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가 바라본 인플루언서 마케팅 At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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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Zoe입니다.

최근 유튜버 프리지아 이슈에 대해 모르시는 구독자분들은 거의 없으실 것 같습니다. 뷰티/패션 유튜버였던 프리지아는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구독자 100만명을 훌쩍 넘기는 메가 인플루언서로 성장했는데요. 이후 명품 진품/가품 의혹, 진정성 의혹, 뒷광고 의혹 등 다양한 의혹들이 온라인을 통해 제기되었습니다. 이 와중, 프리지아의 채널에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책정된 비용이 3천~ 8천만원을 호가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의외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전 이 지점이 놀랍더라구요. 사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해본 경험이 있는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크게 놀라운 금액은 아니었거든요. 

오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런데도 몇십 년째 중요한 마케팅 툴로 사용되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관련 업무를 진행해본 경험, 그리고 직접 인플루언서로 활동해본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해, 이 시장에 대해 총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Zoe
마케팅으로 언제까지 돈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걱정되는 에디터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인플루언서한테 큰 돈을 쓰는 이유
2. 근데, 정말 효과 있어?
3.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 인플루언서한테 큰 돈을 쓰는 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용어, 이제는 익숙하시죠?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이 큰 블로그(blog)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나 수십만 명의 팔로워 수를 가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 혹은 1인 방송 진행자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1년 SNS 계정이 있는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플루언서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더니, 42.9%가 유튜버나 SNS 스타 등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인 및 친구의 계정(61%)과 취미/관심사 관련 계정(56.6%)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고, 국내 연예인 관련 계정(32.9%)의 구독보다도 높은 수치였는데요.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이 박혀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결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런 ‘영향력있는’ 개인들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 수단을 의미하는 단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인플루언서’ 혹은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를 설득의 한 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가장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인데요. 무려 그리스 로마 시대 때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핵심을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 감정을 뜻하는 파토스(Pathos), 그리고 화자를 뜻하는 에토스(Ethos)까지 총 3가지라고 역설했죠. 이중 에토스(Ethos)가 현재의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메시지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는 높은 비용을 받고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로워 수나 전문 카테고리, 홍보해야 하는 내용의 깊이나 빈도 등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구독자 100만 명 안팎의 유튜버라면 브랜디드 영상콘텐츠 1편을 제작하는 데 받는 광고 비용이 4~5천만원을 상회하는 경우들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브랜디드 영상 콘텐츠란 10~15분짜리 1개 영상 자체가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광고 영상을 의미합니다. 인플루언서를 홍보하고 관리해 주는 소속사나 MCN 등이 있는 경우, 그 비용은 더 올라갈 수도 있고요.

돈을 지불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이외에, 뷰티/패션 등 객단가가 낮은 제품의 경우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을 무상으로 보내주는 시딩(seeding) 형태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합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을 담보받을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플루언서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awareness)을 계속해서 환기시키는 장치로 활용되는 거죠. 


영상 제작을 담보받고 싶지만 4~5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영상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인서트 형식으로 광고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수많은 브랜드들 중 하나로 소개될 수도 있고요. 인플루언서별로, 기획사별로 천차만별의 광고상품을 갖고 있고, 각 브랜드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광고상품을 선택, 조율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고비용은 소위 '잘나가는' 일부의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서 마이크로 레벨의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려고 한다면, 콘텐츠 건당 5~20만원 선에서 얼마든지 섭외가 가능합니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신 물량공세를 통해 홍보를 할 수 있는거죠. 

💘 근데, 정말 효과 있어?

그렇다면 인플루언서들에게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정말 있는 걸까요? 현 시점에서 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답하겠습니다. 


엠브레인이 동기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광고 게시물을 본 이후 구매 경험으로 이어진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거든요. 전체 응답자의 61.9%가 광고 게시물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이중 24%만이 실제 구매를 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해도,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서 매출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어떤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이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실제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유튜버/인스타그래머/블로거/틱톡커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인플루언서를 같은 기간에 섭외해 콘텐츠를 제작한 적이 있는데요. 해당 인플루언서들의 마케팅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개별 인플루언서별로 트래킹이 가능한 코드가 담긴 구매링크를 각각 생성하여 배포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어요. 지출 비용 대비, 실제 매출로 이어진 비율이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거든요.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게시물에 링크 삽입이 어려운 SNS의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아쉬운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비교적 매출로 이어지기 쉬운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객단가의 제품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으로는 15~20만원이 넘어가는 제품이면,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의 채널을 통해 굳이 구매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금액이 비싼 고관여 제품이라면 굳이 인플루언서를 통하지 않고,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거죠. 공구 형태라면 다를 거라고 생각해 공구도 진행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공구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매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장기간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한다면 매출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뷰티 툴을 제작하는 피카소의 ‘스파츌라 대란’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뷰티 유튜버 함경식, 후니훈, 뽐니 등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스파츌라를 사용한 화장법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를 쏟아내면서 1만9천원짜리 고가의 스파츌라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키도 했죠. 다만 이런 경우,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매출 상승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증명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됩니다. 보통은 신규 제품이 갓 출시되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거나, 신규 브랜드 런칭에 따라 이미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초기 이미지 형성을 위해 많이 활용하죠.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신규 제품이 런칭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이미지에도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회신하는 편입니다. 


