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론 앤 어라운드] 에세이 
<일을 한다는 것>을 보내드립니다. 
작가로, 인디펜던트 워커로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씁니다.
제가 읽고, 뽑은 콘텐츠도 보내드립니다. 
제 주관과 편견이 '다분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원문을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 Aa Essay 일을 한다는 것 023

자신만의 스타일, 나라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그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지.’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말입니다. 아마도 작가들에게 이것보다 더 좋은 칭찬을 없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작업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집니다.


흔히들 그 사람의 스타일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하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그 말에 흔쾌히 동의합니다. 마흔 살이 넘은 이들에겐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마흔 넘은 사람은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해온 행동과 생각이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사람의 얼굴에 퇴적되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의 직업과 생활 방식, 취향, 습관, 말투 등이 알게 모르게 어울려 그 사람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작업자에게 ‘스타일이 있다’라고 말하는 건 아마도 다음과 같은 뜻에서 하는 말일 것입니다. ‘당신은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한 태도로 성실하게 작업을 해오며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고, 당신만의 시각과 사상, 세계관을 그 토대 위에 올려, 독창적이고 훌륭한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다.’ 태도와 취향, 시선, 생각, 표현 등 이 모든 것이 어울려 하나의 ‘스타일’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스타일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두근대고 멋집니다.


다시 여행작가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당연하게도 먼저 시장에 들어와 있던 작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잡지와 신문(그때만 해도 잡지와 신문, 사외보가 작가들의 주활동 무대였습니다)을 펼치면 항상 나오는 이름들이 있었죠. 그들의 글과 사진은 정말 훌륭했고 사진도 뛰어났습니다. 모두들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베테랑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실력 뿐만이 아니라 견고한 카르텔과 인맥을 통해서도 일을 하고 있었죠.


행운이었던 건, 당시만 해도 시장에는 작가들이 부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글과 사진을 웬만큼 만들 줄 안다면 여행기를 실어 줄 매체를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잡지와 사외보에서는 여행 원고를 꼭 한 두 꼭지는 실었습니다. 에디터 입장에서는 화려한 사진과 글로 만들어진 여행기사는 매체를 손쉬운 방법으로 메우기 좋은 수단이었던 거죠. 손이 많이 가는 다른 기사에 비해 여행기사는 ‘가성비’가 뛰어난 원고였던 셈이죠.


언제부터인가 ‘여행작가학교’가 이곳저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여기저기서 ‘학교’나 ‘강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뜻입니다.) 저도 강의를 나갔습니다. 원고를 쓰고 강연을 하고 책을 냈습니다. 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바쁜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여행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카메라가 점점 좋아졌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근사한 여행사진을 찍을 줄 알게 된 것이죠. 잡지에 실릴 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예전에는 어느 정도의 훈련과 연습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카메라 촬영모드 다이얼을 ‘P(Rrogram)’ 모드에 놓고 찍은 다음 약간의 포토샵 작업만 거치면, 초점이 안맞거나 흔들리지만 않았다면 누구나 잡지에 실을 수 있을 만한 근사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지금은 어렵지만 당시에는 누구나 약간의 돈만 있으면 여행을 갈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주위에는 뉴욕, 런던, 파리, 방콕, 남미,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온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젊은 배낭여행자들은 오지를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여기저기에 원고를 뿌려댔죠. 서점가에도 ‘여행사진 에세이’ 시장이 만들어졌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지 못한 작가들은 ‘독립서점’으로 진출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이 등장하고 상품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마케팅에서 말하는 ‘브랜딩’ 전략이었죠. 다른 작가와 차별화되는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타일을 구축해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콘텐츠와 태도.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작품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됩니다. 콘텐츠와 태도, 이 두 가지는 시간과 신뢰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남들이 다 찍는 사진이 아닌 나만의 포즈와 감성, 분위기가 담긴 사진을 찍자. 남들이 다 쓸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아닌, 나만의 스타일로 글을 쓰자. 그래야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먼저 글과 사진에 대해 몇 개의 키워드를 잡았다. ‘위로’와 ‘행복’ ‘마음’이 그것이었습니다. 의뢰를 받아 만든 원고에 이런 이야기를 조금씩 넣었습니. 사진 작업도 이 키워드를 주제로 찍었습니다. 단행본 작업도 이 주제로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십 년을 이어가니 비로소 제 스타일이 만들어지더군요. 작업 의뢰가 들어올 때 ‘작가님의 스타일대로 해주세요.’ ‘작가님 스타일이 잘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하고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작가로 살아남고, 생활해 올 수 있었던 건 ‘나만의 스타일’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역시 식당과 다를 다를 바 없습니다. 비슷비슷한 맛을 내는 메뉴를 가지고 식당 문을 연다면 손님이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온다고 해도 단골이 되기 힘들 뿐만아니라 오래 가지도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거든요. 역시 똑같은 콘텐츠에 비싼 비용을 지불할 클라이언트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로는 승산이 없다는 말이죠. 페라리가 현대차보다 여섯 배나 비싼 이유는 단지 성능이 여섯 배나 좋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성능은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능을 100% 다 쓸만한 도로도 없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페라리를 가지기를 열망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갖고 싶은 건 페라리가 아니라 페라리가 가진 명성과 스타일, 브랜드죠. 그리고 거기에 기꺼이 돈을 내는 것이고요.


