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조심하라는 재난문자가 오던 날, 안국동의 킵인터치에 가서 강동호 개인전 《Bastards》를 관람했습니다. 친구로부터 강동호 작가의 그림이 정말 좋다는 추천을 들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작업과 관련된 일종의 '소설'이 같이 전시된다고 하여 더 궁금했습니다. 

작업에 대해서는 선행하는 정보가 없이 갔는데, 강렬한 색채가 사실적인 형상을 만들면서도, 어느 부분에서 형상이 사라져버리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외곽선이 만드는 그 엇박자가 재미있었습니다. 같이 전시된 텍스트도 그에 화답하듯이, 서사는 실체를 만들기보다 희미한 형상을 그려냅니다. 고양이를 감싸고 있는 검은 그림자의 알려지지 않은 실체를 닮은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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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들은 어쩜 이렇게 잘 쓸까. 첫 페이지부터 빨려들어가듯이 읽었습니다. 나이, 성향, 학력 등이 모두 다른 여자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고민하며 각자의 페미니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중에 어떤 것이 페미니즘이고, 어떤 것이 아니라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야기 속 여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 모두 상이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삶에 고민을 안고 있고, 자신의 삶의 태도와 방향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성찰합니다. 고민 없는 여자는 없으며, 그러한 고민들이 결국 여성들의 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