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호불호없는 돈가스

포크  양식에서, 고기ㆍ생선ㆍ과일 따위를 찍어 먹거나 얹어 먹는 식탁 용구
표준국어대사전
사소한 물건의 역사
editor 수담


양손 나이프가 국룰 🔪🔪
포크가 등장하기 전 유럽에서는 보통 손으로 식사를 했어요. 나이프를 양손에 들고 먹는 것은 귀족들만 하는 가장 세련된 식사법이었죠. 1530년 에라스무스는 예의범절에 관한 책을 출판했는데요. 그 책의 내용은 ‘음식을 먹을 때 최대 세 손가락만 사용하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리지 않는다면 냄비에 손가락을 넣더라도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포크가 처음 도입된 건 7세기 초 중동의 왕실이었고, 11세기가 되어서야 이탈리아로 전해졌어요.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도 포크가 사용된 경우가 확인됐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죠. 11세기 이탈리아의 포크는 두 개의 갈퀴를 가진 형태였는데요. 주로 부엌에서 고기를 썰고 나누는 데 사용되었어요. 갈퀴가 두 개였기 때문에 나이프와 달리 고기를 썰 때 쉽게 움직이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었죠.
귀족의 전유물 또는 조롱의 대상 🍴

하지만 14세기까지는 포크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어요. 14세기 프랑스의 왕이었던 샤를 5세의 물품 목록에 은과 금으로 된 포크가 있었지만, 포크는 손가락을 더럽힐 수 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 사용했다고 해요. 식사용 포크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치가 1533년에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로 전해졌어요. 그러나 아직도 겉치레용 장식 정도로 여겨졌죠. 17세기 초까지도 영국에서는 손과 나이프로 고기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포크를 이용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어 놀림거리가 되었죠.

포크 모양의 변천사 🍽️

17세기 말부터 포크는 점점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데요. 대중화되면서 모양도 변하게 되죠. 원래 포크의 두 갈퀴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있었는데, 긴 갈퀴로는 음식을 먹기 불편했기 때문에 점점 갈퀴의 길이가 짧아지고 가늘어졌어요.

또한 당시 포크는 음식이 쉽게 빠져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갈퀴의 숫자도 늘어나게 됩니다. 18세기 초 독일에는 네 갈퀴 포크가 등장해 오늘날과 모양이 같아졌죠. 5~6개의 갈퀴를 단 포크도 나왔으나 네개가 표준으로 굳어졌어요.

18세기 식사법은 나이프로 음식을 썰고, 그것을 포크 위에 얹어 먹는 방식이었죠. 앞서 이야기했듯이 초기의 포크는 굽어있지 않아 음식을 먹을 때 떨어트리지 않으려면 포크를 수평 상태로 유지해야 했어요. 게다가 일직선으로 뻗은 갈퀴가 입천장을 찌르는 일도 있었죠. 이 때문에 18세기 중반 무렵 포크의 표준 모양은 아치형의 곡선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포크만 77가지 사용하던 브리저튼 가문 😮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가 되면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가 돼요. 심지어는 나이프를 이용하는 것이 몰상식하다는 인식까지 퍼지게 되면서, 나이프 겸용 포크가 등장하게 됩니다. 1869년 리드앤바턴(Reed & Barton)사는 자르는 포크 특허를 냈는데요. 처음에는 만찬용과 디저트 포크를 출시하였고, 파이 포크, 구운 과자 포크로 확장되었죠. 이어서 샐러드 포크, 레몬 포크, 피클 포크, 아스파라거스 포크, 정어리 포크 등 온갖 종류의 포크가 등장하게 돼요.

20세기 중반 속도와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와 일반적인 집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온갖 종류의 포크는 유행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리드앤바턴(Reed & Barton)사의 식기 세트는 1907년 무려 77가지 품목에서 1965년 겨우 10가지 품목으로 줄어들게 되었죠.

헨리 페트로스키,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김영사, 2014
김지룡, 갈릴레오 SNC, 사물의 민낯, 애플북스, 2012
사소한 영어 표현
editor 지민
Fork in the road  분기점, 선택의 기로
길 위에 커다란 포크가 놓여져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포크의 뾰족한 끝부분을 따라 길이 나눠지겠죠. 따라서 'Fork in the road'는 '삼거리' 또는 '분기점'을 뜻하는데요. 더 나아가 비유적인 표현으로는 두 개 이상의 선택이나 기회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즉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ex) After college, I was at a real fork in the road.
     Should I try to find work right away, or should I go back to school to pursue a master's degree?
     대학 졸업 후 나는 선택의 기로 앞에 놓였다.
     
바로 취업을 해야 할까 아니면 석사 과정을 밟아야 할까?

Stick a fork in something  끝나다 
어떤 것이 끝났음을 표현하는 관용구예요. 고기를 구울 때 다 익으면 포크로 찔러보는 것에서 유래한 표현인데요. 대개 무언가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할 때나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하는 상황, 혹은 요리가 끝났을 때 쓰인답니다. 

ex) A: Would you like any more of this cake?
      케이크 더 먹을래?
      B: No Thank you. You can stick a fork in me, I'm done!
      아니, 괜찮아. 난 끝났어. (다 먹었어.)

Fork over the dough  돈내놔
'Fork over'는 무언가를 준다는 뜻의 구어예요. 어떤 것을 스스로 자진해서 준다기보다 마지못해 억지로 넘기는 느낌이 강한 표현이죠. 그리고 'Dough'는 밀가루 반죽이라는 뜻 외에 '돈'이라는 슬랭으로 쓰이기도 하구요. 따라서 이 둘을 합치면 돈을 달라는 뜻이 되는 것이죠. 참고로 'Fork out' 또는 'Fork up'도 'Fork over'와 같은 의미로 쓰인답니다. 

ex) Hey, fork over the dough or you'll never see your husband again! 
      돈 내놔! 안 그러면 다신 남편 얼굴 못 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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