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박사는 '경계선지능연구소 느리게크는아이'의 연구소장이다. 경계선 지능과 관련된 연구, 교육, 자문, 상담 및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칭 '경계선지능인의 대변인'이다.

Q. '경계선지능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는가?

A. 경계선지능인이 겪는 큰 어려움은 ‘부적응’이다. 소속되어 있는 사회에서 부적응하기에 기본적 인지 기능을 써야 하는 학습, 관계 형성 등 상황에서 문제를 겪는다. 위험 상황에서의 자기방어/대처 능력, 직무기술능력, 조직 내 대인관계능력 등에서 문제를 겪기에 취업 및 취업 유지 상황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경계선지능인의 경우 감정 인식이나 감정 조절, 맥락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오해가 자주 생기기도 하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본인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사기, 다단계, 성폭행 등 범죄와 연루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Q. 구체적인 예시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A. 학교에서는 친구가 없는 상황에서 학습 부진을 겪는다. 실패나 좌절이 계속되기에 우울, 불안 등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공격성, 충동성 조절이 안 되어 타인과의 갈등 상황이나 학교 폭력에 연루되기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간혹 대학에 가는 친구들도 있다. 경계선 지능인들은 사회의 평균보다는 낮아도 지적 장애보다는 분명 훨씬 지능이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책을 통째로 외워 성적이 잘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정보들을 기억할 수는 있지만 응용 능력은 떨어지기에 외운 내용을 문제 해결 상황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모른다. 학교 상황까지는 괜찮았어도 취업 상황에서 문제가 생겨 높은 실업률 및 짧은 취업 유지 기간 등의 문제가 생긴다. 학력이나 배경에 비해 하향 취업을 하지만, 그마저도 유지가 쉽지 않다.

남성들의 경우, 과거 사회적으로 경계선 지능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경계선 지능을 가진 채로 군대에 갔다가 관심사병이 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지시 사항을 듣고 이해해야 하는데 이들은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다 보니 총기 분해, 군장 싸기 등의 상황에서 일련의 과정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가정에서는 보통 이걸 인지 기능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성실성의 문제로 지적하며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갈등이 생기니 가출 빈도도 높아진다. 캐나다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노숙자 중 경계선지능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일반 지능을 가진 노숙인들에 비해 경계선 지능을 가진 노숙인의 노숙 기간이 더 길다는 결과가 있다.

Q. ‘경계선지능인’들이 보통 본인이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
A. 대부분 잘 모른다. 그냥 공부를 못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며 살다가 남성들은 징병검사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들은 그걸 확인할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우울증이 악화되어 정신과에 가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성장기에 사고를 많이 치는 경우 문제를 일으키니 검사도 받아보고 빨리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순한 기질을 가진 경우 사실 방치될 수밖에 없다 보니 어려운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때는 여러 치료나 공부를 시켜서 괜찮지만, 효과가 없으니 중·고등학교로 가면서 부모들이 이를 방치하게 된다. 이때 방치하면 언어 발달이 안 되어 자기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언어 능력조차 형성되지 않아 생존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생긴다. 성폭행을 당해도 가해자 측에서 동의 하에 했다고 강하게 주장하면 이에 대한 자기방어 주장을 하지 못해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Youtube) 삶의 경계에 내몰리다, 경계선 지능 ⓒ KBS

Q. 경계선 지능 분야에 집중하게 되었던 계기가 무엇인가?

A. 우연한 계기였다. 2009년 노원구에 있는 초·중학교에서 경계선 지능 아동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집단 상담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효과가 좋았고 그 성과가 많이 알려졌다. 그때 노원교육복지센터에서 의뢰받아 사회성, 정서 발달 프로그램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를 진행할 강사 교육 과정을 맡게 되었다. 당시 경계선 지능에 대한 자료가 너무 부족해 해외 자료를 찾던 도중 인도에서 나온 <느린 학습자의 심리와 교육>이라는 책을 찾아 번역해서 2013년 학지사에서 출간을 했고 이때 번역된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가 그 책에서 처음 나와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2014년쯤 그 책을 들고 찾아왔던 EBS 기자가 경계선 지능 문제를 심층 취재한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기획 다큐로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을 만큼 해당 내용이 이슈화되었고 이에 대한 법제화가 시작되었다.

