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06.08 | 1029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셨나요? 주말을 전후해 브로드컴의 실적 부진 전망에 글로벌 증시가 동반약세를 보였습니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CEO는 앞서 3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다음분기 AI 반도체 매출이 160억달러에 달할 것 같다”고 했는데요. 시장 전망치인 163억8000만달러 보다 고작 8000만달러 부족했습니다.


사실 8000만달러는 오늘날 반도체 시장 크기로는 매우 적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이제 고점인가” 요즘은 어딜 가나 반도체와 주식 이야기입니다. 반도체 출입기자를 할 때만 하더라도, 반도체 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뜨겁지 않았는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면서 관심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많이들 물어보세요. “고점인가, 아닌가”하고요. 사실 특정 산업의 사이클을 전망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사이클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AI 물결의 시대에는 필수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오늘은 AI 반도체 사이클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역사의 교훈과 산업이론으로 비춰서 풀어드려 볼까합니다. (덧. 절대로 주식 종목의 매도 매수 시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레터 읽는 법
(1) 볼딕 단어에는 종종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으로 연결. (2) 글씨가 잘 안보이시나요? 여기를 눌러 웹에서 보세요 (3) 기자에게 요청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편지 끝에 피드백 버튼이 있습니다. 
영국 요크 기차역

🟥챕터1 

1840년대 영국 요크

철도 광풍이 남긴것


영국 런던에서 북부 에딘버러로 향하는 철도 노선에는 중심 도시인 요크가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도시인데요. 굳이 한국의 도시에 비유하자면, 경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요크에는 명물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철도역(York Railway Station)입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가 해그리드와 함께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역을 걷는 장면이 있는데요. 해그리드가 해리에게 호그와트 급행열차 표를 건네주고 보행자 다리 밑에서 사라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요크역은 고전적인 아치형 철제 구조와 빅토리아 시대 특유의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1840년대 철도 혁명


갑작스럽게 요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곳이 바로 1840년대 철도 혁명의 중심지이기 때문입니다. 철도 혁명은 AI 혁명과 많은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 한 가운데에는 조지 허드슨(1800~1871년)이 있었습니다. 허드슨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포목점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친척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인생이 180도 달라진 인물입니다. 특히 그는 동물적으로 미래 트렌드를 잘 포착했습니다.


영국은 1820년대에 접어들면서 철도라는 새로운 기술에 눈을 뜨게 됩니다. 1825년 스톡턴 달링턴 선이 처음 개통됐고, 1830년 리버풀 맨체스터 선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등장했을 때는 문화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사람들은 시속 3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를 보면서 "저걸 탔다가는 폐가 터질 것"이라고 수군댔습니다. 허드슨은 이런 미래 기술인 철도에 인생을 베팅하게 됩니다.


‘철도왕’ 조지 허드슨


허드슨은 토리당원으로 요크 시장 선거에 뛰어들어 1837년 시장에 당선됐고, 이듬해에는 요크 앤 노스 미들랜드(York and North Midland Railway) 회장에 취임합니다. 정치와 부를 연결시킨 것입니다. 당시 영국은 곳곳에 철도 노선이 건설됐습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작은 노선들을 모두 사들였습니다. 허드슨이 통제하는 노선만 1000마일 (약 1600킬로미터)에 달했는데요. 사람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철도왕’이라고 불렀습니다.


기술은 자본을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영국은 1842년 수입산 곡물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곡물법과 1844년 화폐 발행권을 영란은행으로 일원화하는 은행법을 처리합니다. 그 결과 식민지에서는 막대한 잉여 자본이 흘러들어왔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콘솔 국채 수익률은 3%대까지 하락(채권값 상승)합니다. 자본은 이제 더 큰 투자처로 눈을 돌립니다. 철도회사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허드슨의 알현식 (King Hudson's Levée): 철도왕으로 군림하던 허드슨에 대한 풍자 만평 (1945년12월 Punch) 당시 영국의 귀족들을 비롯한 사회 고위층 세력들이 막대한 자본과 권력을 쥔 허드슨 앞에서 허리를 굽히는 모습.


