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동안 유유히는, 이름과 달리 하루도 유유히 흘러간 적 없이 발 동동 모드였습니다. 하루하루 새로 주어지는 퀘스트를 돌파해야 했고, 그걸 넘어서면 또 다른 퀘스트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다행히 얼굴도 모르는 모니터 화면 속 누군가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만으로, 여기가 어디인가 어리둥절해 있는 저에게 해야 할 일과 있어야 할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간 원고 데이터를 마감해서 인쇄소에 넘기는 것이 끝인 ‘만들기’의 세계에 머물렀던 제가 새로 도착한 곳은 “(치열하게) 파는 세계”였습니다. 어깨 너머로 주워들은 말들은 내가 할 수 있을까, 시작도 전에 잔뜩 움츠리게 했지만 막상 “제가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하나같이 친절한 가디언이 되어(제 눈에는 이미 날개 없는 천사들이었어요… 흑흑 ) 안내해주었습니다.


덕분에 반쪽짜리 세계를 벗어나 어렴풋이 출판사의 전체 세계를 몸소 체험하는 기분입니다. 한숨이 나오다가도 해결하고 나면 더없이 가뿐해져서는 발 뻗고 편하게 자는 밤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여러분 앞에 2월 1일, 예약 판매를 오픈했습니다(당일에도 배너 가이드를 그제야 받고 부랴부랴 준비하고 겪어야 할 시행착오들은 계속해서 발견하고 있지만요).


마케터 분들을 통해 건너 존재만 알던 MD님들과 직접 소통하며 유유히의 첫 책 장강명 작가님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기 위해서, 모니터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편집자인 저에게는 “출간일이 언제예요?”라는 질문이 판권에 박힌 날짜로만 알고 있다가, 그게 아니라 서점 MD님들은 배본일(출판사의 창고에서 서점 물류로 입고되는 날)이 출간일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깨닫는 나날입니다(다이어리에 정확히 적어두었습니다. “서점과 이야기할 때는 발행일이 아니라 배본 일정으로 이야기하기” 별표, 동그라미, 강조 쫙쫙).


오늘은 전국 서점으로 책을 보내기 위해 총판 업체인 북센과 미팅 및 계약을 하고, 교보문고 구매팀을 만나 배본 협의를 했습니다. 가장 큰 산이라고 여겨졌던 일이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역시나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하는 프로들이었습니다. 회사 안에서 책만 만들고 있다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판매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신생 출판사의 대표라는 역할이 조금씩 저에게도 핏이 맞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뻣뻣했던 새 옷이 제 몸선을 따라 익숙해지는 과정처럼요.

책 한 권을 내고 나면, 이제 신규 계약들도 다 마쳤겠다, 다음 책부터는 쉬워질 거라는 출판 창업 선배들 말만 믿고 오늘의 실수를 애써 털어내고 다시 두 무릎에 힘을 콱 줘봅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흥미롭게 읽어줄 독자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 책이 출간되었다고 더 널리 알려볼까 골똘히 고민에 빠집니다. 타인의 성취는 모두 부럽고 저 위치에 나도 당장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성취 이면에 우리가 모르는 시작이 있었다는 것, 그 시작은 늘 형편없기 일쑤고 헤매는 일이 다반사라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한 걸음씩 매일을 쌓아가야만 그 끝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날을 위해 유유히도 일단 꾸준히 달려가보겠습니다.


응원해주실 거라 믿어요!

일타 스캔들


연휴 동안 세간의 화제가 된 송혜교 언니의 <더 글로리>를 정주행한 뒤로, 세상 어두워진 이 마음을 달랠 길을 찾았는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전도연 언니가 나오는 드라마가 시작했다고 해서, 안 볼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1화를 재생했다가 4화까지 내리 보았습니다.


한파가 밀려와 여기저기서 동파 소식에, 폭탄 맞은 난방비에 속 시끄러운 소리만 들려오는 시절에, 여름을 배경으로(사전 제작을 한 줄 알았는데.. 메이킹을 보니.. 겨울에 한여름옷을 입고 찍고 있더라고요..? 배우도 참 극한 직업입니다) 한 드라마의 장면도 좋고요, 전직 국가대표라서 그런지 기운이 넘쳐서 세상 사람들을 모두 자기 가족처럼 여기며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남행선(전도연) 님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까요.


