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따뜻하고 향기로웠다. 높이 뜬 반달 아래 바다는 마법에 걸린 듯했다. 맥스와 나는 케리 부부와 함께 쌍갈랫길까지 걸어갔다가 헤더 들판을 가로질러 절벽가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유럽 전역에 부는 복고풍과 그것이 예술과 문학에 미칠 영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것 때문에 전체가 부분에 예속되고 있어.” 맥스가 신랄하게 말했다. “이젠 아무도 생명이나 자연을 찬양하지 않아. 조악하고 당파적인 신조나 찬양하지. 그 자체를 위해 뭔가 하는 건 곧 아이들이나 누리는 사치가 될 것 같아. 아니면 자네나 나처럼 별종이나 누리겠지.” 맥스는 미소를 지었다.
맥스는 너그러웠다. 그는 상당한 업적을 이룬 예술가였다. 나는 이름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기자였는데. 그는 내 생각을 읽었다.
“놀라지 않을 거야.” 맥스가 말했다. “이곳이 자네와 자네 작품을 바꿔준다면 말이지. 이곳이 자네에게 창의적인 작업을 하게 만들지도 모르잖아. 흥미롭군. 이런 변화를 맞이하다니. 기쁘지 않나?”
“굉장히 기쁘지.”
“저 둘이 엉망을 만들고 있는데, 그 밖에 다른 건 만들지 못할 것 같군.” 맥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메이휴는 개새끼야.”
“그렇지.”
로렛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같은 말이 떠올랐을 것이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 서서 돌 하나를 던졌다. 풍덩 소리가 들렸다. 내게서 로렛이 영영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맥스가 죽은 나무 옆에 서 있었다. “이거 재미있군.”
“여러모로 재미있어.” 나는 그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해주었다. 맥스는 메러디스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기억날 거야. 불명예스러운 그림이 있었던 것 같아.”
“이곳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망나니였던 것 같고, 이상한 건 그 사람이 결혼한 여자는 성자 취급을 받고 있어.”
우리는 집으로 걸어갔다.
“결혼은 놀라운 일이 될 수도 있지.” 맥스가 말을 멈췄다. 그는 물고 있던 파이프를 손에 들더니 벽에 대고 털며 씩 웃었다.
“내 걱정을 했지, 로더릭? 그래서 말해주고 싶어. 주디스는 완벽해. 인생은 근사해질 수 있어.”(104∼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