(Youtube) [특집]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 EBS

2016년에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거기에 ‘느린학습자 지원법’이 포함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관련 사업들이 시작되며 자문 참여를 하게 되었고, 아동권리보장원 자립지원단 프로그램 자문 및 관리 역할을 하고, 전국을 돌며 14개 기관들의 사업을 보게 되었다. 2014년부터는 서울시 전체 그룹 홈에 있는 아동을 전수 조사하여 경계선 지능 아동을 찾아내고 3년간 파견 치료사를 파견해 지원하는 사회성과보상사업이 있었다.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필요한 자문이나 평가위원을 맡아서 했다. 이 또한 복지부의 실질적 사업으로 전환되어 현재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포함되었다. 양육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경계선지능아동지도사 인력을 양성하는 활동도 하면서 자격증 과정도 만들었다. 이런 흐름으로 오다 보니 경계선 지능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Q. 경계선 지능이 발생하는 원인과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A. 경계선 지능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도 있고 후천적 환경의 요인도 있다. 유전적으로 부모나 가족구성원의 지적능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천적 환경요인으로는 출산환경이나 양육환경의 열악함이 있다.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빈곤, 학대, 방임, 학교폭력, 심리적 어려움 등이 더해져서 후천적으로 경계선지능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Q. 보호아동 및 자립준비청년(前 보호종료아동) 분야 내 경계선 지능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

A. 양육시설의 경우, 소수가 다수의 아이를 동시에 관리하기에 개별적 관심을 보일 기회가 적다. 인지적, 정서적 발달 과정을 꼼꼼히 관리할 기회가 제한적이기에 나중에 발견되더라도 해결이 어렵다. 이런 일이 빈번하다 보니 양육시설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추정치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경계선 지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경계선 지능인은 일시적으로 자립을 준비시켜 지금 자립 능력이 갖추어졌다고 해서 종료하면 안 된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스스로 극복해내는 자립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기에 퇴소 이후에도 잘 살고 있는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Q. 경계선지능아동지도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A. 경계선지능아동지도사는 양육시설에 있는 종사자들이 신청해서 경계선 지능의 특성, 개입 방법, 매뉴얼 사용법 등을 익히게 하는 교육을 받은 후 자격시험을 본다. 이후 시설 내 경계선지능이 의심되는 아동이나 진단받은 아동의 적응을 돕는다.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주 1~2회 정도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며 실질적인 사회적응 개선에 도움 주는 역할을 한다. 경계선지능아동지도사는 사실 인센티브도 없지만, 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문제 행동에 대처하고 더 잘 교육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능력들을 적극적으로 갖추고 싶어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Q. 경계선 지능 분야 종사자가 대상자를 대하는 데 있어 가져야 할 역량이나 고려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A. 기본적으로 양육하고 있는 아이의 발전에 대한 기대나 이타심이 필요하겠고, 다양한 아이들을 더 잘 돌보고 싶다는 전문성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계선 지능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경계선 지능 아동들은 굉장히 반항적인 아이로 보이기 쉽다. 앞으로의 상황에서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 능력이 부족하기에 억제 기능이 제대로 발휘가 안 된다. 그래서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리고 종사자들을 감정적으로 소진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Q. 경계선 지능 분야에서 약물 처방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A.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에는 주의력 부족, 충동성, 과잉행동 같은 ADHD적인 증상들이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절반 이상의 경계선지능인이 충동성이나 과잉행동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신체적 또는 언어적 공격성 문제로 약물 처방을 받는다. 이해력이나 사고력이 낮아서 과제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ADHD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경계선지능인이 과잉행동 조절의 문제로 자신이나 타인을 다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경우 병원에 가서 처방받기를 권할 때가 있다. 그러나 주의력의 경우에는 약물 처방으로 크게 개선되기보다는 약물 부작용이 크고, 지능이 오히려 더 낮아지는 사례들도 자주 접한다. 약물 복용 시 지능이나 적응의 변화를 눈여겨 보고 의사와 상의 후 처방약의 종류와 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과잉행동 조절을 위해 약물 처방만을 지속적으로 받았을 때의 부정적인 한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태어난 후로 줄곧 양육시설에서 성장해 온 24세 청년이었다. 신체적 폭력성이 너무 심해서 아침 저녁으로 경찰서를 다녀오는 날도 있을 만큼 행동 조절이 어려운 친구였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ADHD 약물을 최대치로 처방받다가 그 다음 우울증 처방, 나중에는 조현증 처방까지 받았다. 그렇게 되면 거의 마약 중독자의 증상처럼 몸을 떨거나 눈동자가 선명하지 않고 발음이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처방약 복용으로 인해 장기가 손상되어 신체적으로 무리가 오는 상황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행동 개선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약물 처방을 늘리는 과정에서 지능이 퇴화하여 현재는 장애 판정을 받아 장애 시설에 보내지게 되었다. 약물 처방 시 실질적 상담 후 적당한 정도의 처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경계선지능인이 행동 조절을 조금 더 어린 시기에 배우고 자기 의사 표현을 상대에게 공격적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국내 경계선 지능 분야 대책 마련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물론 인식이 높아져 움직임이 생기는 상황에 대해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하지 않고 당장 필요한 부분에 집중한다는 느낌이 있다. 공적인 서비스들이 마련된다면 14%라는 경계선 지능 출현율에 대한 많은 인원을 책임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 세부 사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마다 필요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급하게 지시를 내리고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높은 출현율을 고려하면 굉장히 위험하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대책들이 되는 것이다. 결국 재정적 한계나 다인원 수용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경계선 지능만을 위한 정책을 조금씩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보편적 복지가 이미 되어 있는 시스템에 경계선 지능 관련 내용이 하나씩 끼어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 촉진 또는 청년 취업 지원 정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계선 지능일 경우 추가로 어떤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것이 법으로 명시가 된다든지, 의무 고용제가 있다면 경계선 지능은 어떻게 배려해주면 좋은지 등 보편적 복지 입장에서의 경계선 지능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무엇보다 청년 정책으로 힘써야 할 곳은 취업과 취업 유지를 위한 서비스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자립의 꽃은 취업이다. 결국 끝에는 경제적 자립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경계선지능인이 제일 많이 하는 직업은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분야이다. 이것들은 사실 이미 장애인 범위 내에서 주요 취업처이기도 하다. 경계선 지능 집단이 이 범위로 들어가면 장애인 집단으로서는 이 자리를 빼앗기는 것밖에 되지 않기에 굉장히 견제하고 있다. 경계선지능인들은 장애인보다 인지 기능이 더 좋기에 이에 적합한 다양한 직업군을 개발하고 이들을 고용할 때 고용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들을 마련해야 한다.