세상 까칠하게 굴며 시간당 본인의 몸값이 얼마인지 읊어대는 일타강사 최치열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남행선이, 저는 저희 엄마와도 겹쳐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받을 생각 없이 퍼주기만 하던 제 인생의 남행선 언니들의 얼굴이 주르륵 스쳐가기도 하는 겁니다. 선을 마구 넘는 남행선이 불편하다는 트윗들도 봤는데, 어쩌면 저런 친절도 내 생활에 여유가 있고 에너지가 있을 때 퍼주는 에너지도 받아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한 살씩 먹을수록 불쑥불쑥 남의 일에 참견하게 되는 에너지가 저에게도 생기면서, 웬 오지랖인가 하면서도 이게 다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일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무조건 행선언니 편이에요. 언니를 응원하면서 이번 주말도 기다립니다.


앗, 의도치 않게 최치열(정경호) 님 얘길 빼먹었는데, 프로 중의 프로, 1인자의 삶에 감탄합니다. 더불어 정경호 님 드라마를 처음 보는 저에게는 이 역할 = 이 배우 님으로 보여서 매우 즐기고 있다는 고백합니다.

☞ 드디어 장강명 작가님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예약 판매를 오픈했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서(된 줄 알았습니다..) 9일 배본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서지 등록을 하자 했던 것이(그것이 바로 예판이다 이 어리석은 대표님아) 예약 판매 오픈이었고, 해냈습니다(함성).


초판 한정으로 초단편소설 2종 중 1종 랜덤 증정(<방주를 등지고>와 <은혜를 갚지 마세요, 어머니>라는 소설인데, 제가 보장합니다. 정말 재밌는 소설들입니다. 특히 <방주를 등지고>는 이전에 작가님이 <재수사>를 론칭할 때 쓰셨던 <방주 앞에서>의 자매품 소설이라 함께 읽으시는 독자님들이 있다면 재미가 배가 될 예정!)이고, 장강명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 면지에 인쇄되었습니다. 그 외 각 서점마다 출간 기념 굿즈가 다르게 준비되어 있으니, 살펴보시는 재미도 잊지 마세요.


아? 저희 유유히 창업 축하로 개업 화분 못 보내서 서운하시다고요? 개업책 사시면 되니까 그 서운한 마음 서점에서 구매로 축하해주세요.


☞ 에디터리의 친한 친구 서점 사적인서점에서는 장강명 작가님의 비대면 사인회가 열립니다. 사적인서점 홈페이지에서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구매하시면서 사인 받을 이름과 작가님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요. 직접 사인을 받고 싶으신 독자님이라면, 혹은 장강명 작가님 팬인 친구에게 좋은 선물을 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사적인서점 홈페이지에서 책을 구매해보세요. 사적인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굿즈 디깅 포스터(<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에서 언급된 책 291종의 제목이 적혀 있어요)도 함께 준비되었습니다.

☞ 에디터리가 유튜브 채널 <해시온>에서 “깨어나세요, 작가님” 프로젝트에 인터뷰로 참여했습니다. 공백 님과 찌라 님이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이끌어온 유튜브 프로젝트인데요, 두 분이 각각 책을 출간까지 했고, 그 이후에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저를 초대해주셔서 기쁘게 다녀왔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2월 14일에 올라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책을 언젠가 쓰고 싶다 하는 분들이라면 채널을 구독하고 살펴보시면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공백 님, 찌라 님과 서로의 책을 들고 기념 촬영 한 컷. 저의 헤어는 헤어로투스 연하 실장님의 작품입니다 ㅋㅋ  

유유히의 전성기는 언제일까요? 제가 대신 대답해봅니다ㅋㅋ “(언제나) 바로 지금입니다!” (feat.강백호) 두 분 모두 레터의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감탄하면서 보고 있어요. 지난번부터 감탄의 답장을 쓰려고 했는데, 끼적대다가 말았는데, 답장 기다리는 설렘이 있으시다니, 이렇게 짧게 남겨봅니다. 유유히 로고도 넘 이뽀요!(인스타에서 에디터리님의 수영 일상 감탄하며 보는 사람입니다ㅋㅋ) 유유히의 속도대로 유유히의 리듬대로 유유히의 방향대로 유유히의 답을 찾아서! 유유히의 앞날에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ㅎㅎㅎ 나중에는 두 분이 대담? 대화? 티키타카? 뭐 그런 것도 좋겠다 괜히 의견 하나 던져봅니다ㅎㅎ

-옥수수차 님


요즘 누가 시키지도 않고 수입도 없는 일을 열심히 하다가 현타가 왔었는데, 박말례 선생님 말씀에 아멘을 외쳤습니다. 유유히 하고 싶은 거 하다가 로또 1등 당첨되는 꿈 꿀 거 같아요.

-칭다오 님


세상에 박막례 할머니와 안선생님의 가상 인터뷰.. 가슴에 깊이 새깁니다. 덕분에 저도 오늘 한걸음 내딛는 용기를 얻었어요.

-요술피리 님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위트보이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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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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