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출판계가 궁금한,
조이다현이자 조다현님과 인터뷰
박예림: 반갑습니다. 다현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조다현: 안녕하세요. 저는 조다현이라고 합니다. 조이다현으로 불리고 싶기도 해요. 글목일 기수는 두번째 참여하고 있는 것 같네요. 반가워요.

박예림: 조이다현은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조다현: 아버지 성이 '조'이고 어머니 성이 '이'에요. 저는 두 분의 성을 모두 쓰고 싶어서 조이다현으로 이름을 변경해두었는데 개명하기엔 과정이 복잡해서 그냥 조이다현으로 불리길 원하고 있습니다. 영어이름이 JOY이기도 해서 찰떡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현의 의미가 영단어 JOY와 상통해서 그렇게 지었거든요.

박예림: 전 인터뷰이셨던 동근님의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당신의 삶을 가장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조다현: 최근 들어 엄마를 선택하고 싶지만, 제 인생을 통틀어 보았을 때 저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만들어줬던 애경씨가 저를 가장 빛나게 해주었던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의 의지로 장애 어르신들과 짝을 지어서 놀이 활동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동고동락하는 복지촌 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심했고 봉사에 대한 신념 같은 것도 없었어요.

봉사활동을 마친 후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데, 저는 '왜 나를 여기다 보낸거냐!'라고 분노에 가득찬 편지를 썼어요. 하지만 짝궁 애경씨를 보고나서 엄청 후회했습니다. 애경씨는 “내 짝궁 좋아!”라고 썼어요. 애경씨에게 해준거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방금 막 만난 것 뿐이었는데. 그 누구보다 이렇게 순수하고 나를 조건 없이 좋아해주는 사람 옆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나.’ 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 봉사가 끝나고 다른 봉사활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애경씨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빛나게 만들려 노력할 수 있었어요.

박예림: 이후에 애경씨와 가까워졌거나 가까워진 계기가 있었을까요?

조다현: 2박 3일 활동을 통해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 추후에 연락을 취할 수 없었어요. 첫 만남의 순간이 저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장애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장래희망이 9999번은 바뀌었는데 봉사하고 나서 사회복지사 되겠다고 당차게 말하고 다녔거든요. (웃음) 편견이라는 게 있어서 안 되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사람일 뿐!

박예림: 다현님이 진행하신 <JOINTERVIEW>를 통해서 선한 영향력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글목일기> 구독자에게 어떤 프로젝트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조다현: 제가 출판계, 특히 마케팅 쪽에 관심이 많아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인터뷰에요. 추후 커리어 전향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진행하는데 동력이 컸고요. 그중에서도 작은 동네 책방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요. 진짜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책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출판사 마케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책과 가까워지게 되었는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출판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동네 책방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상단 이미지를 클릭시 인터뷰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박예림: 전부 기억에 남았을 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나 책방이 있을까요?

조다현: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속초에 위치한 문우당 서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역사가 깊어 가장 가보고 싶던 책방이기도 했고 책방 곳곳 독서인들을 위한 배려의 흔적들이 보이는 공간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다채로운 서점이기도 했고요.

박예림: 어떤 점이 다채롭다고 느껴졌나요?

조다현: 서점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점이 남다르셨어요. 서점의 우연성을 짚어주시면서 서점이 책을 사는 곳도 되지만 책을 만나기 위함이라는 것 그리고 문우당 서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정체성을 띨 수 있도록 서점 내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고 굿즈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채로움을 느꼈어요.

[출처] 문우당서림 인스타그램 @moonwoodang_bookshop 

[출처] 문우당서림 인스타그램 @moonwoodang_bookshop
박예림: 책과 글, 책방이 좋아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조다현: 어렸을 때부터 책을 정말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게 되었어요. 그러다 약 2년 전쯤 독서모임에 참여했는데 세상에 재밌는 책이 많은 거에요.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크기도 했고 비슷한 시기를 겪었지만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 이야기를 제 상황에 대입하다 보니 책은 제 마음 치료사 같아요. 책과 글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이 머무는 공간을 좋아하게 된 것이죠.

박예림: 가장 치료가 되었던 책이나 인상 깊었던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조다현: 옛날에 읽었던 책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나마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이 있어요. 한 문장 한 문장 읽다 보면 릴케가 시인에게 쓴 게 아닌 어느 세대를 살아갈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말들을 적어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에요. 거의 모든 문장에 다 밑줄을 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정말 많다는 것인데! (웃음) 모두 이 책을 언젠가 읽어 보시길 바라면서 도입부의 문장을 공유하고 싶어요.

당신은 아직 젊으시며 무엇보다도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감히 부탁드리는 것인데, 제발 당신의 마음의 밑바닥에 도사린 미해결의 문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그 문제 자체를 밀폐된 방이나 낯선 말로 씌어진 책처럼 사랑하시고 지금 당장 성급히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지금까지 그 해답을 갖고 살아 보시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해도 그 해답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살면서 체험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우선 그 문제 속에서 살아보십시오. (중략) 그곳으로 자신을 이끌어 가십시오.

박예림: <JOINTERVIEW>에서는 인터뷰어 역할을 하셨고, 지금은 인터뷰이의 상황인데 두 상황에 대한 마음가짐과 느낌이 다른가요?

조다현: 인터뷰어일 때는 무언가를 이끌어 내고 싶어서 정말 많이 고민했었어요. 원하는 깊이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질문도 여러 번 고치면서 고심했는데, 인터뷰이가 되니 더 고민이 되네요. 어떤 말을 전해야 할까, 어떠한 생각이나 문장이 나를 오롯이 대변해줄까 하는. 두 상황 모두 고민이 깊어지는 자리인 것 같아요. 마음가짐은 언제나 무엇을 하던 열심히! 

박예림: 굳이 둘 중의 하나를 고르자면 어떤 역할이 편하신가요?

조다현: 저는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인터뷰이가 좋네요. 제 이야기를 말하는 게 너무 좋아요. 수다쟁이st! (웃음)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만 말이죠.

박예림: 다음 인터뷰이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조다현: 이전에는 별 감흥 없었던 느낌의 안부를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고 건네고 싶어요. 잘 지내고 있는지, 별 탈 없는지, 오늘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했는지, 다음 인터뷰이의 하루는 어땠는지 질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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