이미지 형성이 주 목적이라면, 대형 인플루언서들을 꼭 섭외해야하는지 역시도 업계에서는 한동안 꽤 큰 화두였습니다. 오히려 같은 돈으로 팔로워가 적은 인플루언서들을 다수 섭외해서 양으로 밀어붙이자는 거죠. 인지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여러 차례 노출을 시키는 게 더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워 수로 구분해, 팔로워들이 게시물에 반응(좋아요, 댓글, 공유 등)한 비율을 살펴본 결과 팔로워 수천명 수준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높은 비율의 반응도를 얻었다는 리서치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매크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초창기 대비 팔로워가 많아질수록 댓글이나 DM 등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내는 팔로워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팔로워 5천대 전후였던 때 좀더 많은 리액션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소통하는 팔로워들을 이른바 '진성 팔로워'라고 하죠. 수천 명이 팔로우 할 때는 '조금 팔로워가 많은 일반인'이라고 생각해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던 진성 팔로워 분들이, 수만 명의 팔로워가 생긴 이후에는 오히려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메가 인플루언서로 성장할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매크로 레벨에 머무르게 되면서 마케팅 측면으로는 가장 애매한 수준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좋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이라고 평가받으려면, 아래의 2가지 요소를 충족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1. ‘그 사람’을 섭외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2.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는가?


먼저, 그 사람을 섭외해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히 뷰티 카테고리, 패션 카테고리의 유튜버니까 섭외해야지! 가 아니라, 이 사람의 평소 특성과 리뷰 경향, 취향, 팬층의 연령대, 팬들과의 소통 정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광고 형태로 제작된 콘텐츠는 보통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평소 인플루언서가 게재해왔던 콘텐츠와 톤앤매너가 다르거나, 그의 취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를 다수 봤습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S22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테크 유튜버를 섭외했는데, 해당 유튜버가 평소에 애플에 대한 진한 애정을 다수 보여줬던 유튜버라면 긍정적인 댓글반응을 얻기 어려울 수 있겠죠? (실제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잠시 출연만 하는 것인데도… 이래놓고 평소에 아이폰 쓰는거 아니냐고 댓글을 다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따라서 인플루언서 섭외에 앞서, 어떤 기준으로 인플루언서를 평가할 것인지 각 담당자만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에 제가 일할 때 테크 쪽 브랜드를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요. 해당 인플루언서가 기존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종/전문성이 있는 카테고리/콘텐츠 게재 빈도/콘텐츠 당 좋아요나 댓글 수/정성적인 콘텐츠 퀄리티(어떤 톤의 이미지를 주로 촬영하는지, 어디에서 주로 촬영하는지, 소품은 어떤 걸 쓰는지 등)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서 각각의 인플루언서들을 평가한 후, 섭외 우선 순위를 정했습니다. 시간은 조금 소요될 수 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를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인플루언서에게 자율권을 부여해, 개성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는지 여부가 콘텐츠의 퀄리티나 반응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할 때 인플루언서에게 제공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데요.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나 시연 등에서 과하게 빡빡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게 되면, 모든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누가 봐도 광고구나’ 싶은 게시물을 그냥 기계적으로 생산하게 되는 거죠. 인플루언서 각자의 상황이나 성향이 다른데, 그런 개성들을 녹여내지 못한 결과물이 과연 얼만큼의 마케팅효과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입니다.


오히려 인플루언서들이 콘텐츠 제작의 전문가인 만큼, 인플루언서들의 자율성을 충분히 반영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좋은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때는 진성 팔로워가 얼마나 많은지, 평소 이 인플루언서가 팔로워들을 돈벌이 수준으로만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지, 평소 해당 인플루언서의 언행은 어떤지 등등...검토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한번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브랜드에 막심한 손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로지, 루이 등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면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도 있는데요. 이런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개인적인 이슈가 생길 확률이 제로라는 점에서 기업이 편하게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만 가상 인플루언서가 정말 백 퍼센트 자연인 인플루언서들을 대체할 수 있게 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딥하게 다뤄보아도 좋겠네요. 

 💭  오늘의 콘텐츠 추천

# 금수저 코스프레한 유명 인플루언서 안소희의 민낯 #드라마스테이지2021

에디터 ‹Zoe›의 코멘트
최근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꿈꾸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인플루언서에게 휘둘리는 작금의 사태를 풍자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죠. 그중에서도 안소희의 빛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드라마스테이지2021의 단편 콘텐츠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 작품은 봐도 봐도 씁쓸한 엔딩이 참 좋았던거 같아요. 현 시장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요소도 좋았고요. 어쩌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잔혹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팽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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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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