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님은 죄가 없다.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12월에 보내드렸던 연말 특집에 이어서, 1월에는 한동안 소홀했던 한국 영화 특집 기획을 준비했어요! 이번 특집은 공통적으로 영화를 핑계로 한 그 이면과 바깥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려고 해요. 디핑이 좋아하고, 또 잘 하는 이야기들이죠... 😇😎

처음으로 보내드리는 국뽕(?) 특집에서 다루어 볼 영화, 힌트를 드리자면... 어마어마한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대하 사극입니다.



🍟 이순신 장군님은 죄가 없다.

영화 <명량> 공식 포스터
님, 우리나라 영화 관람객 수 1위 영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예상하셨겠지만 바로! 영화 <명량>입니다. 천만 관객을 넘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정확히 얼마야? 하실 것 같아요. 무려 1,700만을 넘긴 1,761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어요. 😱 각종 최단 기록을 갈아치우며 개봉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었는데요. 천만을 넘기는 것도 놀라운 판에, 이천만에 더 가까운 이 기록... 앞으로도 깨질 수 있을까 싶어요.
🔍 관객 수가 아닌 매출액 기준 1위 영화는, 디핑에서도 몇 번 언급되었던 <극한직업>입니다. <극한직업>의 관람객 수는 1,626만 명으로 <명량>에 비해 백만 명 정도 적어요. 아무래도 그 사이 오른 티켓값, 영화관의 고급화 전략 등이 맞물려 매출액이 더 크게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해외에서는 매출액 기준으로 영화의 흥행 순위를 매기지만, 한국은 관객 수로 순위를 낸다는 사실. 만약 해외 박스오피스와 같이 순위를 매긴다면? <극한직업>이 우리나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명량>의 흥행은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였어요. 국뽕(?) 영화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좋은 영화였다는 반응도 꽤 되었습니다. 개인마다 평은 다르겠지만, 분명 영화가 갖는 호소력이 있었으니! 이러한 대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그 당시, 영화 그 자체보다 더 논란이 되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입니다.

 •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  영화 산업의 수직 계열화
 •  해외 영화 상영도 그렇다면... 🤔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SBS, 오마이뉴스 기사 헤드라인 캡처
영화 <명량>은 개봉 당시 전체 스크린 수(2584개)의 60%를 차지했습니다. 스크린 점유율도 평균적으로 30% 후반이었고요. 이런 현상을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보는데요. *스크린 점유율은 <명량>이 한 회차 이상 상영된 스크린 수가 전체 스크린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해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한정된 영화관에서 <명량>이 많은 스크린을 가져갈수록, 더 많은 관람객이 <명량>을 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영화들이 생겨납니다. 게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명량>과 같이 많은 스크린을 가져가는 영화의 대다수는 대형 배급사 등 거대 자본이 끼어있는 영화들이라는 점입니다.  

영화 흥행에 있어서 스크린 확보는 중요합니다. 개봉 첫 주 영화의 접근성은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워낭소리>, <라라랜드> 등과 같이 소규모로 개봉했다가 입소문을 타는 덕분에 스크린 수가 늘어나는 소위 역주행을 하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또한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이 일어날 경우, 상영 시간대에도 영향을 주게 돼요. <명량>과 같이 많은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시작하는 영화들은 거즘 30분마다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골라서 관람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은 이른 오전, 아주 늦은 심야에 배정되어 관객들을 만나기 힘들어집니다. 님께서도 한번 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겠죠? 관심 있는 영화의 상영관이 적어서, 혹은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간이어서 아쉽게 관람을 포기했던 상황이요... 😥

이와 같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최근에 생겨난 것이 아니에요. 2006년 개봉했던 영화 <괴물>도 당시 스크린의 38%를 차지하며 비슷한 문제가 언급되었던 적 있습니다.


영화 산업의 수직 계열화
이런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는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여럿 얽혀있는데요. 소수의 대형 배급사멀티플렉스 극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산업 체계, 그리고 수직 계열화 문제가 섞여 있어요.

한국경제 제공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대형 배급사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은 총 4곳으로,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그리고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있습니다. 영화 시작 전 시그널을 통해 익히 보셨을 이름들이죠. 천만 관객을 넘긴 흥행작들의 경우 대부분 대형 배급사를 끼고 있는 영화들이거나, 디즈니, 소니 등 해외 유수 스튜디오들을 낀 대작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예외가 되는 케이스는 <왕의 남자>, <실미도>를 배급한 시네마서비스라는 회사 정도입니다. (강우석 감독이 만들었어요!) 천만 아래로 내려가도 상황은 비슷해요. 대기업 사이에 간간이 중소 배급사들의 이름이 보이는 형태입니다.