Q. 교육계 쪽에서의 경계선 지능 분야는 어떤 상황인가?

A. 국내 교육계에서의 움직임은 개별화 교육 지원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학습 상담사 파견, 1교실 2교사 제도, 지역 내 협력 기관 연계 지원책 등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교사 교육 방법은 아직 없다. 외국에서는 교사들이 어떻게 이 친구들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계선지능인 선별 방법, 수업 시작/중간/종료 시점마다 도움을 주는 방법, 자리 배치 방법, 다수의 경계선지능인이 있을 때 누구부터 먼저 개입해야 하는지 등 상세한 부분까지도 매뉴얼상에 나와 있다. 한국도 이런 부분들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학습 목표를 이원화해서 다른 친구들은 10문제 풀 때 경계선 지능 아동은 3문제만 풀어도 이 단원을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글도 제대로 못 떼서 4학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를 아예 수업과 동떨어진 활동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빨리 한글을 떼고 현재 그 단원들을 쫓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학교 가서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6교시까지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이니 학교에 가서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기본적인 학습 목표를 정해주고 그것들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아이가 등교 거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국제적인 추세는 지금 교실 시스템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면 위탁 학교 같은 곳으로 보내 충분히 훈련 시킨 후 다시 교실로 보내는 시스템을 쓴다. 이 방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졸업하면 다시 주류 사회로 나올 수밖에 없기에 결국 고립되어 있다가 또 사회 배출이 되면 다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가능하면 주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잘 적응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이 아이들을 그대로 두면 지능이 악화하기에 지적 장애로 가고 그러면 전부 다 수급자가 되면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인도에서 나온 책을 보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할 사회적 비용 대비 저학년 때부터 개입하는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들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어떤 교육적 또는 복지 정책들을 마련해 이들을 지원하는 게 훨씬 더 국가적인 손실을 막을 방법이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Q. 경계선지능인 당사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한 낙인효과를 우려하지는 않는가?

A. 낙인감과 생존 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낙인감이 싫으면 생존을 포기하게 되는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학습 도움반에 보낼 때 낙인감이 두려워 도움반에 가는 것을 원치 않는 아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그렇게 가면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는 것을 원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가겠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누가 “너 학습 도움반에 간다며?”라고 놀리면 이에 대해 “응, 나 잘하고 싶어서!”라고 당당하게 대답하게끔 연습시킨다. 스스로 잘하고 싶어서 가는 것이 맞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상대가 더 뭐라고 할 수 없다. “제가 적응하면 잘하지만 적응할 때까지 조금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니 기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하며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표현하면서도 공격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양해를 구할 수 있도록 충분히 훈련한다면 굳이 그런 열등감을 가지지 않으면서도 잘 살 방법이 생긴다.