보석 브랜드 ‘티파니’와 대형 마트 체인점 ‘코스트코’ 사이에 벌어진 ‘반지의 전쟁’이 있습니다. 2012년 코스트코가 자사 매장에서 ‘티파니’라는 이름을 붙인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판매하면서 다툼이 시작됐는데요, 당시 티파니 측은 코스트코가 위조품을 판매해 상표권을 침해하고 184년 된 회사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코스트코 측은 ‘티파니'라는 용어가 반지에 보석을 고정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단어라고 반박했죠. 결론은 티파니의 승. 법원은 동일한 제품군(보석)에 대해 인지도가 높은 유명 브랜드와 같은 명칭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논쟁의 여지가 충분하고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며 코스트코가 티파니에게 21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티파니와 코스트코의 다이아몬드 반지 감정가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2005년, A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두 회사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 감정가는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티파니가 코스트코보다 2.5배나 더 받았습니다. 티파니가 코스트코보다 2.5배나 더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티파니라는 브랜드 때문일 것입니다.  티파니는 1837년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무려 184년이나 평판과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티파니라는 스타일을 만들고 그 스타일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거죠.  티파니 홈페이지에는 회사를 소개하는 이런 카피가 있습니다.

“Glimpsed on a busy street or resting in the palm of a hand, Tiffany Blue Boxes make hearts beat faster and epitomize Tiffany’s great heritage of elegance, exclusivity, and flawless craftsmanship.”

‌‌‌‌“바쁜 거리 유리창 너머로 볼 때나 손바닥 위에 놓여 있을 때, 티파니 블루 박스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블루 박스는 티파니의 우아함, 희소성, 그리고 흠 없는 장인 정신의 헤리티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아함, 희소성, 흠 없는 장인정신, 헤리티지. 이 네 가지 요소는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티파니는 ‘우아함’이라는 콘셉트로 보석을 만들어, 오직 티파니만이 줄 수 있는 ‘희소성’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이 가치는 ‘흠없는 장인정신’에 의해 구현됩니다. 완벽한 품질의 보석을 만들기 위해 티파니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헤리티지는 이 보석을 지금까지 만들어온 역사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코스트코보다 티파니가 더 비싸지만, 티파니라는 브랜드를 믿고 흔쾌히 돈을 지불합니다. 


스타일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내일부터 나는 이런 스타일로 작업을 할 거야라고 해서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스타일은 시간과 신뢰가 꾸준히 축적되어 구축되는 것입니다. 마흔 이후 얼굴에 그 사람의 인생이 드러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제가 꾸준함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도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쏟아부은 시간이 쌓이고 쌓여 팔로워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스타일이 있어야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같은 상품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1)일단 시작을 하세요. 2) 전략을 세우고 3) 꾸준히 하다보면 4)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5) 팬덤이 형성되며 6)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자신만의 것 ; 이것이 오리지낼리티의 정의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 사람 자신의 것인 어떤 것.  

✓ Clip 글쓰기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1. 기업가치 950 달러의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는 매달 발간하는 '개발자 매거진' 자체 출판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2. 스트라이프는 아마존처럼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내러티브 문서를 사용한다.


3. 글로 명확하게 표현될수록, 의도와 메시지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4.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서 '글쓰기' 일을 잘하기 위한 중요한 능력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5.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협업툴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6.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협업툴에서 '' 통해서 다른 동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7. 우리가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영상회의를 때와 달리 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많은 정보가 생략된다.


8. 그래서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강조'해주는 ,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요소가 밖에 없는데


9. 앞서 말한 내러티브 방식의 글쓰기는 사고의 복잡성을 키우고 효과적으로 일을 하고 오해를 줄일 있다.


10. 글을 잘쓰는 팁이 있다면? “일단 쓰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리뷰를 부탁해야 해요. 개발자들도 코드를 리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언제나 읽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해요. 어떤 독자는 어려운 단어가 있는 것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거든요.”

✓ Words 늦지 않았습니다. 해보세요.

뭔가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실패할 거라고,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라고 하더군요. 제 경험상, 실패했거나 도전하지 않았던 사람은 안 된다고 하고, 성공한 사람은 하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성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저처럼 시도하는 사람에게 말해주려고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일단 해보세요" 라고요.  😎


- Alone&around

 💬 에세이 '일을 한다는 것'은 12월에 연재를 마치게 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에세이를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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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한빛로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