10배 레버리지 주식


주식가액의 10분의 1만 내고도 주식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임시 주권(Scrip)’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증거금을 먼저 내고 잔금은 나중에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투자자는 그 사이 철도 기업 주가가 오르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일종의 레버리지 입니다. 언론도 광풍이었습니다. 1845년 영국에서 창간된 철도 신문만 14종에 달했습니다. 철도 기업은 언론사에 광고를 했고, 언론사는 다시 철도 기사를 실었습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영국 의회입니다. 1846년 영국은 272개에 달하는 철도 회사 설립법을 처리했는데, 이듬해까지 의회가 신규 승인한 노선만 8590마일 (약 1만3800킬로미터)에 달했습니다. 당연히 주가는 기대감에 치솟습니다. 1843년부터 1845년 10월 정점까지 철도 주가는 평균 106% 상승했습니다. 또 전체 시총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825년 2%에서 1845년 65%까지 치솟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모든게 그렇듯, 영원 불변한 것은 없습니다. 1845년 10월 철도주는 16.4% 급락했는데요. 큰 문제는 임시 주권에서 나타났습니다. 철도 기업들은 앞다퉈 10%만 내고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나머지 90%를 내라고 독촉했습니다. 한꺼번에 마진 콜을 요구한 것입니다. 철도 주식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는데, 훗날 허드슨은 이익이 아닌 자본에서 배당을 한 것으로 밝혀져 더 큰 논란을 키웠습니다. 


184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철도주는 하락폭이 64%에 달했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더 있습니다. 영국의 철도 노선은 1830년대 고작 100킬로미터에 불과했는데, 1850년대에는 1만킬로미터까지 확장됐습니다.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 그 이전에는 열흘이 걸렸지만, 철도 시대에는 열시간 남짓이었습니다. 


광풍이 남긴 축복


그 길로 신문은 전국지로 변모해 영국의 산업 혁명 소식을 타전했고, 우편 요금이 표준화됐고, 그리니치 평균시가 도입돼 전국의 시계가 통일됐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렀던 이유 역시 1840년대 철도 광풍 덕이었습니다. 

게릭 워닉과 그의 저택: 글로벌 크로싱의 창업자로 1990년대 후반 해저 광케이블 매설을 주도하면서 단기간에 부를 축적했다. (AOL)

🟥챕터2

1996년 미국 광케이블

다크 파이버가 남긴것


요크에서 철도 광기가 벌어진지 거의 150년이 지난 캘리포니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1990년대가 그랬습니다. 1996년 미국은 전기통신법을 처리해 100년 가까이 굳어 있던 지역 전화시장의 독점을 풀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통신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난립합니다. 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통신사들은 신규 채권으로만 5000억 달러 (약 769조원)를 조달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게릭 워닉의 꿈


광케이블 광풍의 한 복판에는 게릭 워닉(1947~2023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밀컨 컨퍼런스로 유명한 마이클 밀컨 밑에서 정크 본드를 다루던 채권 트레이더였는데요. 그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에 고금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시켜주는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금융 기법을 익혔습니다. 그러던 중 1996년 한 통신 컨설턴트로부터 한 장의 종이를 받습니다. 대서양 해저에 새 광케이블을 깔자는 사업 제안서였습니다. 


사실 광케이블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당시 광신호는 50~80킬로미터마다 전기신호로 변환해 증폭해야했습니다. 즉 해저에 본격적으로 깔기에는 적합한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한데 이 무렵 고밀도 파장분할다중화라는 기술이 상용화합니다. 한 가닥의 광섬유에 서로 다른 색깔의 빛을 수십개 동시에 흘려보내는 기술인데요. 1996년에 처음으로 4채널 시스템이 나왔습니다. 


팀 버너스리와 마크 안드레센


인터넷 역시 이무렵 등장했습니다. 1989년 팀 버너스리가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했고, 1993년 마크 안드레센이 모자이크라는 웹 브라우저를 만들었습니다. 즉, 사회 곳곳에서 인터넷 망인 광케이블 구축을 절실히 원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유럽 사이의 모든 음성·데이터 트래픽은 AT&T, MCI 같은 대형 통신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운영하는 케이블에 묶여있었습니다. 


가격은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 시대의 국제 전화 요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태동을 목격한 워닉은 무릎을 치고 1997년 3월 LA에서 창업을 합니다. 회사의 이름은 글로벌 크로싱(Global Crossing)입니다. 끌어모은 자본은 3,500만 달러였는데요. 자기 자본 1,500만 달러에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으로부터 나머지를 조달했습니다.


먼저 깔고, 나중에 받는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했습니다. “먼저 빠른속도로 광케이블을 깔고, 용량을 도매로 팔면, 기존 컨소시엄의 가격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는 1998년 5월 대서양 횡단 케이블 AC-1을 깔고 첫 상업 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민간 자본만으로 건설된 첫 대서양 횡단 광케이블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글로벌 크로싱은 나스닥에 데뷔했습니다. 그리고선 단 하루 만에 3억 9,900만 달러의 자금을 빨아들였습니다. 2000년 2월에는 시총이 약 470억 달러를 찍었습니다. 포드보다 더 큰 회사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크로싱은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허드슨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1999년 프런티어 커뮤니케이션즈를 110억 달러에, 같은 해 또 다른 통신회사들의 광케이블 자산을 차례로 사들였습니다.


