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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내가 보내는 뉴스레터에는 조지 오웰이 딱 떨어지게 네 개로 나누어 둔 동기들이 전부 흐릿하게 있다. 1-2주에 한 번, 주말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 뭐라고 딱 떨어지지 않는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 60명 남짓한 사람들에게 벌써 스무 번째 그런 글을 보내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내 안에 있는 이야기나 생각을 글로 길어올리는 것, 즉 쓰는 행위를 통해 얻는 위안이 커서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했다(순전한 자기만족, 미학적 열정). 나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쉽고 싼 방법이기도 했다. 쓰고 나서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뉴스레터’, ‘구독’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했던 것 같다. 스무 번 정도 보내고 나니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어떤 글을 읽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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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에세이, 산문은 재미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자기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거기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하는 게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초유명한 피천득 에세이 정도만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20대 내내 글쓰기에서 정치적 목적과 역사적 충동을 글로 쓰는 것을 훈련해와서 그런지 차라리 완전한 정치적인 글은 오히려 쓰기도 이해하기도, 감화도 쉬웠다.
하지만 대 v-log의 시대를 지나며, 불특정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산문도 종종 즐겁게 읽는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쓰는 내 이야기가 의미 있을까 의심한다. 디지털 세상에 별 시덥잖은 잡음을 한 줄 더 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지난 번 설문조사에서 ‘글쓴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매체(책, 기사, 영화, 전시 등)에 대한 소개와 의견’을 읽고 싶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사람들과 이 뉴스레터를 두고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왜 쓰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