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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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아씨들(1995)> 

내가 어린이였을 때, 갑자기 엄마가 집에서 사라진 일이 있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들었지만, 엄마 없는 집을 한 번도 겪지 못한 내게 엄마의 부재는 ‘사라짐’으로 감각됐다. 그리고 10대가 됐을 때, 비로소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듣게 됐다. 엄마는 난소에서 발견된 혹이 암일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궁 적출을 염두에 두고 수술대에 올랐다고 했다. 그해 1년 전, 엄마는 비슷한 연배의 가까운 친척을 자궁암으로 잃었고, 당시 의사의 모호한 소견은 엄마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엄마는 수술 날짜를 잡은 날부터 거의 책 한 권의 편지를 썼다고 했다. 연년생 자매인 우리가 필요한 시기마다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첫 생리가 시작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이모를 찾아가라, 학교 준비물 준비가 어려우면 몇 호 누구 엄마를 찾아가라 하는 식으로. 개복 결과 다행히 엄마의 난소에 있던 혹은 암이 아니었고, 난소 한쪽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낸다. 내가 <엘르>에 기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엄마가 혼잣말처럼 “그때 <엘르> 보고 병원 갔는데”라고 말한 적 있다. 그 혼잣말을 캐물은 결과 알게 됐다. 엄마는 그해에 <엘르>를 읽고 나서 사라졌다는 것을!

1992 11,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된 엘르 코리아 


엄마의 기억에 따르면 1993년 늦은 봄, 엄마는 친한 동네 엄마들과 함께 있었다. 당시 누군가 새로 나온 <엘르>라는 잡지를 가져와서 같이 읽었고, 생리에 관련된 기사 중 마침 자가진단 항목이 있었다고 한다. '생리량이 최근 평소보다 너무 많다’ '생리통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다’ 등 자가진단 항목 중 절반 이상에 해당됐던 엄마는 몇 개 이상 해당되면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라는 안내 문구에 따라 친구들과 단체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곳에서 추가로 초음파 검진을 받았고, 난소에 혹이 있다는 소견을 들은 것은 엄마 뿐이었다.

당시에는 자궁경부까지만 내시경이 가능했기에 난소는 절개해야 알 수 있어서 암일 수도 있다는 소견을 들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집도한 의사는 이 정도로 혹이 작은 단계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알고 병원을 찾았냐며 운이 좋다고 했다고 한다. 여성 질환에 대한 국가 검진도 없었고 생리 정보를 나눌 플랫폼도 없었으며, 산부인과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어마어마하던 시절 <엘르>가 엄마를 구한 셈이다. 덕분에 엄마는 지금도 건강히 지내면서 딸이 <엘르>에 기고 중인 칼럼을 즐겁게 읽고 있다. ‘엘르보이스’ 기고 요청을 처음 받았을 때, 시각에 특화된 매거진이라 생각했던 <엘르>가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 한다는 기획에 매료돼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여성 독자를 주 타깃으로 하는 매거진들이 직간접적으로 꾸밈 노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부정하기는 어려울지라도 동시대 여성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매체로서 그 친근함을 무기로 필 요한 이야기를 송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반갑다. 현재의 내 나이보다 어렸던 당시의 엄마는 혜성처럼 등장해 친구들 사이에서 ‘핫’했던 <엘르>를 읽으면서 쇼핑도 했을 것이고, 연예인 소식도 쫓았을 것이고, 별자리 운세도 봤을 것이다. 생리통 자가진단 기사는 쇼핑 정보나 별자리 운세처럼 요즘 친구들이 다 나누는 이야기인 척 뻔뻔히 그 사이에 들어 앉아서 의학적 지식도 없고 수줍음 많은 엄마를 산부인과까지 밀어넣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래서 <엘르>가 만든 자리에서 <엘르>의 '목소리’로서 페미니즘을, 동물권을, 다양한 몸에 대한 긍정을, 비혼 라이프를 말하고 있다는 점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늘 여성의 곁에 있었고, 여성의 관심사에 가장 빠르게 응답했으며 동시에 여성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를 잊지 않았던 <엘르> 지면에 함께할 수 있어 새삼 영광이다. 사랑하는 조카 2호(6세, 여성)의 삶에도 <엘르>가 함께하길 기원하며, 어느덧 창간 31주년을 맞이한 <엘르>의 생일을 엄마와 함께 축하한다.