불붙은 광케이블 사업


1999년에는 LA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로 꼽혔고, 추정 재산만 6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창업 2년 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통신 시장 전체가 과잉 매설로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전역에 광케이블 열풍이 불면서 ‘경쟁 지역 통신사업자’인 이른바 CLEC만 수백곳이 생긴 것입니다. 


글로벌 크로싱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역폭 도매 판매입니다. 예를 들어 AT&T가 "한미 구간에 10Gbps 회선 빌려달라"고 요청하면, 글로벌 크로싱이 ‘1Gbps당 연간 몇 달러’에 도매로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대역폭 도매가격은 1년만에 9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글로벌 크로싱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큰 파산이었습니다. 


불거진 캐퍼시티 스왑


직원 1만여 명이 한 순간에 직장을 잃었는데요. 조사가 시작되면서 크로싱이 다른 통신사들과 광케이블 용량을 맞바꾸는 거래인 이른바 ‘캐퍼시티 스왑(capacity swap)’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광케이블 광기는 여러 산업의 토양이 됐습니다. 먼저 글로벌 크로싱이 파산한 뒤에도 해저에 깔린 10만 마일(약 16만 킬로미터)의 광케이블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당시에는 해저에 깔린채 아무런 데이터도 전송하지 않는 케이블을 가리켜 ‘다크 파이버’라고 불렀는데요. 하지만 오늘날 크로싱이 남긴 케이블들은 여러 회사들이 인수해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해저케이블은 현재 일본 NTT(일본전신전화)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2000년대 후반부터 클라우드와 유튜브 같은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인터넷을 잉태한 다크 파이버


구글과 같은 기업은 이미 매설된 다크 파이버를 헐값에 사들이거나 리스하는 것만으로도 처음부터 새로 케이블을 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구글은 총 33개 이상의 해저케이블을 소유하거나 공동투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서비스 그자체가 다크 파이버 위에 구축된 셈입니다.

카를로타 페레스의 기술혁신 확산주기이론: 기술혁신은 크게 도입기(분출+광기), 전환점, 배포기(시너지+성숙) 단계로 발전한다.

🟥챕터3

카를로타 페레스

산업 50년 주기론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운율을 이룬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입니다. 사실 철도와 광케이블에 대한 열광은 단편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구석은 있습니다. 기술이 움트고, 제도가 빗장을 풀고, 자본이 밀려오면서 산업이 축제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을 연구한 학자 중에 카를로타 페레스 마스트리히트대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50년 주기를 주장하는 학자입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기술 혁명과 금융 자본’이라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다섯 번의 거대 물결


그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다섯 번의 거대한 기술 혁명을 겪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다섯 번 모두 같은 모양의 파동을 그렸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1) 1771년 기계와 면직물의 시대인 영국 산업혁명 (2) 1829년 시작된 증기와 철도의 시대  (3) 1875년 철강·전기·중공업의 시대 (4) 1908년 포드의 모델T와 함께 시작된 석유·자동차·대량생산의 시대 (5)  1971년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시작된 정보통신의 시대입니다.


4가지 사이클


페레스에 따르면 각 사이클은 크게 40~60년의 파동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 분출기(Irruption): 새로운 핵심 기술이 등장하고, 소수의 모험자본이 그 가능성에 베팅하는 시기. 1830년 리버풀-맨체스터 철도가, 1971년 인텔 4004 칩이 여기에 해당
  • 광란기(Frenzy): 금융자본이 폭발적으로 몰리고, 새 기술 회사들의 주가가 비현실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인프라가 광기 속에서 매설되는 시기
  • 전환점(Turning Point): 거품이 무너지고, 자본이 증발하고, 정치가 개입하는 시기. 사회는 해당 기술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생성.
  • 전개기(Deployment) : 크게는 시너지기(Synergy) 와 성숙기(Maturity)인데, 페레스는 이 두 단계를 합쳐 전개기라 부릅니다. 

페레스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진짜 번영은 거품이 터진 다음에 온다. 광기가 인프라를 깔고, 무너진 자리에서 사회가 그 인프라를 재구성하면, 그 위에서 한 세대의 번영이 펼쳐진다. 그러면 현재 AI와 반도체는 어디쯤 있을까요.


“현재는 IT 혁명의 후기”


페레스는 앞서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오늘의 AI는 새로운 혁명의 시작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정보통신 혁명의 후기 국면에 속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시계로 보면, AI는 다섯 번째 파동의 시너지기를 마무리짓는 도구이거나, 또는 여섯 번째 파동을 여는 분출기쯤 입니다. 


그가 던진 교훈을 압축하고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혁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광기와 인프라는 사실 한 몸이다." 예를 들어 합리적 계산만으로는 누구도 8,590마일의 철도를, 1억 마일의 광케이블을 깔지 않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비합리적 낙관입니다. 


