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아, 얼마 전에 나는 부산에 2박 3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043_나는 너에게 기대가 크고, 또한 별로 아무 기대가 없다.
한아임 to 오막
2024년 4월
 
오막아,


얼마 전에 나는 부산에 2박 3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10년인지 15년 만인지 처음으로 가는 거였는데, 많이 변한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안 변해서 좋았다.

한국에 오랜만에 와서 들어본바, 소리를 테마로 묶을 수 있는 뭉큼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그걸 다 하나의 편지에 쓰면 두서없어지니까, 오늘은 부산에서 들은 음악을 공유하되, 오막이랑 시차 없이 얼추 가까운 공간에 존재하는 기념으로다가 그 음악이랑은 별로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사랑 얘기를 하겠다.

All Day In Bed - Bang Bang

내가 소위 사랑 관련 노래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그런 노래들이 대개, 말 그대로, ‘소위’ 사랑 노래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네 말대로 “이성이든, 대상이든, 물건이든, 상황이든, 시간이든, 추억이든, 글이든, 이미지든 상관없다.” 하지만 ‘소위’ 사랑 노래에 나오는 정도로 계산을 해야지만 작동되는 수준의 사랑이면 그 시간에 그냥 잠을 자겠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오막은 참 대책없이 다정하고, ‘소위’랑은 별로 관계가 없는 특유의 일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막사람 작업을 할 때 어차피 결국 사랑을 얘기하고 싶어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 뭐랄까, 나는 너가 뭔가를 하거나 하지 않을 때 매우 놀랍지만 전혀 하나도 놀랍지가 않다. 이러한 모순이 왜 모순이 아닌지 + 그러한 상태가 사랑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지가 이 편지의 끝에 가서 명확해지길 바란다.


아무튼, 순진한 느낌의 로봇, 좋다. 음악이 먼저 나오고 거기에 글을 붙이는 게 글을 쓰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쉬울 거라는 생각도 한다. 글이 필요 없으면 안 써도 좋다. 그러니 너는 필요/원하면 나를 쓰고, 필요/원하지 않으면 쓰지 마라.

Good Vibes - East of Heaven ft. Russel Vista

아무튼 그러면 한아임은 뭐가 사랑으로 느껴진단 말인가. 마침 그 답을 구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간단한 영감을 네가 주었다. ‘사랑의 언어’를 언급해서 말인데, 내가 그 퀴즈를 직접! 친히! 무려! 테이크해봤다. 


결과 공유에 앞서, 지난 편지에서 오막이 잘 요약해줬듯이 ‘사랑의 언어’에는 다섯 개의 카테고리가 있고, 한국어 버전은 선물, 헌신, 함께하는 시간, 인정, 스킨십이다. 그리고 꼭 로맨틱 파트너와의 사랑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모든 관계 전반의 사랑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성이든, 대상이든, 물건이든, 상황이든, 시간이든, 추억이든, 글이든, 이미지든 상관없다"는 스탠스와 결이 통한다.


하여간에, ‘사랑의 언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으나 별로 매우 노관심이었기 때문에 저 다섯 개 카테고리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특히나 한국어 버전에 나오는 ‘헌신’이라니, 무슨 뜻인가? 했는데 영어 버전으로는 acts of service라고 나온 카테고리인 듯하다. 그런데 acts of service를 들어도 ‘이게 뭔 말?’ 싶었다. Service는 너무 광범위한 단어라고 생각되어서.


아무튼 그래서 퀴즈를 해봤지.

물론 당연히 Upgrade to Unlock 하지 않았다. 정확한 %를 보여주진 않아도, 무료 결과에 순위가 나와 있는 것 같다. 또한, 내 경우에는 받고 싶은 것과 주고 싶은 것이 동일한 것 같다.


그리하여 1-5위 중 나에게 5위의 중요도, 즉 거의 ‘중요도 없음’을 지니고 있는 카테고리가 ‘acts of service = 헌신’이다.


퀴즈에 나온 acts of service의 예시를 보면, 내가 하기로 이미 정해진 일에 내가 치이는데 그것을 누가 대신 해주는?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이것은 정확한 %의 퀴즈 결과를 몰라도, 나한테 별 의미가 없는 카테고리다. 심지어 나는 퀴즈에 나온 질문들을 읽으면서 ????? 상태였다. “이럴 때는 사람을 고용해야 하지 않나…?” 무슨 말이냐 하면, 진짜 너무 말 그대로 service로 느껴져서, “서비스 노동을 할 사람이 필요하면 고용을 해야지”라는 로직이 작동했단 뜻이다. “애초에 역할 분담이 잘못됐으니 다시 재분담하든가.” 그냥 ‘헌신’을 들으면 “당연히 헌신 좋지” 싶지만 실제로 이 퀴즈를 해보면 거기 나오는 헌신은 ???????