Writer 곽민지
다양한 비혼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예능 팟캐스트 〈비혼세〉 진행자이자 출판 레이블 ‘아말페’ 대표. 〈걸어서 환장 속으로〉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를 썼다. 여성의 몸과 사랑, 관계에 관심이 많다.
- <엘르> 2023년, 11월호 발췌


31 Women Who Inspire Us_+보이스

엘르 코리아 창간 31주년을 맞아 엘르가 주목한 31명의 여성

MICHELLE YEOH

60세에 동양인 여성 최초로 제9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양자경. 대다수 할리우드 대본이 동양인이라는 그의 출신과 외모 때문에 제안됐다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그의 성취는 여성의 이야기들이 세상에 더 많이 보여져야 한다는 증표로 읽힌다.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시상식을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에게 이 트로피가 희망의 불꽃이자 가능성이 되길 바란다. 여성들에게 ‘전성기가 지났다’라고 하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길.” 

GRETA GERWIG

“늘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궁금해요.” 〈프란시스 하〉에서 당대 여성들을 그대로 빼닮은 일상의 ‘거인’들을 연기하고,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을 연출하며 완벽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뒤틀어온 그레타 거윅. 


올해 영화 〈바비〉로 여성감독 최초로 10억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들에게 세상과 싸우기 전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숙고할 것을 권하는, 그의 사랑스럽고 힘찬 페미니즘이 갈등의 세상에 통한 것이다. 

SHIRIN NESHAT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예술 운동에 뛰어든 이란 여학생들에 대한 탄압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차도르를 쓴 여성의 얼굴과 손, 팔에 모국 여성 작가들의 글귀를 새기며 이슬람 여성들의 저항을 표현해 온 시린 네샤트는 런던과 LA에 내건 영상 작품 ‘Woman Life Freedom’으로 올해도 행동한다. 그를 주축으로 이란 여성 작가들의 계보는 지금, 서로가 서로를 대변하며 가장 강력한 돌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IRIS APFEl

올해로 102세를 맞은 최장수 패션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에게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화려해지는 스타일로 보아 에너지가 오히려 강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의 본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지만, 은퇴한 후 화려한 스타일로 이슈를 모으며 패션 아이콘으로서 인생 2막을 맞았다. 동그란 뿔테 안경에 주렁주렁 걸쳐 입은 맥시멀 드레싱이 그녀의 시그너처 룩! 패션에 나이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 <엘르> 2023년, 11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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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는 서른한 살!🎉


1945년, 프랑스 여성이 처음으로 투표한 의미 있는 해 파리에서 최초로 <엘르>가 발행되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제호인 '엘르(ELLE)'는 프랑스어로 '여성'을 의미해요.


<엘르>를 만든 저널리스트 엘렌 라자레프의 "심각한 모든 것은 가볍게, 아이러니한 모든 것엔 의미를!"이라는 말 한마디가 <엘르>의 성격을 말해주기도 하죠.


독립적인 여성을 위한 저널이었던 <엘르>는 1992년 11월, 국내 최초의 인터내셔널 패션 매거진으로 <엘르> 코리아를 창간했어요. 현재는 전 세계 45개 에디션으로 발행되고 있답니다. <엘르>는 여성을 사회 발전의 중심으로 바라보고, 여성이 사회 이슈에 참여하도록 강인하고 주체적인 모든 여성을 지지해요.


<엘르보이스> 뉴스레터 역시 이러한 발걸음 중 하나인데요. 2019년 <엘르> 매거진 9월호에서 출발하여 2021년 4월 첫 뉴스레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 여성으로 이뤄진 필자들이 관계와 커리어, 일상에 대한 다정한 조언을 건네며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닿고자 하고 있어요.

정답이 없는 시대, 여러가지 삶의 레퍼런스를 통해 나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여성'에서 시작하여 웰니스, 환경, 동물권 등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모든 것에 목소리를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엘르의 서른한 살 생일을 맞이하여 들려드린 <엘르>와 <엘르보이스> 이야기 어떠셨나요?


<엘르>의 31번 째 생일을 축하하는 메세지를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총 10분에게 아메리카노를 드릴게요☕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이두루님의 솔직한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보이스 초이스에서 반가운 언리미티드 에디션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틀림없는 내 편 만들기 챕터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필사하면서 다시 한번 읽었어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페미니즘,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새롭게 아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아는 것이 힘이다’와 ‘모르는 게 약이다’ 사이에서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에세이로 읽으니 너무 좋았어요. 이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아는 것이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님, <엘르보이스> 80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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