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3 - 2025.06.29 /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올데이 프로젝트
 오늘 저는 극장에 가지 않는 시대에 극장이 존재해야 할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는 그 영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공포 오컬트 음악 영화 <씨너스: 죄인들>을 집에서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약 한 달 전에 개봉했는데요. 집에서 편도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상영관들의 <씨너스: 죄인들> 상영 일정을 고르게 눈 앞에 펼쳐보아도 그 어느 곳도 저의 일정과는 도무지 들어맞질 않더라고요. VOD로 보는 건 재생 버튼을 누를 때부터 조금 김이 새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저는 다시 한 번 변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뱀파이어는 저를 떨게 한다는 것을요... 영화는 좋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꿈자리가 몹시 사나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극장 관람을 놓치신 분들께 애플 TV+에서 4,000원으로 VOD를 대여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오늘 여는 인사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더불어, 오랜만에 여는 모임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7월부터 매 달 한 번씩 트레바리에서 케이팝 이대로 괜찮은가, 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는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7월의 책은 클레어 데더러의 <괴물들>이고, 이후에도 멋진 책들을 골라두었습니다. '더 인간적인 케이팝'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해주시길요!

01. 권성민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02. 올데이 프로젝트 'FAMOUS' 데뷔 무대(MPD직캠 ver.)
(+) 제너레이트 <케이팝 데몬 헌터스> 편

 01.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돌고래ㅣ2025년 6월 25일 출간


 때로는 개인적인 불호가 직업인으로서의 돌파구가 된다.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는 자칭 “테스트 냉소주의자” 권성민 PD의 연출작이다. MBTI 얘기가 길어지면 바로 따분해지는 나는 <더 커뮤니티>에 곧장 몰입 했는데, 그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 “‘탈-MBTI’를 향한 거대한 몸부림”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권성민 PD의 책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보면, 그 또한 MBTI를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는 그 역할을 긍정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담론이 등장하는 자리마다 빈틈없이 이분법이 밀려들어 (...) 이분법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MBTI가 프로그램 기획 당시 힌트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더 커뮤니티> 출연진들은 사전 테스트를 통해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 차원을 조합해 사상 점수를 부여받은 후 한 공간에 입장한다. 2024년 2월, 출연진들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배포된 ‘사상 검증 테스트’에는 1년간 총 120만 개의 데이터가 누적됐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는 페이지가 한동안 바이럴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 따르면, <더 커뮤니티>의 기획 의도는 한마디로 다음과 같다. “서로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 조우하는 판을 깐다.” 서로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제21대 대선의 ‘1찍’과 ‘4찍’,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대립을 각기 다른 용어로 부르는 이들이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들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사람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나에게 그 사람을 만날 용기나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도.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나 보자’ 라던 우리는 지쳤고, 설득에도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렇게 인류애를 잃은 폐허 위로, 사회학 연구자도 정치 평론가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 PD가 동료 시민들을 위한 세심한 교양서를 내놓았다. 특정 진영이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 대신, 이 책은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회학적 개념들을 부드럽게 풀어보는 일에 집중”하며 극단적으로 나와는 달라 보이는 여러 차원과 스펙트럼을 넘나들자고 요청한다.

 

 <더 커뮤니티>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한 번쯤 제기했을 의문에 대한 연출자의 견해도 책에 들어있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왜 하나같이 돈을 잘 버나? ‘계급’ 얘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 권성민 PD 또한 전체 출연진의 연봉이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지나치게 높아서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돌아본다(p.174).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자가 섹시한 것은 자연스럽다”는 토론 주제로 삼기에 너무 얄팍한 주제가 아닌가? 이 책은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연루’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말한다(p.213). 출연진 중 기혼자 남성은 4명이나 되지만 기혼자 여성은 한 명도 없다는 걸 보면 다양성이 결여된 것 아닌가? 알고 보니 제작진은 어떻게든 기혼자 여성을 섭외하고자 노력했던 전적이 있다(p.220). 이 프로그램은 왜 페미니즘의 반대 항에 ‘이퀄리즘’을 두었는가? ‘성차별주의’, ‘가부장주의’ 등 여러 대체어를 후보에 올렸음에도 결국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아예 한 챕터를 할애해서 쓰고 있다(p.193)

