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쿠팡 합배송 확대 배경 2.오늘의집 쇼룸 탐방기
 2025.07.23 25-036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로켓배송이 박스 하나로 오기 시작한 이유는
  02 오늘의집 오프하우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03 뉴스 TOP5 - '정육각은 과연 혁신이었을까?'


 로켓배송이 박스 하나로 오기 시작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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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뭔가 달라지지 않았나요?

혹시 요즘 쿠팡 로켓배송이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셨나요? 최근 물류 현장에서는 쿠팡이 무리하게 상자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며 말들이 많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변화는 꽤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도입된 ‘MPB6·7’과 ‘헤비박스’라는 포장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이 박스들은 최대 30kg까지도 한 상자에 담아 배송할 수 있다고 하죠.

지난 4월부터 ‘로켓그로스’ 상품에 ‘자동 번들’ 기능이 적용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입니다. 기존에는 상품 수량과 상관없이 개별 포장되던 구조였는데요. 이제는 2개, 3개씩 사면 자동으로 묶어서 한 상자에 담기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특히 이 기능은 원래 쿠팡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되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외부 판매자 상품까지 확대되고 있는 거죠.

쿠팡을 초창기부터 이용했던 분들이라면, 예전엔 주문한 상품마다 각각 다른 박스로 도착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다른 커머스들이 한 박스에 최대한 모아서 보내던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죠. 업계에서는 이를 ‘합포장’이라고 부르는데요. 쿠팡이 이 합포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지금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과 처한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쿠팡이 최근 들어 합포장에 진심이 된 이유는 결국 ‘비용 절감’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쿠팡의 배송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켓배송이 처음 도입된 이후로, 실제 배송은 주로 쿠팡의 직고용 인력인 ‘쿠팡친구(이하 쿠친)’가 담당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쿠팡맨’이라고 불리던 이들은 쿠팡 초기 흥행의 주역이기도 했죠. 다른 커머스에선 보기 어려운,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쿠팡이 오랫동안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일반 택배사에 비해 처리 물량이 적다 보니 건당 비용이 높았는데요. 한 증권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쿠팡의 배송 단가는 약 7,000원으로, 업계 상위 택배사의 평균 단가인 2,000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세 배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쿠팡의 최우선 과제는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조건 없는 무료 배송을 내세우고, 이후에는 와우 멤버십을 도입해 로켓배송 사용률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CJ대한통운을 제치고 택배 업계 1위 자리에 올랐고요. 물량 증가로 인해 배송 단가도 기존 택배사 수준, 혹은 그 이하까지 내려가면서 쿠팡은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고용 인력만으로 모든 주문을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주문량이 계절이나 시기, 심지어 요일 마다도 크게 달라지는 특성상, 더 유연한 구조가 필요했죠. 그래서 도입된 것이 ‘쿠팡 퀵플렉스’입니다. 이는 기존 택배사처럼 대리점을 통한 외주 방식으로 운영되며, 2022년 초 도입 이후 점차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구조 변화는 자연스럽게 ‘합포장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쿠친은 한 명이 몇 박스를 들고 가든 급여가 동일하기 때문에 상자 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퀵플렉스는 ‘박스당 특정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즉, 배송 박스 수가 많을수록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박스를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 거죠. 그래서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합포장을 확대하고 있는 겁니다.

약점이 생긴다는 뜻일지도요

일각에서는 이런 쿠팡의 합포장 확대 흐름이 전체 택배 업계로 퍼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만약 쿠팡이 이 방식으로 의미 있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다면, 경쟁사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다만 구조적으로 봤을 땐, 택배사들이 쿠팡처럼 합포장을 밀어붙이긴 어렵습니다. 쿠팡은 자체 창고에 재고를 보관하고, 주문도 단일 플랫폼을 통해 받는 구조입니다. 반면 경쟁사들은 창고도, 판매 채널도 각기 다르다 보니 합포장을 통한 효율을 만들기가 쉽지 않죠. 결국 쿠팡의 합포장은 내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다른 한편으론, 경쟁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던 시절 쿠팡이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건, ‘직접 운영’을 통한 세심한 서비스 덕분이었습니다. 크게는 익일배송을 업계의 표준으로 만들었고, 작게는 쿠친들이 고객에게 남긴 손 편지가 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지금의 쿠팡은 효율을 위해 외주 비중을 늘리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신 과거의 뾰족함은 점점 옅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배송 외 영역에서도 감지됩니다. 예전에는 와우 멤버십 하나로 모든 차별화 혜택을 제공했다면, 최근엔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추가하며 ‘스포츠 플러스’라는 별도 상품이 붙는 식으로 변했죠. CGV와 협업하는 등 모든 걸 직접 하던 방식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고요. 한마디로, 이전만큼 빠르고 일관된 전략을 펼치기엔 구조가 복잡해진 겁니다.