Q. 경계선 지능 분야와 관련하여 국제적인 추세는 어떠하며 관련된 시스템이 잘 발달한 나라 예시로는 어떤 곳이 있는가?

A. 원래 이 경계선 지능이 경도 지적 장애에 포함되어 있던 시대가 있었다. 지적 장애 진단 기준이 IQ 84에서 70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논의된 경계선 지능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추세로는 2가지 움직임이 있다. 첫 번째 주장은 경계선지능인을 별도로 뽑아 이 사람들을 위한 지원을 하자는 것이고, 두 번째 주장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이전으로 돌아가 경계선 지능을 경도 지적 장애에 포함하자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신과 의학계에서 연구(경계선지능을 가진 범법자 특성에 대한 연구(2013))가 이루어져 경계선 지능을 지적 장애에 포함한 지원책들이 들어가고 있다. 공존 질환으로 경계선 지능이 더해졌을 때 이들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순수한 경계선 지능만 가진 경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지원이 거의 부족한 상황이다.

스페인에는 카탈루냐라는 지자체가 있다. 다학제간 전문가 집단이 모여 연구를 진행하고 매뉴얼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그곳이 유일하게 전체 매뉴얼이 나와 있다. 영유아 발달 검사, 학년 전기, 청년 단계 등 전생의 과정에 걸쳐 경계선 지능 선별 과정과 이후 기록은 어떻게 넘겨 연계시킬지,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등이 매뉴얼화되어 있는 유일한 지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의 경우 기업 상대로 조사(‘경계선지능인의 고용(노동통합)에 대한 고용주의 태도: 경험적 증거(2020))도 했는데, 경계선지능인을 고용 시 어떤 부분이 걱정되고 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고 더 잘 지내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연구들이 대규모로 지금 진행되고 있다.

Q. 경계선 지능 분야에 필요한 요소 및 지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A. 경계선이라는 것은 평균 지능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지적 장애로 내려올 수도 있기에 이 지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학습이나 어떤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지능은 바로 퇴화한다. 공부시키지 말라는 전문가도 있는데 나는 반대다. 최소한의 학습 능력은 인지 기능을 계속 쓰기에 최소한의 학습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인지 기능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이며 굉장히 중요하다.

(Youtube) 삶의 경계에 내몰리다, 경계선 지능 ⓒ KBS

사회 적응을 위한 기초적인 인지 기능, 언어 발달, 사회적 기술, 기초 생활 문해력 등이 필요하다. 뭔가를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본적 영어 능력, 정보 검색 능력, 금융 서비스 이용 능력 등이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이런 부분들을 갖춰서 사회에 배출되고 있는지 모니터링되어야 한다.

Q. 대상자를 치료 또는 프로그램 과정에서 직접 대면하며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A. 타인의 발전을 보는 것이 즐겁고 좋아서 이 일을 한창 하고 있었을 때 한 내담자를 만났다. 흔히들 사회성이 좋으면 경계선 지능이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 역시 사회성이 굉장히 좋아서 사업 수완도 좋고 온전한 가정도 꾸렸다. 시대가 변하고 어느 순간 일을 할 때 알파벳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경직되고 불안이 시작되었다. 실생활에서 점점 영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이런 기초적인 영어 능력이 없으니 자신이 영어를 모른다는 생각이 불안과 인지적 무력감으로 이어져 공황장애가 왔다. 철자법을 틀릴까 봐 단체채팅방에 답을 못하고, 앱 가입 시 패스워드를 설정할 수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어린 자녀가 영어책을 읽어달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를 할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반복되고 가중되면서 스스로 가족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래서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 이는 앞서 나온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기초적인 영어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능력들이 사실 이들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그런 특성들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들을 위한 지원을 굉장히 섬세하고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Q. 이러한 해결 방안과 관련하여 경계선지능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가?

A. 연령층으로 구분해서 학교 적응용 프로그램, 진로 교육, 상담 치료 등을 진행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이 학교에 입학 전 ‘한글 습득’과 ‘50가지 수 세기’가 준비되지 않으면 입학을 미루라고 이야기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들은 한글을 익히는 동시에 학교에 적응하는 다른 부분에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다. 한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뒤 학교를 가야 적응을 해낼 수 있고 학습 부진이 누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학교 입학 전 프로그램과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자신이 가진 능력 등을 조합하여 가능성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적절치 않은 진로를 정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에 맞춤화된 진로 코칭도 진행한다. 성인들의 경우 우울, 불안, 정신 병리적 문제들을 가지거나 가족 간 갈등 등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 심리 상담 치료를 많이 하고 진로 직업 유지를 위한 상담이나 성인 집단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Q. 경계선지능연구소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지금 하고 있는 연구와 심리상담, 자문 및 교육 활동에 충실할 계획이다. 그 외에 경계선지능상담사 자격과정을 통한 경계선지능 전문가 양성, 청년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경계선지능인에 특화된 진로코칭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준비하고 있는 경계선지능 관련 대책 마련과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경계선지능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경계선지능인에게 귀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큰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경계선지능인의 대변인 역할을 잘 수행해가려고 한다.

글ㅣ김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