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de tour, 우리의 네 번째 발걸음이에요. 

 님이 생각하는 가장 충격적인 그림은 무엇인가요? 다른 명화들도 떠올리셨겠지만, 아무래도 뭉크(Edvard Munch)의 <절규>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뇌리에 박힌 그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뭉크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미술가인데요. 그는 인간의 삶과 죽음 등의 문제를 처연하고 고독하게 그려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영향력은 현대 미술뿐 아니라, 오늘날 대중문화 예술 전반까지 미치고 있죠. 그만큼 뭉크의 비화도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오늘은 그러한 뭉크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새로운 접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자세히 보면, 뭉크 자신으로 보이는 남자가 마치 환청이나 환각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는 따로 “친구들은 걸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뒤처져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때 나는 자연의 거대하고 무한한 비명을 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했었죠. 그 배경에는 그의 우울한 유년기가 있는데요.  

 뭉크는 1863년 노르웨이의 한 의사 가족에게서 태어났습니다. 뭉크는 다섯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행복하고 밝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나 불운의 그림자는 어머니가 결핵에 걸려 사망하며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그의 나이 5살이었을 적이었죠. 활발했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후에 큰 충격을 받아 종교에 의지해 아주 엄격하고 강압적인 성격이 되었습니다. 기댈 곳을 잃은 어린 뭉크는 다른 가족들에게 마음을 주었는데요. 그러나 가사를 맡던 소피에와 여동생 라우라도 연이어 죽음에 이르게 되며, 그는 마음의 문을 아주 어릴 적부터 닫게 되죠. 

 이러한 긴 과정을 살아서 뜬 눈으로 지켜 봐온 그에게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것은 노년까지 극복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뭉크가 <절규>를 발표한 나이 25살. 그는 그때까지의 경험을 <절규>속에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년기부터 성년기까지 쌓인 자신의 패닉적인 상황을 그림 속에 농축해낸 것이죠.  

 님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아시나요? 프로이트가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빌려와 주장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것은 남녀 상관없이 2-6세의 아이에게 드러나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강한 애착(성적 욕구)을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때 아이는 아버지에게는 강한 질투를 느끼며 경쟁심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러나 아이는 시간이 지나며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적절한 성 역할을 모방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점차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를 줄여가게 되는 것이죠.

 아이의 자아와 초자아는 이러한 동일시 과정을 통해 발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프로이트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동시에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는 유년기에 어머니와의 유대관계가 정상적으로 맺어지지 않는다면, 그 기억이 무의식의 영역에 평생에 남게 되어 신경증을 앓게 된다고 믿었죠.

 그러한 신경증 중 하나로 제시된 ‘반복 강박’은 1920년에 출판된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에서 프로이트가 제시한 가설입니다. 신경증 환자가 같은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보며 이를 반복 강박이라고 명명했죠. 마치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한 남자아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함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자식을 때리는 것과 같습니다.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이 일어나는 이유를 일종의 자가치유로 설명했습니다. 환자가 괴로운 상황을 맞이할 때,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속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안락함을 취하려는 것으로 이해했죠. 또한 어린 시절의 자신이 처리하지 못한 문제를, 성인이 된 지금은 주체로써 극복하고 스스로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반복 강박은 프로이트에게 굉장히 당황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원래 프로이트는 인간을 쾌락을 지향하고 불쾌감을 피하려는 쾌락원칙에 의해 조절되는 생물학적 존재로 이해했었거든요. 그런 프로이트의 후반기에 나타난,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신에게도 불쾌한 행동을 반복하는 환자의 등장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을 해결하기 위해 그간 자신의 이론적 토대를 뒤집는 선택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타나토스(Thanatos), 즉 죽음충동이었죠.  

 죽음충동은 ‘모든 생물이 무생물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근본적 경향’을 말합니다. 즉 단순히 생을 유쾌하게 이어가기 위한 단순한 쾌락이 아닌, 태어나기 이전보다 평온한 상태인 죽음으로 돌아가려는 맹목적인 충동인 것이지요.   