물론 당분간은 쿠팡을 정면에서 이길 플레이어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분야에서 뾰족한 전문성을 갖춘 버티컬 커머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쿠팡의 경쟁자들이 더욱 날카로운 포지션과 차별화된 경험으로 고객을 공략한다면 말이죠. 그리고 그런 시도가 충분히 모이고 치열해진다면, 지금까진 거침없이 달려오던 쿠팡도 언젠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집 오프하우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design by 슝슝 (w/ChatGPT)
  
우리도 앱 밖으로 향합니다

오늘의집의 첫 오프라인 쇼룸, 오프하우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은 아니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무신사인데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스탠다드를 묶은 ‘올·다·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오프라인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죠. 오늘의집도 그동안 여러 차례 팝업스토어를 열며 오프라인 확장의 가능성을 꾸준히 시험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첫 상설 매장을 선보이게 된 겁니다.

저도 소식을 듣자마자 주말에 직접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커머스를 키워온 오늘의집이 오프라인 공간을 어떤 식으로 설계했을지가 궁금했거든요. 또, 최근 리빙·인테리어 분야에서 경쟁 중인 29CM의 이구홈 성수나, 도심형 매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케아 강동점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지도 함께 살펴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오늘은 오프하우스에서 직접 보고 느낀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경험은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오프하우스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건물 전체를 쓰고 있었지만요. 막상 연면적은 약 200평 정도로 아주 넓진 않았습니다. 특히 오늘의집의 주력 상품이 부피가 큰 가구나 조명인 걸 생각하면 더 그렇게 느껴졌고요.

하지만 이처럼 크지 않은 공간 안에서도 오프하우스가 만들어낸 경험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감탄했던 건, 입장 순간부터 시작된 세심한 안내였습니다. 1층 입구에서 3층부터 관람하는 동선을 권해주는 건 물론이고, 각 층마다 직원이 직접 공간 콘셉트와 기획 의도를 설명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요즘은 디테일을 공들여 만들어도 전달되지 못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오프하우스는 응대를 통해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었던 거죠.


방문한 동안 가장 오래 머물렀고 인상 깊었던 공간은 역시 3층 ‘크리에이터스 아뜰리에’였습니다. 스타일링 된 쇼룸 자체도 감각적이었고, 이곳저곳에서 “예쁘다”, “귀엽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죠. 이 공간을 배경으로 포토이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점도 재치 있었고요. 오늘의집 앱에서 보던 ‘+’ 표식을 QR 코드로 구현한 것도 흥미로운 디테일이었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보면 마치 오늘의집 커뮤니티의 ‘집들이’ 콘텐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내부 구성뿐 아니라 외부 건물과 입지도 오프하우스의 감도를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한국건축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홍태선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 자체도 매력적이었고, 북촌이라는 입지를 감각적으로 활용한 점도 인상 깊었어요. 특히 2층에서 양쪽으로 펼쳐진 한옥뷰와 시티뷰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전통 건축의 차경 개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오늘의집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전 세계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죠. 오프하우스는 이러한 비전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요. 그런 점에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훌륭한 브랜딩 공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진도가 너무 느립니다

이처럼 오프하우스는 쇼룸과 경험 공간으로서 분명 잘 만든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직접적인 경쟁자인 29CM는 이미 ‘이구홈 성수’를 통해 브랜딩을 넘어 실질적인 ‘판매 공간’까지 확장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현장에서도 고객들이 단순히 구경만 하러 온 게 아니라, 실제 구매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2층 ‘스타일링 스튜디오’는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84㎡ 아파트 구조로 꾸며져 있었고, 오늘의집의 PB 브랜드 ‘레이어’와 리빙 셀렉트숍 ‘바이너리샵’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는데요. 많은 방문객들이 서랍을 열어보고, 치수를 재보고, 마치 이케아나 한샘 매장을 둘러보듯 진지하게 제품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에서 오히려 오늘의집이 앞으로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어요.

사실 수년간 오늘의집은 솔직히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지긴 했죠. 리빙 시장 자체가 축소된 영향도 있었지만요. 아무래도 쿠팡과 같은 종합몰부터, 29CM 같은 타 카테고리 전문몰들이 해당 시장을 노리고 확장한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오늘의집에 필요한 건, 단순한 브랜드 체험을 넘어 ‘광고가 되고’, ‘구매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접점입니다. 그래야만 본인들의 전문성을 살리고,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도 가능해질 테니까요. 공간 경험 구축에는 이미 성공했으니, 이제는 그다음 단계를 더 빠르게 밟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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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성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해야

      외형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려 합니다

      이들은 '건강한 루틴'을 앞세워 성장 중입니다

      여전히 메우지 못한 한계들이 존재합니다

      정체성은 지키면서 동시에 이익을 확보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