트남 이주 여성, 결혼 그 이후

🌏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으로 구성되는 한·베 가족, 입주자 여러분께도 익숙하시죠? 🤵👰 2022년 다문화 혼인의 국적별 비중을 보면 외국인 아내 중 가장 많은 국적이 베트남(27.6%)이었습니다. 국내 다문화 정책 대부분은 한국 내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집중돼있죠. 그런데 결혼 그 이후는 어떨까요.

🌏 경향신문 김서영 순회특파원은 이혼, 별거, 사별 등의 이유로 한국 남성과의 혼인 관계가 끝나 베트남으로 돌아온 여성과 그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2017년 베트남 남부 귀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베 자녀를 둔 귀환 여성 87.38%가 자녀와 함께 베트남으로 돌아갔어요.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귀환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동은 양국에 모두 걸친, 혹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양육과 돌봄의 부담도 오로지 여성과 그 친정에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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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에 '아동 성착취 일러스트'라니

💀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내 전시장에서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으로 묘사한 듯한 그림이 전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어른의 특별존'이라는 이름의 부스가 열렸는데, '어린이 런치 세트' 등 어린이를 내세워 미성년자 캐릭터를 부적절하게 표현한 겁니다. 🤦‍♀️ 이에 신고가 접수돼 일산서부경찰서는 형법상 음화반포,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 문제는 현행법이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는 아동 성착취물에 '오프라인에 게시된 그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아청법상 성착취물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규정되다 보니 일러스트 패널 같은 실물은 제외되는 것이죠.

피카소가 질투하고 워홀이 극찬한 이 작가 🔍 [이벤트]

💬 프랑스 실존주의 화가 베르나르 뷔페(1928~1999)의 대규모 회고전이 2019년 이후 두번째로 열리고 있습니다. 🖌️🎨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지난달 26일 개막한 이번 회고전에는 단테의 '신곡'을 그린 폭 4m의 오리지널 대형 유화 작품을 포함해 국내 미공개 수채화와 판화, 잉크 드로잉 등 120여점이 포함됐습니다.

💬 베르나르 뷔페는 앤디 워홀, 장 콕토 등 예술가들에게서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유명한 화가", "피카소가 두려워하는 것은 뷔페의 재능뿐"이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독자적인 구상회화로 선구적인 천재라고 불렸고, 피카소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졌죠.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프랑스 미술계에서 외면받았어요. 아름다운 도시 풍경도 그렸지만 자화상이나 '광대의 얼굴'처럼 현대의 불안과 우울 등 내면의 고통을 담은 작품들로 더 유명한 건 이 때문입니다.

💬 이번 회고전 작품들은 딱 1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에 처음 소개됩니다. 셀린느 레비 베르나르 뷔페 재단 이사장은 "5년 전 첫번째 회고전 때 작품이 그려진 시간 순서대로 선보였다면, 이번엔 뷔페가 일생동안 다뤄온 주요 주제별로 나눠 전시를 구상했다"고 말했습니다.

💬 전시장은 섹션별로 변신하듯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천재의 빛' 섹션에서는 뷔페가 '나'란 무엇이냐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그려낸 인물화가 전시됐습니다. '광대의 그림자' 섹션에서는 뷔페가 오랜 시간 사랑한 주제였던 광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린 풍경화를 전시한 섹션에선 그의 눈에 비친 파리, 뉴욕, 베니스의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 마지막은 그의 아내이자 평생의 뮤즈 아나벨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되죠. 셀비 이사장은 "뷔페의 그림은 도록으로 감상할 때와 실제의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직접 보면 그 강렬함에 충격을 느낄 거예요. 이 그림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림을 보고 직접 느껴보면 좋겠어요."

한솔비비케이 제공

📌 이벤트 안내 👩‍🎨

플랫팀에서 베르나르 뷔페 회고전 티켓 증정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기대평을 남겨주신 분 중 10명(1인 2매)을 선정해 티켓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참여 기다릴게요!
👉신청하러가기 클릭 🕊️

📝 To. Flat 🤫

👤5.18 성폭력 단독취재, 연대와 희망을 포착하여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플랫이 애써 주시는 취재의 결과 감사히 읽고 있어요.

👤5·18 인터뷰 참여자 이씨 분이 평안해지시기를 저도 바라보겠습니다. 가해자가 얻어야 할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피해자 분이 지지 마세요. 자유로워지시고, 행복만하세요. 응원합니다.

👤교사입니다. 아동 간 성범죄는 공교육의 실패가 아닌 가정교육 부재가 원인입니다. 성교육 자료는 교육부 자료의 질이 심히 떨어지기에 교사들이 연구회까지 만들어 연구하고 개발할 정도로 훌륭한 대체자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짚어주신 대로 보수 학부모 단체의 반발이 커서 그 어느 것도 실행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1차로 가정교육이 받쳐 주고, 그것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입니다. 모든 것을 공교육 탓을 하면 듣는 교사로서는 기분이 몹시 나쁘네요.

📬 From. Flat 🌷

지난주 레터에 소개한 5·18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저도 취재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무려 40년 이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피해 경험이, 플랫팀의 취재와 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자유로워지고, 행복만 하라'는 입주자님의 따스한 피드백이 이들께도 꼭 가닿을 거라 믿습니다. 이들의 두번째 이야기는 다음주에 보도될 예정이에요. 레터에서도 또 소개할게요.

저번 '한 눈에 보는 젠더 이슈' 코너에선 아동 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몰린다는 기사를 소개했는데요. 교사인 입주자분께서 의견을 남겨 주셨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계신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을 탓하는 것처럼 읽히는 표현에 대해서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희에게 더 의견을 주시면 앞으로 취재에도 더욱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혹시나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려주실 수 있다면 플랫 이메일 (flatletter3838@gmail.com)로 연락주세요.

오늘 레터에 썼던 교제 살인이나 젠더 폭력 관련 제보도 항상 환영합니다. 🤙 어떤 것이든 편하게 알려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번주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