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무슨 말이야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한 위원장이 읽고도 답장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선거를 보름 정도 앞두고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여권을 흔들고 있어요. 재구성했다면서 CBS가 공개한 문자 내용은 이래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몇번이나 국민께 사과하려 했지만 후보 시절 사과했다가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어떠한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더한 것도 요청하면 따르겠다." 이런 내용의 편지를 김여사가 5차례나 한 위원장에게 보냈는데 '읽씹'했다는 거죠. 김 여사는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어요.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가 쟁점이 되던 시점이었어요. 1월 초 당시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률 비대위원이 '김여사 리스크'란 말을 꺼냈고, 17일엔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마리 앙투아네트'도 언급했어요. 18일엔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고요. 용산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말들이 나왔어요. 19일 김 여사가 문자를 보냈고, 이틀 뒤인 21일엔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하라'는 윤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어요.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던 당시 상황이 공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 때 한 위원장을 왜 불신임했는지, 그 이유가 조금 밝혀진 거죠.

"부적절"

당 대표에 출마한 한 후보가 입장을 밝혔어요. "당시 문자 내용은 사과하기 어려운 사정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했어요.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인정하면서 "공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적인 방식으로 관여하려는 대화는 부적절하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자신은 "당시 대통령실에 여러차례 공적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요청했다"고도 했어요.

'친윤'으로 불리는 쪽에서는 '총선의 민감한 악재였던 영부인 가방 문제를 뭉갰다'면서 한 후보에  총선 참패의 책임을 물었어요. 당시 수도권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가장 목말라했던 일이었다는 거죠.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이 앞장 섰어요. 원희룡 후보는 "문자 어디에 사과하지 않는다는 뜻이 있는가"라고 물었어요. 나경원 후보는 "정치 판단의 부족이자 해당 행위"라고 했고, 윤상현 후보는 "검사 시절 수백차례 김 여사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이에 난데없이 공적 사적 관계를 따지느냐"고 지적했어요.

하지만 김 여사 사과 문제는 본인과 대통령실에서 결정하고 했으면 그만인 것을 그 책임을 한 후보에게 떠넘길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요. 6개월 전 문자가 이 시점에 '갑툭튀'한 것은 유력한 한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김 여사의 전당대회 개입'이라는 거죠. 한 후보도 "왜 이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말했어요.

진흙탕 

총선에서 크게 진 국민의힘이 23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뽑아요. 하지만 당 대표 후보들은 당을 살릴 '비전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친윤' '비윤' 싸움만 벌이고 있어요. 한동안 '배신자' 논란으로 다투더니 급기야 '김 여사 문자'가 최대 이슈가 됐어요.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후보자 토론도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뒤덮일 거예요. 참으로 이상한 '진흙탕 전당대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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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좌파로 불리는 노동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어요. 650개 의석 가운데 412석을 얻어 절반을 거뜬히 넘었어요. 총선 직전보다 211석이나 늘어났어요.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끌던 집권 보수당은 121석을 얻는 데 그쳤어요. 수낵 총리가 물러나고 키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총리가 됐어요. 14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어요. 스타머 총리의 일성은 "영국의 변화"였어요. 

 

 스타머는 : 영국 정계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예요.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어요. 네 자녀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어요. 리즈대와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왕립 검찰 수장이 됐어요. 비교적 늦은 50세 나이에 정치에 뛰어들어 극좌로 흐르던 노동당을 중도 성향으로 바꿔나갔어요. 기업 국유화 대신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는 '시장'을 택했어요.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정책을 냈어요. 

 보수당의 몰락 : 250석이나 줄어든 190년만의 대참패였어요. 역시 경제 실패가 가장 큰 이유예요. 2010년 집권 후 재정 적자를 줄인다며 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 결과적으로 의료 교육 등 필수 공공 서비스까지 붕괴됐어요.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특히 공공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현재 병원 치료를 못 하고 대기 중인 환자가 750만명이나 된다고 해요. 2020년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감행한 이후 무역, 해외투자, 생산성이 모두 줄어드는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졌어요. 특히 최근 영국으로 오는 난민들을 돈 주고 르완다로 보내는 결정은 '콧대 높고 잘난 척'하는 보수당으로부터 민심이 떠나게 하는 결정적인 한방이 됐어요.

삼성전자가 2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어요. 1년 전에 비해 15배나 껑충 뛰었어요. 매출은 74조원으로 23% 가량 늘었고요.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역시 반도체였어요. 지난해 15조원의 적자를 내며 한파에 시달렸던 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선 뒤 2분기에 완연한 봄을 맞았어요. 인공지능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덩달아 가격도 20% 가까이 뛰었어요. 3분기에도 좋을 것으로 예상돼요. 올 한해 영업이익이 4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요.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3조5천억원에서 1조원 정도 줄었어요. 1월 말 출시한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효과가 2분기에는 좀 줄었기 때문이죠. 삼전 주가는 8만7000원대까지 치솟았어요. '9만전자'가 눈앞이에요

 하지만 :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아직 납품하지 못하고 있어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죠. 삼전이 범용 D램에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HBM의 성패가 앞으로 삼전 미래를 좌우할 수 있어요.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사업은 더 심각해요. 세계 시장 점유율 60%를 장악하고 있는 1위 기업 대만 TSMC와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까지 뛰어들면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치열해 진 것도 위기로 다가왔어요.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1차 투표 1위에 이어 결선 투표에서도 54%의 득표율로 대통령으로 당선됐어요. 처음 대선 후보 6명에 들었을 때만 해도 '온건 개혁파' 구색 맞추기 정도로 취급받았지만, 히잡 시위 단속을 완화한다는 개혁적 공약이 먹혀들면서 파란을 일으켰어요. 서방과의 핵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를 풀어보겠다는 약속에 빈곤에 허덕이는 유권자들이 솔깃했어요. 서방 언론들은 이란과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기대했어요. 다만 이란은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절대적 권력을 쥐고 있어요. 페제시키안이 하메네이의 뜻을 거스를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정치와 외교 관계든 사회적 자유든 변화의 여지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소 돼지들이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 메탄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어요. 연말 의회를 통과하면 '탄소세'를 물리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돼요. 소 한마리에 100유로, 15만원 정도의 세금이에요. 소 한마리가 뿜는 메탄가스는 자동차 한대와 비슷하다는 보고도 있어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은 적지만 열을 가두는 온실효과는 80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어요. 덴마크는 국토의 60%가 농지이고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수출국이자 소고기와 우유의 주요 생산국이에요. 북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죠. 탄소세를 만들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어요. 하지만 방귀세가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농민들 반발이 거세요. 유럽 각국은 탄소세나 비료 사용 감축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규제를 내놓았다가 농민들의 맹렬한 시위를 촉발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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