현대경제신문 제공
이어서, 멀티플렉스란 영화상영관, 쇼핑센터, 식당 등이 모두 한 건물 내에 갖추어진 복합 건물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가 이에 해당하죠. 국내 영화관의 경우, 전체 영화관의 97% 이상이 멀티플렉스 형태의 극장들이에요. 그 중에서도 CJ 계열의 CGV가 39% 이상을 차지하고요. 따로 독립극장을 찾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관객들은 위 세 곳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보게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중심의 산업 체계는... 수직 계열화 문제로 넘어옵니다. 영화 산업에서 수직 계열화란, 영화의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을 모두 한 회사에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해요. 영화마다 모든 것을 함께 진행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배급과 상영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관련한 내용을 초창기에 보내드렸던 <크루엘라> OTT 편에서도 정리해본 적 있는데요, 우리나라 외 미국의 케이스가 궁금하시다면 일독을 권해드려요.
🔍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수직 계열화 현황!
 •  CJ : CJ E&M (투자, 제작, 배급), CGV (상영)
 •  롯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수입, 배급), 롯데시네마 (상영)
 •  NEW : NEW (기획, 투자, 배급), 씨네Q (상영)
*쇼박스의 경우 오리온 그룹 계열사인데요. (여러분이 아시는 제과 회사가 맞습니다!) 과거 잠시 메가박스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2015년 메가박스의 지분 전체가 중앙일보 산하로 넘어가게 되어, 지금은 따로 상영 부문을 두고 있진 않습니다.
보시는 것과 같이,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맡는 회사의 모체가 같기 때문에 자신들이 투자하고 배급하는 영화에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할 수 있어요. 상영관과 배급사 간 계약에서도, 한쪽이 불리할지라도 전체 회사의 이익은 문제없게 만들 수 있겠고요. 이런 상황에서 영화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 배급사는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대형 배급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집니다.
반면, 다른 주장도 있어요. 아무리 같은 회사의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들이 찾아주지 않는다면, 즉 수익이 되지 않는다면 스크린을 몰아 줄 순 없다는 것이죠. 결국 영화관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수요를 예측해서 관객들이 많이 볼 법한 영화들을 스크린에 거는 것이라고요.

뉴스엔미디어 기사 헤드라인 캡처
영화 <명량>이 바로 이런 경우인데요. 처음 배정받은 스크린은 전체의 40% 가량이었다고 해요. (물론 이것도 높은 수치이긴 합니다만 😅)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은 아시다시피 그야말로 폭발적이었고, 좌석 판매율 또한 80% 이상을 찍었습니다. 이런 관객들의 수요에 힘입어, 영화관은 <명량>의 스크린 수를 대폭 늘리게 된 것이에요.


해외 영화 상영도 그렇다면... 🤔
어쩐지 CJ를 욕하는 글 같은데... 😅 그런 의도는 아니고요. 이는 비단 국내 배급사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마블 시리즈, 디즈니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영화는 국내 개봉 시 <명량>의 경우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스크린 수를 가져가거든요.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2> 공식 포스터
가장 논란이 되었던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겨울왕국 2>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835개로 역대 최다 스크린을 가져간 영화예요. <겨울왕국 2>의 경우 최대 2,648개의 스크린을 가져갔는데요. 스크린 점유율 50%를 유지하다, 하루는 88%까지 치솟으며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에서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디즈니를 고소하는 일도 발생했어요. 👉 관련 기사

위에서 덧붙였던 것처럼, 외화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수요와 공급의 역설이 맞물려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경우 사전 예매량만 230만 장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예매 오픈 당시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가 다운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고요.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영화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갱신해, 하루에만 113만 명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겨울왕국 2>도 마찬가지로 당시 예매율이 92%나 되었다고 해요. 높은 수요에, 극장은 그만큼의 공급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영화 <군함도> 공식 포스터
다만 극장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반대의 사례도 있어요. 바로 영화 <군함도>입니다. <군함도>의 경우, 개봉 당시 스크린은 2,000개가 넘었습니다. 나름 영화계에서 그 해의 대작으로 예상되었기에 많은 스크린을 가져갔는데요. 하지만 막상 개봉 후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역사 왜곡 문제로 여론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 관객 수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수는 천개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는데요. 천만을 기대하던 영화는 최종적으로는 관람객 수 659만 명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답니다.
🎬 정리해 보자면, 두 가지 주장입니다.
"한 영화가 스크린 수를 독과점했으니 많은 관객이 찾은 것이다." VS "아니다. 관객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가 잘 된 것이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수요가 먼저였을까요, 공급이 먼저였을까요? 경제 수업같은 용어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


영화는 산업임과 동시에 예술로 분류되는 장르입니다.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성장하기 위해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요. 이는 비단 영화 산업 안에서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극장을 찾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만약 소수의 기업들이 영화 업계를 쥐락펴락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요?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핑에게 오늘 소스를 읽고 든 감상과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음 소스를 통해 디핑러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한국 영화 특집의 첫 소스로 보내드린 <명량> 편,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비롯한 최근 콘텐츠 업계의 동향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재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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