 이러한 프로이트의 ‘반복 강박’ 그리고 ‘죽음충동’은 뭉크의 삶과 작품에서도 아주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에 어머니를 잃은 뭉크는 완전히 성숙한 자아를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애인들과는 정상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으며, 자신의 트라우마가 담긴 그림을 평생 동안 반복해 그렸죠. 따라서 뭉크의 대부분의 작품에는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병든 아이>를 살펴보면, 뭉크 자신과 유약한 소피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드러난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죠. 이렇듯 그에게 죽음은 일차원적인 고통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삶 전반에 드리워진, 평생에 걸쳐 풀어야 할 해답 없는 질문이었죠. 그렇기에 뭉크의 작품 전반에서 이렇게 타나토스를 확인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한편 프로이트는 죽음 충동을 성 충동 즉 삶의 충동과 대비시켜 설명했습니다. 그는 삶의 충동이란 성적인 본능과 자기애와 같이 구체적인 삶에 대한 의지라 설명했습니다. 반면 죽음충동은 파괴 본능, 대상과 자신을 향한 공격성 등 맹목적이고 근본적인 충동을 의미하죠. 따라서 우리의 무의식에는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려는 에로스와 죽음으로 향하는 타나토스가 공존하며 서로 갈등하게 되는 것이죠.

 뭉크는 살아생전 사랑이라는 주제로 많은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해당 작품들을 보다 보면, 앞서 프로이트가 주장한 죽음충동과 에로스가 함께 병립하거나 대치하는 형식을 발견할 수 있죠. 

 하지만 위 맥락만으로 뭉크의 여성관을 모두 이해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젊은 시절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19세기 보헤미안 운동이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혼란스러웠던 19세기 서구의 여성들은 여성해방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와 독립을 이루고자 했죠. 당시의 상징주의자들, 즉 보헤미안 그룹의 남성 작가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여성에 의해 위협당한다고 느꼈습니다. 그 배경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팜므 파탈’ 이미지였죠.  

 팜므 파탈은 ‘숙명적 여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19세기의 문학작품에서 등장하기 시작해 점차 사회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 팜므 파탈은, 한국어로 의역하자면 ‘요부’, ‘악녀’ 정도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 스스로 선택한 악한 행동이 아니라, ‘숙명적으로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점에서 단순한 폄하의 의미 그 이상을 뜻합니다. 팜므 파탈의 전형으로는 ‘화려하고 선정적인 여성이 남성을 유혹해 파멸로 이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매력적인 색상의 머리카락으로 상징되기도 하였죠. 뭉크의 작품 속 숱한 여성들이 기다란 빨간 머리를 흩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따라서 뭉크의 작품을 보다 보면, 어딘가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마돈나>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인데요. 수려한 외모의 여성이 매혹적으로 누워있는 작품인 <마돈나>. 처음에 그려진 <마돈나>의 배경은 침대 혹은 물속인 듯, 묘한 어두움만이 느껴졌는데요. 이후 뭉크는 <마돈나>를 판화로 재창작 했는데, 정자들이 헤엄치는 프레임과 해골 형상의 남아가 추가되었습니다. 해석의 여지는 다양할 수 있으나, 이러한 변화점들이 뭉크의 왜곡된 여성관을 대변해 준다는 점만큼은 확실하겠죠.  

 뭉크는 왜 외설적인 작품을 그렸을까요? 사실 뭉크에 대한 이해는 다소 교양의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여성 혐오를 가진 작가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있겠죠.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절규>를 그려낸 대작가, 유년기에 어머니를 잃은 한 명의 마조히스트, 그래서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여성 혐오자 등. 이처럼 뭉크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뭉크가 가지고 있는 불쾌함을 미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뭉크의 미적인 면에 관해서도 충분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예술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판단은 님에게 맡기도록 할게요. 나중에 생각이 정리된다면,   피드백 하러 가기   버튼을 눌러 전달해 주세요. 우리는 그저 방금 뭉크의 사정을 보았을 뿐이니까요.  

오늘의 de tour의 길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오늘 뉴스레터에 소개하지 못한 뭉크의 걸작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키스>, <불타는 욕망, 얀>, <불안>,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등. 만약 뭉크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에드바르 뭉크’전 관람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광고 아님😓) 이곳을 눌러 보다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실 수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네요!  

• https://www.afp.com/
• https://www.nasjonalmuseet.no/en/
• https://www.kunsthalle-bremen.de/de
• https://www.albertina.at/
• https://www.munchmuseet.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