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운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숭곡중에는 특수학급이 두 학급 있고 한 학급 당 학생이 여덟 명 정도 있어요.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이나 학생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하다 보니 교내에 장애 친화적인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죠. 그 부분은 제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학교장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늘 협조해 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지금 특수학급 교실 위치만 봐도 느껴지시죠. 중앙 정원 뷰에다가 햇볕도 가장 잘 드는 교실이거든요.

 

특수학급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고 싶어 지역을 먼저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5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곳은 지역사회고 또 지역사회에서는 학생들을 맞이해줘야 될 의무가 있잖아요. 우리 친구들의 플레이그라운드는 성북구란 말이죠. 그래서 성북구 내에 관공서, 은행 같은 시설을 방문하는 ‘지역사회 적응 교육’을 진행했는데, 자체적으로 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우리 동네 보물 찾기’라는 지역 탐방 프로그램을 발견했어요. 탐정이 되어서 성북구 곳곳을 탐방하는 내용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우리동네보물찾기> 👉 프로그램 구경하기 

그래서 재단에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당시 ‘우리 동네 보물 찾기’ 프로그램 회고 자리에서 장애 학생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와 고민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연락이 와서 반가우셨다고 하셨어요. 어딜 가든 항상 저자세로 부탁드리는 위치였는데 환대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해서 ‘우리 동네 보물 찾기’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특수학급 중학생에 맞게 프로그램을 수정했고요. 한 발짝 더 나아갔던 부분은 비장애 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통합교육 형태로 진행하니 비장애 학생도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장애 학생도 비장애 학생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어요.

 

‘로이 쌤 언제 오세요?’

특수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의 즐거운 만남

학교 안과 학교 밖, 특수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을 연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그러나 성북 문화예술교육가들, 그리고 숭곡중 특수학급 학생들이 서로를 만나 우정을 쌓으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그 연결의 값짐을 알려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학생들은 '로이 쌤 언제 오세요?'를 물으며 문화예술교육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이후로도 꾸준히 문화예술교육활동을 해오셨죠.

문화예술교육가들과 함께 학교 상황이라든가 아이들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했어요.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방과 후 교실이나 동아리 형태로 진행해야 했는데,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공식적으로 비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급 교실에 와서 함께 문화예술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죠.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서 어떤 활동을 진행하셨는지 말씀해 주신다면요.

레크리에이션이라고도 하는 놀이 활동을 주로 했어요.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릴 만한 놀이가 많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서 운동회에서 하는, 달리기를 한 다음 매달려 있는 과자를 먹는 게임은 비장애 학생들에게 익숙한 놀이예요. 그걸 변형해서 몸을 다르게 움직이거나 젓가락을 이용해서 과자를 먹는 식으로 하는 거예요. 통합교육이라고 하면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데 놀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방법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또 어떤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문화예술교육가분들과 함께한 활동을 정규 교과로 도입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여가생활 활용’ 이라는 교과를 시작했어요. 비장애 학생들은 주말에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데, 우리 친구들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물어봐도 그냥 ‘집에서 TV 봤어요’, ‘게임했어요’ 정도예요. 누가 방법을 가르쳐주기만 하면 우리 친구들도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수업을 만들었죠. 성북동의 한 카페에 가서 커피에 관련된 전문 지식도 배우고, 실습도 해보는 바리스타 체험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요즘은 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투리 천이나 버려지는 재료를 활용해서 액세서리 같은 걸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는데요. 학교에서는 잘 모르는 부분인데 전문가분들이 재료나 재활용 기계를 다 준비해 오셔서 우리 친구들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시니까 좋더라고요.

 

수년간 성북의 문화예술교육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어떠세요?

그분들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져오시고, 저는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에 맞춰서 어떻게 전달을 하면 좋을지 안내하고, 그렇게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서로 관계가 쌓여가며 프로그램도 발전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래 같이 해주신 이은엽 활동가의 별명이 ‘로이’거든요. 수업 날이 아닌데도 학생들이 ‘로이 쌤 언제 오세요?’ 하고 자꾸 물어보고, 오늘은 안 오신다고 하면 실망해요.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라는 거죠.

 수업을 진행한 로이쌤과 경순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인터뷰 보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지역사회에 계신 분들과 함께 만드는 일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안에서만 지내다 보면 사고가 한정될 수밖에 없거든요. 새로운 것에 대한 갈급함이 늘 있어요. 물론 많이 바뀌고 있지만, 학교는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인 곳이라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생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특수교육 분야에는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문화예술교육가들과 함께 학교 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가분들은 학교 시스템이나 일과를 잘 모르시니까 그런 부분을 맞춰가는 게 처음에는 좀 어려웠어요. 그리고 우리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길고 어렵거든요. 이미 관계가 끈끈하게 형성된 분이 계속 와주시면 좋은데,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난감하죠. 그런데 성북의 문화예술교육가분들이 다른 일을 뒤로하고서라도 우리 친구들을 계속 만나주세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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