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아프입니다. 
산뜻한 봄기운 끝에 바람이 아직은 차갑지만 발걸음은 무척 가볍습니다. 3월은 뭐든 시작하기 좋은 달인 것 같아요. 무거운 옷을 벗어내고 움츠렸던 몸을 툭툭 털어낼 수 있으니까요.

파아프 뉴스레터는 "파아프 발효레터"라는 이름과 함께 새옷으로 갈아입고 여러분을 만나려고 합니다. 발효를 먹는것에 그치지 않고 보고 들으며 다양하게 감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발효문학 옹기에서는 김복희 시인과 함께 발효 키워드를 뽑아 시인의 관점으로 발효를 감각하는 글을 담습니다. 이번 키워드는 "기다림"입니다. Edition of Fermentation Music(EFM)에서는 발효문학 옹기의 글과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파아프는 3월부터 퍼멘트 타파스 바를 열어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서플라이 서울과 협업해 열리는 전시 <Mycota>의 작품 관람과 함께 발효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타파스 바를 위해 발효 음식을 연구하고 공간을 고민하며 보낸 시간이 방문하는 분들에게 맛있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계절이 바뀌어 새바람이 부는 요즘 파동이 일어나듯 잔잔하게, 때로는 힘차게 움직이기를 바라며 3월 파아프 발효레터를 전합니다.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봅니다. 따뜻하던 겨울옷이 한낮이 가까워올수록 무겁게 느껴지고, 뺨에 닿는 바람이 햇볕 가운데서는 조금 느슨히 불어오는 것 같아요. 저는 평일 아침이면 대개 혜화에 있는 한 시집 서점에 출석합니다. 출근이라는 말을 사용하던 때도 있었지만 요새는 출석이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서 저는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거나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도서관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고 여기는 작은 시집 서점이기 때문에, 고시 공부를 하는 이도 없고, 떠드는 이도 없고, 시집들과 책상과 의자와 제가 있습니다. 하루 중 세 시간 남짓, 꽤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와중에 제일 많이 하는 일은, 책을 읽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문득 멍하게 혜화 로터리를 등진 채 앉아 창을 투과한 오전 한순간의 빛이 저의 머리를 지나 서점 바닥에 그림자 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되도록 음악도 듣지 않고, 조명도 켜지 않고. 


나는 이 서점의 미생물 중 하나처럼 보글보글 작게 움직이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공식적으로 서점의 문 여는 시간은 점심 이후이지만, 제가 의자 하나를 차지한 채 앉아 있고, 판매를 기다리는 시집들이 여기 있으므로 손님들이 오전부터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서점 점원도, 서점 주인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미생물이므로, 손님 응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아주 소극적으로 응대합니다. 존재감으로 응대한다고 해야겠지요.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고, 한 시간과 한 공간을 공유하는 존재감으로요.


저는 밤에는 아침을 기다리고, 꿈을 꾸는 동안에는 꿈을 깨기를 기다리고, 저녁에는 밤을 기다립니다. 서점에서는 손님들을 기다리고요. 이 기다림의 순간들에는 언제나 미생물처럼 보글보글 조금씩 움직이는 제가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고서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어느 정도는 확신하면서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로요. 간밤에는 아침을 기다리는 사이에 꿈을 좀 꾸었습니다. 꿈에서 깨고 나서도, 꿈인 줄 모를 정도로 현실감이 넘치는 꿈이라 오늘이라는 시간, 어제가 바라 본 아침이 낯설었습니다. 그 꿈을 가지고 오늘 아침에도 서점에 왔습니다. 


제가 무엇이 되려고 이러나, 무엇을 쓰려고 이러나 잘 모른 채로, 존재감으로 손님들을 응대하며 손님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손님들도 미생물처럼 서점을 가득 채우고 있지요. 손님들이나 저나 조그맣게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봅니다. 겨울 내 작게 움직이고, 봄을 기다림으로써, 미생물처럼 다른 것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공평히 흘러간다는 사실이, 우리가 꿈을 꾸면 다음 날이 온다는 사실이, 우리가 기다릴 줄 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묘합니다. 

발효문학 옹기

글과 이미지를 옹기에 모으고 묵힙니다. 옹기 안에서 서로 뭉치고 섞여 발효되어 누군가의 일상에 퍼지고, 언어를 표현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문학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발효를 감각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복희 시인 소개 @molamola_me

“보고 들은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더 잘 보고 잘 들으려 궁리합니다.

그 궁리 중 하나로, 시를 쓰고 싶은 분들께, 

아주 작은,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쓰고 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도에서 태어나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가 있고 산문집으로 『노래하는 복희』,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가 있다.

3월 발효키워드 "기다림"에 어울리는 퍼멘테이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와 애플뮤직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김복희 시인의 <간밤의 꿈이 오늘을 빚듯이>를 읽으며 들어보세요. 
1. SUPpLY SEOUL X PaAp  & FERMENT TAPAS BAR 
<퍼멘트 타파스 바>
파아프와 요리사 구름이 시간과 애정을 담아 만든 발효 조미료를 활용한 작은 한접시를 내어드립니다. 쌀누룩을 베이스로 만든 발효 조미료는 재료의 맛을 자연스럽게 담고 발효의 깊은 맛과 톡톡 튀는 복합적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매주 금/토
17:00-23:00
워크인 가능하며, 캐치테이블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Mycota>, 이윤정
<Mycota>에서는 작가만의 일종의 균류를 선보인다. 최초 균이 되는 한가지 조각, 한가지 표면 등의 반복에서 작가가 개입하는 변수로 인하며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로 완성된 작품들은 공간에서 각자의 고유성을 띄며 개별 균류로 자립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로 완성된 작품 하나하나를 고유성을 지닌 개체로 인정하여 이윤정만의 Mycota 균류를 일군다.
@yoonjeonglee_studio
전시기간: 3.9-4.1
관람시간: 12:00-19:00
*화, 수, 목, 일 :일반관람
*금, 토 :타파스 바 이용 손님만 관람 가능 (17:00-23:00)  

장소: 파아프랩(성동구 아차산로5길 41)
2.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 참여
비건페스타는 기후변화, 환경 문제 등 이슈에 발맞추어 공동의 노력과 관련 브랜드를 소개하는 <그린페스타>를 동시 개최하여 채식주의를 넘어 지구 환경, 동물복지, 인권 등 사회 문제를 다각도로 조망합니다. 파아프 템페 외에도 다양한 비건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23.03.17(금) - 2023.03.19(일)
장소: SETEC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3104)
3. 마르쉐 작은시장x파아프 [식사 食事] 마무리 
파아프랩에서 열린 마르쉐 작은시장 [식사]는 2021년 10월 시작해 총 17회 시장을 열고 2023년 2월을 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같이 먹는 식사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무렵 먹는 일들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되찾고자 마르쉐와 파아프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한 시장입니다.
작은시장에서는 작은 규모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팀과 함께 매달 새로운 요리사가 템페를 활용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17명의 멋진 요리사들과 협업하고, 마르쉐 작은시장에서 만난 농부님들, 출점팀들 덕분에 음식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파아프랩에서 열리는 마르쉐 작은시장은 끝이 났지만, 파아프는 마르쉐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르쉐 농부시장@을지_발효 출점
3월 25일 (토)
11:00-16:00
을지트윈타워 (중구 을지로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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