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이 필요한 이유
사실 우리가 부정적이라 여기는 불편한 감정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요소예요. 분노는 우리의 경계가 침범당했을 때 이를 알리는 신호가 되어주고, 부당한 상황에 맞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어요.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은 우리를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도와줘요. 슬픔은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증거가 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회복하는 데 필요한 감정이에요. 슬픔은 누군가를 깊이 공감하고 도울 힘을 주기도 하죠.
우리에게 이런 감정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마땅히 분노해야 할 상황에 분노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가 지금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많은 권리는 우리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분노했고 분노의 에너지로 변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상실한 후에도 제대로 추모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테고, 불안을 느끼지 못했다면 폭주 기관자처럼 현실에 대한 대비 없이 질주하다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렸을 거예요.
무엇보다 이런 감정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기쁨도 설렘도 행복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우리가 낮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건 어두운 밤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기쁨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슬픔과 분노를 경험했기 때문이니까요.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그 감정의 실체를 마주 보는 경험은 우리가 내적으로 성장하고 나다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요. 특히 우리가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 무의식 속의 그림자를 알아차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관계에서 반복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면 어쩌면 내 안에 해결되지 않고 숨어있는 미해결 과제가 특정한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몰라요.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면 그 사람을 통해 나의 그림자를 투사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우울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인지 멈춰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주고, 불안한 감정은 내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죠. 부정적인 감정이 가리키는 곳을 용기 있게 파내려 가다보면 우리가 삶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 거죠.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살아가기
심리학자들은 종종 감정을 다양한 색과 연결 지어요. 검정이나 회색과 같은 어두운색만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밝은색만으로도 깊이 있는 그림을 완성할 수 없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안의 다양한 감정들이 이해되고 통합될 때 우리 삶은 좀 더 깊어지고 의미 있어 질 거예요. 부정적인 감정은 삶의 어느 순간에서든 찾아올 수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회피하거나 억압하며 억지로 긍정적인 척 노력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감정이 나에게 이야기하려 하는 건 무엇일까?’ ‘지금 이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라고 말이에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삶의 통찰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