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와 블랙 코미디가 결합되어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기생수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 때문인지 처음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그 어떤 작품보다 기대와 우려가 컸다고 해요. 외계 생명체와의 공생, 대립이 핵심 소재였기 때문에 어설픈 연출로 원작을 망치지는 않을까 하는 팬들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호평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해요.

고등학생 신이치는 갑자기 어떠한 생명체로부터 오른팔을 공격당합니다. 그 공격으로 인해 신이치의 오른팔에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살게 되죠. 그에게 기생하는 일명 ‘오른쪽이’는 신이치의 오른팔에서 그와 함께 공생하게 됩니다. 그 둘은 사람들의 뇌에 기생하여 인간들을 죽고 죽이는 다른 기생 생물들과 전쟁을 하게 돼요. 이러한 거대한 움직임으로 인간 사회를 어지럽히는 기생 생물에 대해 신이치는 이런 말을 전합니다. 인간을 먹거나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이죠. 이때 ‘오른쪽이’는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간은 소와 닭 등 다양한 생물을 먹지만, 우리 기생 생물들은 인간만을 먹이로 생각하는 것이니 더 낫다’라고 말이죠.

신이치의 말은 우리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죠. 특히 우리가 모르는 생물들이 인간 사회를 어지럽히며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른쪽이’의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하게 울릴 정도로 놀랐습니다. 다른 생물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은 안 되지만, 우리는 이미 다른 생물들을 공격하고 끝없이 죽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지하게 된 것이죠. 인간들은 지구 안에서 생물과 자연을 스스럼없이 공격하고 지배하며 살아갑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유로 높은 위치에 서있을 수 있었던 것이죠. ‘어쩌면 인간은 우리의 존재를 가장 너그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기생수>는 인간만을 고귀하게 여기며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부조리한 부분, 그리고 인간의 손에 의해 무너지고 파괴되는 자연과 동물, 마지막으로 이 지구 안의 여러 존재와 그 존재론적인 의미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와 동명의 만화인 원작 속 해설에 따르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비판하는 내용을 주제로 삼았다고 해요. 기생 생물보다 오히려 악마에 가까운 생물은 인간이라는 부분과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좀먹는 기생수라고 표현한 부분도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기생수>는 인간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생물은 모두 지구에 기생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했다고 하죠. 이렇게 작가는 인간의 존재와 함께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의 존재론적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기생수>를 보신 부귀맨 여러분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생수>의 원작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만화인데요.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의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그렸는데요. 만화잡지에 연재되었고 단행본 10권이 무려 10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어요. 이후 기생수 파트1은 2005년 미국의 뉴라인시네마사가 판권을 사들였지만 2013년까지 영화화되지 않아서 판권이 만료돼 일본의 도호가 판권을 획득한 뒤 <기생수 파트1>을 제작했다고 해요.

이처럼 원작인 만화에서는 기생수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좋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제작 당시 컴퓨터 그래픽에 많은 비중을 두었어요.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컴퓨터 그래픽은 기생수의 자연스러운 묘사에 힘을 실었는데요. 특히 다양한 형태로 바뀌는 오른쪽이의 모습은 이질감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그 외 다른 기생수들도 생생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몰입에 도움을 주고요.

반대로 기생수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정교하게 작업했다고 해요. 기생수마다 서로 다른 패턴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어요. 그 과정에는 기생수를 연기한 모든 배우들을 동시에 많은 카메라로 촬영해서 입체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스캔을 진행했다고 해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생수의 변화하는 모습을 만들어 갔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아 첫 3주는 성과없이 계속 실패하였고, 결국 각 기생수에 따라 다른 개성을 지닌 모습을 창조해낼 수 있었어요.

이를 위해 실제 배우들이 촬영할 때는 완성될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에 임해야 했는데요. 신이치 역의 소메타니 쇼타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될 오른쪽이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1인 2역의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해요. 영화 속 움직이는 오른쪽이의 모습도 100% 컴퓨터 그래픽은 아니에요. 일본의 대표 연기파 배우 아베 사다오의 모션캡쳐 연기로 생생한 오른쪽이를 담아낸 거죠.

킹스맨

★★★★☆ (4.5/5)

외계 생물과의 공생, 대립을 단조롭지 않게 풀었다.

프로도

★★★ (3.0/5)

만화, 애니와 또다른 매력의 실사화

심바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