It Really Makes Me Wonder - Loving Caliber

한아임의 4위는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 선물 받기다. 나한테 선물이란 받으면 좋지만 굳이 원하지는 않는 무언가다. 


그렇지만 오막이 선물 주기를 좋아한다는 건 예전에 오막이 직접 말해서 알기도 하고 겪어봐서도 알지. 오막은 곧잘 뭔가를 주섬주섬 잘 사줌. 한편, 같은 형태로 돌려받길 원한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만약 오막이 나한테 선물을 주고서 맞선물을 기대했다면, 선물 주는 척 그만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받고 싶으면 말을 하라고… 그렇지만 오막은 하여간에 뭘 주섬주섬 주는 걸 실제로 좋아하는 거 같기 때문에, 나는 너가 뭘 주면 넙죽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Even If the Sky Is Falling Down - Candelion

오막이 인정의 말을 좋아한다는 것 역시 예전에 직접 말해서 알기도 하고 겪어봐서도 안다. 나의 3위가 Words of Affirmation = 인정이다. 이쯤에서 퀴즈 결과의 정확한 %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오막과 한아임은 이대로 그냥 줠라 어긋나는가?


흠. 나의 추측으로, 내 퀴즈 결과에서 ‘인정’의 %는 거의 ‘선물 받기’의 %만큼 낮을 것이다. 그러나 5위인 ‘헌신’보다는 앞도적으로 높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 정도일 것 같다:


  • 헌신 2%
  • 선물 받기 15%
  • 인정 20%
  • 스킨쉽 30%
  • 함께하는 시간 33%


계산이 맞았나… 합해서 100 맞지…? 휴… 산수가 안 되네. 산수 안 돼서 사랑 실패!!!


한마디로, 3, 4위가 1위보다는 안 중요하지만, 5위만큼 안중에도 없는 건 아닐 거라고 추측한다. 1위는 4위보다 2배 이상 중요하지만, 4위는 5위보다 7배 이상 중요하다, 정도일 거라고 %를 추측해본다.

Pink Cheeks - Eldon

2위인 스킨쉽은 부가 설명이 필요 없는 것 같고, 1위인 ‘함께하는 시간’은 ‘헌신’만큼이나 난해했다. 너무 광범위한 게 아닌가? 뭘 어떻게 함께한단 거지?


그런데 이 의문 역시 퀴즈를 직접 해보면서 풀렸다. 특히나 해석에 이런 말이 나와 있다.


  • “What Hurts: Distractions, postponed dates, or the failure to listen can be especially hurtful.” (“상처 주는 것: 주의 산만, 약속 미루기, 제대로 듣는 데 실패하는 것은 특히나 상처를 줄 수 있다.”)


뭐, 꼭 상처까지라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만, 계속 저러면 굳이 상종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하여간에 ‘함께하는 시간’ 혹은 ‘Quality time’이라고 들었을 때는 이게 정확히 무슨 카테고리인가 싶었는데, 퀴즈를 풀고 해석을 보니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한다고 한 걸 실제로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나‘한테’ 저 사람이, 아니면 내가 저 사람‘한테’ 그걸 ‘해준다’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자기한테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나는 여긴다. 한다고 한 걸 실제로 하는 것은 누구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3시에 만난다고 했으면 3시에 나타나되, 그것은 3시에 만나기로 한 나 자신과 만나는 행위”임을 인지하는 것이 quality time 카테고리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그러니, 이를테면 이런 거지. 편지를 특정 날짜에 쓰기로 했으면 그 날짜에 쓰는 것… ㅎㅎㅎ

Wrong Team - Sture Zetterberg

그런데 오막아. 나는 너에게 기대가 크고, 또한 별로 아무 기대가 없다.


예를 들어 오막이 나를 공항에 데리러 온다고 했을 때 나는 매우 감동했고 정말로 너가 나를 데리러 올 거라고 여겼지만, 또한 너가 까먹고 안 올 수도 있다고 100% 생각했다. 그래서 너가 실제로 공항에 등장한 것이 기적이라고 여겼는데, 그 등장한 곳이 다른 터미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웠지만 놀랍지가 않았다.


심지어 너가 생일 케이크랑 쿠키를 가지고 왔을 때는 더욱 놀랐다. 왜냐하면 내 평생, 내 기억으로는, 너가 내 생일을 기억한 일이 없었거든! 그렇다고 아주 충격이었던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막은 대책없이 다정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sidenote: 구독자님, 쿠키 가게에서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제가 그때 너무 어색해가지고, 뭐 어떻게 인사를 제대로 한 건지 안 한 건지 모르겠어요. ㅠㅠ 죄송해요.


