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와탭랩스에 대한 투자가 아이디어만 있고 서비스는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성과는 커녕 제품도 없는 팀에 자신있게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사람”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인 대표가 왜 어떤 아이템으로 다시 창업을 해도 계속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사기캐인지에 대하여, 이 애매한 이야기를 자세히 정리해 보겠다.
(이 글을 읽는 이동인 대표는 좀 부끄러울 수 있을 것 같다.)
1)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가
성공적인 창업자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능력일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그 거시적인 트렌드를 보는 능력이다. 이동인 대표는 아이폰의 출시 이후 모바일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며 사람들의 기록이 종이에서 메모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보고 메모지 앱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앱을 운영하며 앱 성능 측정이 모바일 최적화, 클라우드화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예측해 와탭을 출시했다. 클라우드 시장, 컴퓨팅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는 적기에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그리고는 유독 B2B 소프트웨어 사업에 척박한 한국의 시장에서 창업 5년만에 IT 모니터링 서비스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 나가는 창업자들에게는 이들의 비전을 이해하고 죽이 잘 맞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특히 와탭랩스가 태어난 2015년은 아직 SaaS 기업에 대한 투자가 낯설었던 때였기에 더 그랬다. 투자 후 5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부분에 대한 업계의 이해도도 비교적 낮았다. 스파크랩은 이미 2기 때 이동인 대표를 만나 쭉 지켜봐 왔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고, 특히 내가 B2B 엔터프라이즈 IT 사업인 데이터센터와 호스팅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어 말 그대로 죽이 잘 맞았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발이나 B2B 소프트웨어 영업에 대한 인사이트 등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성장을 지원할 수 있었다.
2) 좋은 인재(특히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는가
나라면 과연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을까? 내가 투자를 결정하기 전 창업자를 만나 반드시 확인하는 부분이다. 회사의 고속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이끌어올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성공적인 창업자들에게는 흔히 카리스마로 불리는 특별한 매력이 있기 마련이고, 그 매력은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인재들을 끌어오는데 필수적이다. 창업자를 둘러싸고 있는 팀들이 얼마나 능력있고 서로 끈끈한 팀워크를 가지고 있는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팀으로서 함께 계속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부분은 창업자에게 달렸다.
이동인 대표에게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다. 아마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이 대표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화려한 말솜씨가 아닌 진정성이 강점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개발 능력도 뛰어나지만 높은 직업윤리(work ethics)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뚝심있게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그의 옆에는 첫 사업때부터 함께했던 핵심 인재들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목표가 한 번 생기면 놓치지 않는 이동인 대표가 와탭랩스 창업 후 1년 이상 쫓아다니며 삼고초려가 아닌 삼십고초려를 해 초기 핵심 멤버로 영입했던 인재가 있다. 바로 김성조 최고기술책임자(CTO)이다. 김성조 CTO는 국내 APM(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국내 대다수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 솔루션은 그가 설계한 분석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오픈소스 APM 중 널리 활용되고 있는 ‘스카우터’라는 것이 있는데 그 역시도 김성조 CTO가 처음 시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다. 이동인 대표의 비전에 공감한 김성조 CTO의 합류로 와탭랩스는 SaaS 기반 IT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뉴렐릭, 데이터독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성장해냈다.
3)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가
투자자들은 창업 경험을 갖춘 연쇄창업자를 좋아한다고 흔히 말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창업 경험이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연쇄창업, 창업 경험이란 건조한 표현의 뒤에는 창업의 실패라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사업을 키워내는 과정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그 사업을 마무리짓는 과정에서는 그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에 그 기억을 딛고 일어나 오히려 실패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의지, 용기, 투자를 갖춘 창업자에 대한 평가가 더 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전 사업인 메모지를 마무리하고 그 때 함께 한 핵심 멤버들을 그대로 유지해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온 이동인 대표에게 다시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큰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