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상한 저녁식사 🍽 

스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레스토랑. 연회복 차림의 사람들이 기괴한 동물 요리를 먹고 있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땅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고, 식탁과 사람들이 그대로 아래 층으로 떨어지는데요. 웨이터와 연주자는 아래 층으로 내려가 태연하게 손님들이 뒤집어쓴 먼지를 털며, 요리를 준비하고, 음악을 연주하죠. 사람들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해요. 바닥이 뚫려 손님들과 식탁이 아래층으로 떨어지는 과정은 몇 번이고 반복되고,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사람들의 식탐은 점차 강해져요. 그런데 이번엔 더욱 커다란 진동이 느껴지더니 손님들과 식탁이 끝없이 아래로 추락하죠.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지배인의 착잡한 눈빛이 클로즈업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고.

탐욕과 인간 🍖

러닝타임이 불과 11분 밖에 되지 않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단편영화 <다음 층>에서 대사라고는 오직 "다음 층"이라는 지배인의 말 뿐인데요. 이 영화는 웨이터들과 음악가,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행위와 아래층으로 떨어지는 사건으로만 진행되죠. 그럼에도 <다음 층>은 사건의 연출과 행위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인간의 탐욕’이라는 중심 주제를 잘 전달해 줘요. 결국 사람들에게 열띤 반응과 호평을 받았고, 2008년 칸영화제에서 단편영화에게 주는 Canal+상을 수상했죠.

이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해석은 다양했는데요. 떨어진 후 태연하게 먼지를 털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이들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웨이터들. 이 모습을 통해 영화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탐욕, 빈부격차, 환경 파괴를 비판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어요. 또, 인종차별을 풍자한다는 등의 해석도 존재했죠. 사실 어떤 시각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어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모든 메시지를 압축해서 전달하고 있을 수도, 혹은 몇 가지만 의도했을 수도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줬고, 이에 대한 본인의 답을 찾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라는 거예요. 

인간에 대한, 인간에 의한, 익살극의 향연 🎡

장 미셸 리브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극 <동물 없는 연극>은 일곱 개의 단편 익살극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목이 말해 주듯 작중에 동물은 등장하지 않고, 대신 다양한 캐릭터들이 여러 가지 인간 유형을 보여주는데요. 그런데 인물들은 이상하게도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는 무언가에 속박되어 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오늘은 <동물 없는 연극>의 일곱 가지 극 중 첫 극과 마지막 극인, <갈매기>와 <추억>을 소개해드릴게요!

🪶<갈매기>: 손님은 머리를 자르러 이발소에 와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아요. 언뜻 보면 철학적인 얘기들 같지만 사실 의미 없는 질문의 폭격이었죠. 그런데 여러 질문들 중 하나가 이발사의 마음속 기저에 있던 ‘갈매기’가 되고 싶다는 어렸을 적 꿈을 떠올리게 해요. 손님은 그가 갈매기가 되지 못하게 막는 어떤 힘에 대해 공부하자고 설득하고, 이에 설득당한 이발사는 이발비를 받지 않고 손님을 보내주는데요.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에서 흰 새의 깃털을 발견하게 된다고.

🐟<추억>: 다섯 명의 아이들은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어요. 사실 이들은 감상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있는 거였죠. 그들의 대화 속에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인정 받고 모르는 사람은 바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안’은 무지하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아이들은 안을 놀리기 시작하죠. 논쟁이 격화되자, 아이들은 다툼을 그만두자고 해요. 그리고 인간이 진화하기 전에 사실은 물고기였다며, 서로 무시하고 놀리지 않는 물고기의 상태로 돌아가기로 한다고. 

각양각색의 연극, 그리고 그걸 보는 너 🎨

<동물 없는 연극> 속 7개의 단편들에서는 지식에 대한 맹신, 의미에의 집착, 진중함에 대한 강박과 같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심사들을 다루며 이를 풍자하고 있어요. 각 작품들이 품은 수수께끼 같은 질문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의문점을 가지게 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죠. 또, 이 연극은 관객들이 극적인 상황들을 목격하게 만들고, 어떠한 메시지나 감정들을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대사보다는 그 대사에 담겨있는 캐릭터의 뉘앙스와 태도가 중요한 작품이죠. 관객들은 상황마다 캐릭터들이 어떠한 인간성을 대표하고 있는지 그들의 행위에서 읽어낼 수 있어요.

👻: 극단 <어느날>은 어떤 극단인지 궁금해령!

💁: 극단 어느날은 ‘우리의 연극이 당신의 어느날이길 바랍니다’ 라는 모토로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인간을 공허하게 만들고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기적처럼 찾아오는 어느날이 있습니다. 그 어느날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어느날일 수도 있고,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는 어느날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연극이 관객들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세상을 살펴볼 수 있는 어느날이길 바랍니다.  

👻: ‘동물 없는 연극’ 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가령?

💁: 제목 그대로 ‘동물이 나오지 않는 연극’이란 뜻인데, 존재하고 있지만 인간에 의해 지워진 가치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는 인간에게 멀리 있는 동물들은 필요없다는 이유로 멸종되고 있으며, 인간에게 가까이 있는 동물들은 필요있다는 이유로 동물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동물 없는 인생(연극)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동물처럼 지워지고 있는 존재와 가치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없는 연극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지워지고 있는 존재와 가치들에 대해 환기와 전복을 꿈꾸는 연극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