“정점에서 소리치지 마라”


"정점에서 소리치지 마라." 대표적인 것이 월드컴입니다. "인터넷 트래픽은 100일마다 두 배가 된다" 고 외친 월드컴은 3년 안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파산했습니다. 진정한 수혜자는 광기가 멈춘 뒤 나타납니다. 철도 전쟁의 승자는 1847년 위기 직후 그 철도를 헐값에 인수한 다음 세대였고, 광케이블 시대의 승자는 다크 파이버를 사들인 구글입니다. 수많은 빅테크들이 다크 파이버 위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같은 서비스를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원점입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AI 반도체 광기는 정말 이번에는 다른가. 우리가 마주한 것은 새로운 광기가 아니라, 오래된 광기의 새로운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추이: 주요하이퍼스케일러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가속화해 2027년에는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

🟥챕터4

AI 데이터센터 ‘붐’

어떻게 볼것인가


샘 올트먼은 작년 8월 CNBC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누군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누구인지 모른다." 우리는 코스피 전체가 반도체 산업에 기대고 있고, 그리고 정부에서는 벌써부터 들어올 세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숫자는 팩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라는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작년 한해만 4000억달러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했습니다. 


한국 GDP가 무색해지다


오라클까지 합하면 4200억달러입니다. 한국의 명목 GDP가 약 1조 8727억 달러이니, 한국 GDP의 4분의 1을 이들 5개 기업이 데이터 센터에 투자한 것입니다. 한국을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AI 칩 매출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이들 하이퍼스케일러의 누적 자본 지출이 5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도 내다봤습니다. 한국 1년 명목 GDP의 3배 가까운 돈입니다. 


찬반의 목소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거품이 곧 꺼진다는 쪽의 주장 논리는 이렇습니다.


거품론의 목소리


먼저 수익성이 약합니다. 작년 8월 MIT 미디어랩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투자한 350억~400억 달러 가운데, 측정 가능한 수익으로 돌아온 비율이 5%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95%는 아직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순환 거래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천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기로 했습니다. 1천억 달러가 오갈 뿐인데, 오픈AI는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엔비디아는 매출액이 향상합니다. 이런 사례는 수두룩 합니다. 


셋째는 생산성 효과입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스모글루는 앞서 기고를 통해 AI가 향후 10년간 미국 GDP에 미칠 누적 효과는 0.93%~1.16%로 추정했습니다. 즉 연평균 0.1% 정도 밖에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AI가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는 노동이 미국내 4.6%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패러다임 전환 중”


물론 반박도 상당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은 범용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젠슨 황은 앞서 인터뷰에서 “ AI는 거품이 아니다”면서 “컴퓨팅 자체의 패러다임 전환이다”고 말했습니다. 즉 오늘날 투자는 CPU 중심의 직렬 연산이 아닌 GPU 중심의 병렬 연산으로의 전환을 위한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즉 컴퓨팅 인프라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공부족론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모두 자사 클라우드 부문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1999년 통신회사들이 과잉 매설했던 광케이블과 달리, 올해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모자라다는 주장입니다. 즉 짓는 즉시 수요자가 줄을 선다는 것입니다.


끝으로는 역사적 비교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3월 보고서에서 닷컴 시대의 거품 기업들은 부채로 자본 지출을 충당했지만, 오늘날 빅테크는 영업 현금흐름으로 자본 지출을 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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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는 말씀

누구도 현재 사이클이 어디에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이클이 광케이블 때와는 다른 면이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인 에드 야데니는 "당분간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S&P 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7,700에서 8,250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입니다. 현재보다 약 11%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든 산업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페레스는 사이클 이론을 펼치면서 몇가지 교훈을 주었는데요. “광기를 부정하지 말되, 그 안의 움직임을 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프라는 열광기가 끝나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갑니다. 1840년대 영국 철도는 결국 1948년 국유화됐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또 1999년 광케이블은 구글과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 AI 패권인 데이터센터는 결국 누가 갖게 될까요? 


광기 이후 시대를 황금기로 만들려면 철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영국이 1840년 철도 혁명 이후 표준 시간제를 도입해 빅토리아 시대라는 황금기를 연 것처럼, AI는 단순히 챗봇이나 에이전트 사용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자리 충격, 에너지 충격, 정보의 비대칭성, 부의 집중, 딥페이크와 같은 이슈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광기 이후 도래할 시너지기는 황금기로 자리매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페레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황금기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문턱에 선다는 것은 넘어갈 수도 있고,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테크 뉴스를 소개해 드리는 대신, 산업의 시선에서 AI와 반도체를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살펴봤는데요. 오늘도 구독자님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덧, 독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아래 좋았어요 별로예요 버튼을 누르고 AI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독자님만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다음 편지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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