 

 권위주의를 선호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권위주의를 지나치게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이 책을 좋아할 거다. 왜 그게 그렇게 싫은지에 대한 이유도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2025년, 정치 지형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서의 역할을 도맡고 있는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의 마지막 문장은 “그들은 피해자와 대화했다.”(p.349)이다. 내게는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임팩트가 큰 마지막 문장이었다. 처음에는 '진짜 여기서 끝난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 책은 말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보니 역시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걸 재확인하는 일과 상대가 ‘왜 저런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해볼만한 맥락을 얻는 일은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고. 


🎁 권성민 PD의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읽고 감상을 나누어주실 구독자 총 5분을 모집합니다. 자세한 분들은 도서 증정 이벤트에 참여해주세요. (~7/3 마감)




 02. 

올데이 프로젝트 'FAMOUS' 데뷔 무대 (MPD직캠 ver.)

© M2ㅣ2025년 6월 25일 공개


 더블랙 레이블의 신인 아이돌 '올데이 프로젝트'는 아직 내 일상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곧 앗아간다고 봐도 무방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쇼미더머니> 최연소 참가자였던 우찬, 하이브 레이블 빌리프랩의 차기 걸그룹 데뷔조였던 영서, 레드 벨벳 'Psycho', 샤이니 'Don't call me' 등 화려한 안무 작업 이력을 가진 베일리, 무용을 전공했고 모델로 활동하던 타잔으로 이루어진 이 5인조 혼성 그룹은 개별 멤버 이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과식하는 기분을 준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너무 다른 재료들을 하나의 팟에 욱여 넣지 않았나?' 싶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6월 25일자로 데뷔곡 'FAMOUS' 엠카운트다운 데뷔 무대를 보자마자 꾸물대다가 바늘로 손을 땄을 때와 같은 시원한 쾌감이 밀려와버렸다.


 앞으로 얼마든지 포지션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팀 내 실질적인 보컬리스트는 영서 한 명처럼 보인다. 영서의 보컬과 다른 멤버들의 랩이 일관적인 중저음 음역대로 진행되는 이 곡은 엄청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음이 없는데 중독됐다고 말할 수 있는 곡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올데이 프로젝트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무대 위 아래 갭차이를 볼 수 있는 타잔의 자컨이나, 파워풀하면서도 디테일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춤선을 볼 수 있는 베일리의 직캠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화면 전환 없이 고정된 카메라로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는 'FAMOUS' 데뷔 무대 직캠을 가장 권하고 싶다.


 이 영상을 감상하는 법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50번쯤 보고 있다보면 이런 것도 보인다. 1분 9초 즈음 멤버 중 누군가의 악세서리가 무대 바닥에 떨어진다. 1분 35초에 베일리가 안무를 하다가 발을 이용해 무대 사이드로 그것을 밀어버린다. 2분 48초에 영서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그것을 수거해 무대 위를 말끔하게 만든다. 2분 50초가 되면 타잔이 영서에게 마이크를 전달하고 무대 뒤쪽으로 갔다가 전진하며 낙법을 한다. 핸드 마이크를 쓰던 남성 멤버 둘, 타잔과 우찬의 손에는 마이크가 없고 무대는 단숨에 끝이 나 있다. 어쩜, 이토록 군더더기 없고 노련한 아이돌이 또 등장해버린걸까?



 (+) 

"함 잡솨봐! 전문가들과 가좍 먹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 ZENERATEㅣ2025년 6월 30일 공개


 대중음악 평론가 김도헌 님의 음악 매거진 '제너레이트'에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중음악 평론가 두 분과 저(평론가 분들 옆의 케이팝 덕후)가 모여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영화에 삽입된 사운드트랙의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지수가 상승하고 있었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에서는 떨어질 줄 모르는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러닝타임이 무려 42분! 이번주의 밥 친구로 틀어두고 봐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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