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코로나19가 휩쓴 일상에 K방역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유일한 위안거리였습니다. 직장과 집을 포기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의료진·방역 대응팀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요즘 SNS 피드엔 엄지 든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친 사람들의 사진들이 넘쳐납니다. 수어로 '존경합니다'라는 표현인데요.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입니다. 코로나19 6개월, 이제 덕분에라는 고마움을 행동으로 옮겨,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들의 피와 땀을 더이상 영웅의 희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6일 오전, <행동하는간호사회>의 간호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갖고 간호인력 부족·열악한 교육·업무환경 등의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현장의 인력들이 “뼈를 갈고 피를 토하며” 온몸으로 팬데믹 확산을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개선되지 못하면 2차, 3차 코로나19가 발발할 경우엔 ‘K-방역’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의 의료진과 방역 대응팀의 실상은 어떨까?  

<해당 설문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단장 이희영)이 공동으로 발표한1차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조사의 결과입니다. 조사 기간은 2020518~31일로 최종 1,112명이 조사에 참여했고, 응답률은 약 60%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묻는 설문에서 일반인들은 다른 사람이 나 때문에 확진될까봐 걱정 (2.94)’, 내가 확진될까봐 무서움 (2.37)’의 순으로 스트레스가 높았지만, 의료·방역 대응팀의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 (2.77)’, 뭔가를 더 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 (1.82)’ 각각 상위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경험이 준 슬픔과 비애의 감정은 두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을 지킨 사람들에게 찾아온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의료·방역 대응팀의 응답자 60% 이상은 코로나19 업무로 인한 정서적 고갈을 호소하는 등 피로와 트라우마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특히 20대ㆍ간호사ㆍ민간의료기관에서 그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현장 대응 업무에 따른 건강 상태의 변화에 대해서도 37.5%나빠졌다고 답했습니다. , 응답자의 54.1%투입 현장에서 자원 분배와 업무 절차 등의 처우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69.6%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근무시간 조정이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 중 43.7%는 코로나 19관련 업무 참여를 하는 데 있어 비자발적/강제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보건소 공무원이 가장 높았고(65.5%), 역학 조사관 등 기타 대응직(59.1%), 간호사(51.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의 인력들은 특히 아쉬웠던 점으로 교대할 인력 확충과 추가업무에 대한 보상, 스트레스 등 재난심리 지원 영역이 충분하지 못한 것을 꼽았습니다. 향후 폭염과 2차 유행을 대비하고, 감염병 대응팀 안전·건강에 대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83.4%,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맡은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77%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의 의료진의 건강과 처우 개선에 대한 고민은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 뉴욕에선 수많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던 뉴욕의 한 병원 응급실 의료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멕시코에선 의료진이 오히려 코로나19를 퍼뜨린다며 폭행과 학대를 당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병원을 방문했다가 처우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고 하는데요. 프랑스는 지난 13(현지시간) 보건의료부문 종사자 임금 인상을 위해 연 76억 유로(104천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150만 명의 종사자에게 매달 평균 183 유로(25만원)의 임금이 인상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급여 역시 개정될 예정입니다

사명으로 버틴 6개월, 코로나19 최전선의 바람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좀 더 직접적이고 진솔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 소속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들께서 업무로 바쁜 가운데, 어렵게 서면 질문에 답해주셨습니다.
Q.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그리고 어떤 감정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느끼셨나요?
A.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 오정현 님>
저의 경우엔 현실적인 제약으로 조사에 제한이 생길 때 무력감과 좌절을 느낍니다. 예컨대 확진자 동선에 따라 접촉자를 특정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한데 얻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최대한 여러 조치를 취해 접촉자를 찾아 감염의 확산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끝까지 추적하지 못하는 경우에 좌절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실제 접촉자 통보를 드릴 때, 종종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개는 성실하게 생활하시다가 확진자와 접촉이 생겨 자가 격리를 하게 되는 경우인데요, 그분들의 사정을 마음으로는 공감하나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로 접촉자 분류 및 자가 격리 통보를 드리게 될 때 마음이 무겁습니다
A.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 김연경 님> 
코로나19 초반만 하더라도,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메르스를 겪었지만, 여전히 지역사회에서는 대응이 서툴렀으며, 중앙의 교육이 필요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습니다.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며 감염원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분류하여 모니터링하는 과정은 사명감에 불타오르게 했습니다. 초기에는 확진자 간의 관계 및 접촉력을 설명할 수 있던 시기라서, 마치 추리하는 탐정이 된 것처럼 관계성 파악에 주력을 기울였습니다'이렇게 촘촘하게 그물망을 치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수 있겠다', '우리가 충분히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월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전파되면서, 각종 클러스터가 발생했습니다. 초반에는 추가 확진자 및 접촉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자라는 마음으로 역학조사에 임했다면, 지금은 취약계층, 고위험군으로의 전파만은 막아보자는 다짐을 하며 현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위험인식이 약해졌음을 현장에서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역학조사를 시행하며 늘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지만 지쳐버린 보건소와 역학조사를 진행하다보면 마찰도 많고, 어려움도 많습니다. 현장에서 번아웃된 보건인력들과 부딪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역학조사관은 빈틈없이, 꼼꼼하게 봐야 하기에 늘 처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A.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 박은정 님>
 우리사회가 이런 감염병 재난에 대한 대비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감염병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사명 또한 느끼고 있습니다지속되는 유행과 계속되는 고된 업무 속에서 지치고 피로감을 느끼지만, 백신이 나오고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더 열심히 코로나로부터 국민을 지켜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2차 유행이 와도 잘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감염병 종사자들, 무엇보다 힘든 국민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Q.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의료 방역 현장에서 바뀌어야 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셨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또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이 또 찾아온다면, 그때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 있길 희망하시나요?
A.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 성연희 님>
대부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력 운영을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순환근무가 필요하고, 추가 인력이 필요할 때 투입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 많은 환자들이 동선 공개에 불안해하고, 불필요한 죄의식을 갖지 않을 수 있도록 정보관리와 발표 등을 보수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A.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 김연경 님>
의료 인력들이 본인의 역할을 맡아줄 교육된 대체인력이 있음을 알고, 업무에 부담을 느끼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A. <경기도 민간역학조사관 오정현 님>
감염병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컨대 코로나19의 경우엔 (고령화와 돌봄 노동과 관련된) 요양원, 정신병원, 일용직 근로자, 성소수자와 다단계 판매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 확진자의 특성에 따라 사회에서는 낙인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의 함양, 제도적으로는 확진자와 접촉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관리 방침 및 동선 공개에 대한 보수적 지침을 운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SAFE WORKERS, SAVE LIVES!”
SDF팀은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설문 결과’, 그리고 역학조사관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K방역에 대한 자신감, 뿌듯함에 만족하며 현장 인력들의 헌신을 당연시 했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기도 했고요그들을 천사와 영웅으로 부르기 전에 정당하고 공정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료·방역 대응팀의 안전은 곧 시민의 안전이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은 이번 다이어리에서 어떤 부분에 주목하셨나요? SDF팀은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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