그리고 고막사람 친구들, @bake_a_rest 요기 쿠키 정말 맛져. 살면서 먹은 쿠키 중에 제일 맛있는 거 같음. 이것은 구독자님이 계셔서도 아니고, 오막이 사줘서도 아니고, 진짜임…!)

Turn A Heart Off - Jane & The Boy

내가 말하는 너의 대책없는 다정함이 도대체 뭔가,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구체적인 예시를 목격했다.


때는 바야흐로 너가 운전하고 태준이 조수석에 타고 내가 뒷좌석에 타 있을 때였다. 차가 많이 막히는 가운데 가벼운 급정거를 했는데, 따뜻한 도시 인간 오막은 태준이 앞으로 튕겨나가지 않게 손으로 막아주더라고.


나는 심쿵했다. ㅋㅋㅋㅋ 태준과 오막 사이를 보고 심쿵하다니 웃길 수도 있는데, 너한테는 특정하지 않은, 사방팔방적인, 무차별적인 다정함이 있다. 바로 그 특정하지 않고 사방팔방적이고 무차별적인 특성 때문에, 조수석에 탄 사람이 실제로 위험에 처했는지, 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도움을 원하는지, ‘소위’ 사랑하는 사람인지 뭐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정말 건장하고 건강한 것 같은 데다가, 이성애자인 너의 입장에서는 ‘썸’ 혹은 ‘소위’ 사랑 노래에 나오는 로맨스적 가능성과 이보다 더 동떨어져 있을 수 있을까 싶은 태준사마여도, 너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손으로 막아주는 인간인 것이다.


아마 너는 너가 이렇게 한다는 걸 모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오막이 이런 행동을 할 때 한 번도 일부러 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 모르는 사람이 조수석에 탔어도 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여긴다. 그게 진짜 다정함의 핵심인 거 같다는 생각도 너 때문에 하게 됐다. 누굴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다정한 건 ‘그냥 원래 그런’ 경우에 가능하다고.


루니 생각도 했다. 루니는 너희 집의 19살 장수견이 아니더냐? 강아지는 아주 다양한 이유에서 오래 살기도 하고 짧게 살기도 하겠지만, 오막의 가족분들이 모두 오막스럽다면, 아마 그 집에는 다정스러움이 공기중에 있을 것이고, 루니는 19년 이상을 그 공기를 마시면서 살았을 테고, 그러니까 당연히 장수에 도움이 됐을 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 위의 조수석 예시보다 더 다정한 경우에도, 너의 다정함은 여전히 위에서 언급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정하지 않고, 사방팔방적이고, 무차별적이야.


오막은 자신이 신발끈을 묶어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그때도 나는 좀 놀랐지만 또한 하나도 안 놀랐다. 내가 어느 식당에 스카프를 두고 왔을 때, 다음날 너가 거길 찾아가서 그 스카프 있냐고 물어봤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너처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너가 하면 당연한데 안 당연하다.


아무튼 이리하여 다시 한아임 상륙 사건으로 돌아가자. 놀랍지만 안 놀랍게도 진짜 나를 데리러 왔지만, 이상한 터미널로 갔되, 내 생일을 기억한 데다가 케이크 + 쿠키를 사 온 오막이 거기다 더 얹어서 심지어 내 입국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었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 ‘계획’의 대책없는 가벼움에 100% 놀랐는데 전혀 하나도 놀라지가 않았다. 정말이지 그의 계획은 그 전에도 너무나 여러 번 가벼웠던 것이다. ㅋㅋㅋㅋ 너는 정말… 너는 정말 한없이 가벼워 ㅋㅋㅋㅋ 그는 깃털…


오막이란, 그가 던지는 모든 것을 10이라 한다면 그중 5는 까먹는 거 같고, 1은 실현이 된다. 그 하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약 20%의 확률로 딜레이가 생긴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이상한 데서 엄청난 자원을 쓴다. 나를 보면 맨날 똑같은 얘기를 하기 때문에 이 새키는 기억상실증이라 새로운 기억을 못 만드나 싶다가도, 이상한 데서 랜덤한 걸 기억하고 그걸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내가 해달라고 한 적 없는 걸 굳이 구현하러 간다. 스카프 되찾기가 그 예시였다.


그때 한아임은 생각했다.


“아니, 그걸 찾으러 간다고? 이 깃털은 정말 종잡을 수 없군.”


결국 스카프는 못 찾았고,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모양이지만, 그걸 찾으러 갔던 깃털이 또 아무 무게가 없나 하면 그건 아닌 것이, 혜워니 축가를 부를 때 오막이랑 같이 부르면 든든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드는, 나름대로의 믿음직스러움도 있긴 하다. 그것은 깃털보다는 무겁다고들 하는 돌멩이들한테서는 찾을 수 없는, 깃털 특유의 믿음직스러움이다.

저번 편지에서 너가 말했지. ‘오막 이 새키는 이번 고막사람이라는 기회를 틈타서 그냥 밴드음악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라고 내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오막아? 나는 오막 이 새키가 뭘 한다고 하면 기대가 큰데 또한 별로 아무 기대가 없다. 그래서 별달리 생각이 없다. 너가 밴드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면 100% 너는 할 수 있다고 여기며, 필요하다면 ‘너는 할 수 있다’고 얼마든지 옆에서 그 사실을 상기시켜 줄 것이고, 어느 날 너가 엄청난 대스타가 돼서 전용기를 스무 대 소유하고 있어도 놀라지 않을 거다. 하지만 반대로 너가 내일모레 밴드음악을 까먹고 평생 안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전혀 일말의 놀라움도 느끼지 못할 거다.


내가 이 모순인데 모순 아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그 어떤 ‘사랑의 언어’ 카테고리보다 우리 사이에 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만약 내가 너에 대한 기대가 막무가내로 컸거나 너에 대한 기대가 제로였다면, 우리는 폭망했을 거고 고막사람은 없었을 거다. 오막도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기대가 크지만 또한 아무 기대도 없지 않은가? 우리가 각자 하는 일도, 기대가 크지만 아무 기대가 없어야 수십 년씩 할 수 있는 일이잖아?

Gato - Maya Delilah

한편, 부산에는 먹을 것이 많았고, 기념으로 사올 만한 것 중에는 오막이 좋아하는 단 것도 많았다. 그런데 제아무리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어도 단 것들은 대개 며칠 내로 상하고, 나는 너를 다음에 보는 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묵던 숙소 바로 옆에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서 마침 부산-made 맥주를 팔길래 오막은 맥주도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그걸 사갈까도 했다. 하지만 맥주 6캔 세트는 너무 무거울 것이었고, 나는 좀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안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산역에 선물 가게가 있길래 일단 들어가봤다. 역시 별로 아무것도 살 게 없군 생각하던 와중에, 단 것 중에 가장 가볍고 오래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것은 담배처럼 생기기도 했지만 담배가 아니다! 이것은 들고 있다는 걸 까먹을 정도로 가볍되, 내일 먹어도 얼추 맛있을 테고, 심지어 너가 까먹고 안 먹다가 내년에 먹어도 즉사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가는 단 것이다. 촬영하다가 당 떨어질 때, 다른 사람들한테 뺏기지 말고 너만 먹어라.

Spin With You - Emma Sameth, WOLFE, Jeremy Zucker

나는 이 편지를 오막의 저번 편지가 공개된 4월 5일 새벽에 쓰고 있다. 지금 3시 56분이다. 졸리니까 빨리 마무리하고 더 자야지.


음… 일단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의 4위가 ‘선물 받기’인 건 신경 쓰지 말라는 점이다. ㅋㅋㅋㅋ 얼마든지 넙죽 받을 수 있지, 암. 나는 너의 1위를 지지한다. 너의 1위의 수혜자가 되면 정말 매우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오막이 빨리 전용기 스무 대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중 하나는 나 주겠지?


그리고 혹시 너는 하나도 안 다정한데 내가 우기는 거면 미안하다. ㅠㅠㅋㅋㅋ 이것은 너무 틀린 ‘인정’이라서, 오막이 원하는 타입의 인정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지금 이 시점에, 오막은 내가 부산에서 뭔가를 사 온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카라멜인 것은 아직 모른다. 그런데 내가 사 온 그것이 ‘단 것 중에 가장 가볍고 오래가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걸 실제로 줄 때까지 내가 뭘 가져왔는지 말을 안 하려다가, 의도치 않게 수수께끼를 낸 셈이 됐다. 그런데 수수께끼가 있었다는 걸 너가 까먹어도, 역시나 이번에도 놀랍지만 놀랍지 않을 거다.


그때 말했듯이, 달되 가볍고 오래가는 것은 고막사람의 정신과 같다. 그런데 이제 보니 카라멜은 고막사람의 정신뿐만 아니라 오막 그 자체로구나. 너는 달고 가볍고 오래간다.


이 정도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면 뭐냐, 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아임.

이번 편지를 보낸 한아임은...
아무 데에도 아무 때에도 있었던 적 없는 세상,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 사이의 해석자다. 원래도 괴란하고 괴이하고 괴상하며 해석함 직하다고 여기는 것도 여러모로 괴하다. 이런 성향은 번역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뭐 하고 사나, 뭘 쓰고 뭘 번역했나 궁금하면 여기로.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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