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호.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서

하루에 70%의 에너지만 쓰자, 다짐했건만 어디 일이 뜻대로 되던가요. 정해진 일정을 맞추느라 이어진 강행군에 오전엔 박카스를, 오후엔 커피를 들이부으며 살았죠. 태연한 척했지만 주말에도 꾸벅꾸벅 조는 저를 보며 그동안 애썼구나, 반성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릅니다.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는 말은 지금 당장 필요한 말이에요. 돌아간 고향에서 제철 음식을 해 먹으며 기운을 되찾은 그녀처럼, 우리는 어떤 보살핌을 행할 수 있을까요.

📅 𝙱𝚘𝚘𝚔 𝙲𝚊𝚕𝚎𝚗𝚍𝚊𝚛

이달의 독서달력

2023년 6월 4주 차 독서달력입니다. 여름이 좋은 몇 가지 이유 『아무튼, 여름』(2020, 제철소), 모든 요일이 좋아지는 일상 사용법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2021, 허밍버드), 식물에게 배운 삶의 낙관력 『식물적 낙관』(2023, 문학동네), 밤하늘에 새긴 과학적 낭만의 사유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2021, 문학동네), 독자와 작가를 잇는 편집자란 징검다리 『문학책 만드는 법』(2020, 유유)까지 총 5권을 완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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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𝚂𝚝𝚛𝚊𝚢 𝚝𝚑𝚘𝚞𝚐𝚑𝚝𝚜

쉼표와 따옴표

북클럽 문학동네 6기 웰컴키트

봄과 여름 사이, 연례행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출판사들의 '북클럽 가입'입니다. 보통 벚꽃이 지는 4월이면 북클럽 키트 구성품이 공개돼 저 같은 책덕후를 유혹하는데요. 출판 불황이란 말이 무색하게 <민음북클럽>은 오픈 당시 서버 다운부터 조기마감까지 이뤄져 며칠을 고민하던 저는 가입에 실패했답니다. 그래도 <북클럽문학동네>는 7월까지 열려있어 무사히 가입할 수 있었죠. 웬만한 책은 읽었거나 소장 중이라 고르는데 애 좀 먹었지만요.

북클럽은 줄어드는 독서인구를 붙잡기 위한 출판사들의 묘안입니다. 민음사를 시작으로 문학동네, 마음산책, 아침달 등 여러 출판사가 하나둘씩 개설하고 있지요. 일정 금액의 회원비를 지불하면 자체 제작한 웰컴키트(MD)와 자사 선택 도서 1~2권, 북클럽 에디션 등을 보내줌은 물론 자체 커뮤니티를 통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운영하는 게 큰 특징이죠.

북클럽의 순기능은 단순히 읽기에 그치지 않고 '참여한다'는 동적 의미를 부여한단 점이에요. 독서 모임이나 활동지 작성, 작가와의 만남, 담당 편집자의 코멘트 등 출판계 안팎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날 수 있어 정말 재밌어요. 가입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각종 에디션은 덤이고요.

지친 몸으로 집에 왔을 때, 선물 꾸러미 같은 북클럽 상자를 뜯으며 잠시 행복했습니다. '우와!'를 남발하며 후루룩 구성품을 훑어보는데 역시 나만의 작은 숲 중심에는 책이 있단 걸 부정할 수 없겠더군요. 올해는 <북클럽문학동네> 하나만 가입했지만, 내년에는 새로운 북클럽도 시작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리디, 밀리의 서재 등 전자책 출판사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어서 책과 함께하는 신나는 여름을 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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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문학동네> 6기

🎁 구성품 소개 🎁

사서 마니가 받은 웰컴키트를 한 번 소개해 볼게요. TAKE A BOOK WALK!

📚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선택도서: 김금희 『식물적 낙관』, 백수린 『눈부신 안부』

🗒️ 기록이 시가 되는 노트 vol.3 & 부록

💌 멤버십 카드 & 안내장

🗺️ 이달책 산책 지도

💳 완독챌린지 독파 이용 쿠폰

☕ 카페꼼마 커피 드립백 2종

🛍️ 북파우치

그 밖에도 정규 독서 프로그램 '이달책'과 프리미엄 독서소식 뉴스레터 '책첵레터', 생일 시時 레터, 뭉친 마켓, 가을 펜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7/7(금)까지 가입 기간이니 관심 있으시면 신청해 보세요 :)

🎁 <북클럽문학동네> 더보기

💬 𝙱𝚘𝚘𝚔 𝚌𝚘𝚖𝚖𝚎𝚗𝚝

이주의 독서리뷰

김금희 『식물적 낙관』

출장을 가며 어떤 책을 가져갈까 고민했습니다. 제주-김포 왕복 2시간 20분. 끝내주는 독서를 하고 싶어 서가를 뒤지다 『식물적 낙관』의 추천사에 마음이 동했어요. "식물을 돌보는 일이 우리 자신을 돌보는 일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는 황인찬 시인의 말은 곧 옳다는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사실 저는 식물 킬러입니다. 제게만 오면 식물이 죽어가서 스스로 붙인 별명이지요. 물을 자주 줄 필요 없다는 선인장을 말려 죽였으니... 알만 하지요. 그래서 발코니 가득 식물을 채워 넣고 돌보는 작가의 일상에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됐어요. 이는 기우였습니다. 발코니의 시간은 인생과 비슷했거든요.

식물은 저마다의 힘이 있어서 죽은 듯싶다가도 다시 살아나고

꽃을 피우며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니까.

그러니 일희일비할 것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희일비하며 채워나가는 것이 발코니의 시간이라는 말이다.

(p. 219)

작가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자기 생장을 도모할 뿐인 식물을 통해 자신을 스쳐 간 사람과 마음, 생각을 하나둘씩 꺼내며 가지치기합니다. 식물은 잎이 변색되고 곰팡이가 피고 해충의 습격을 받아도 지켜봐 주면 자기 힘으로 회복하죠. 이런 자연의 섭리 속에서 작가는 상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아예 말이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 예기치 못한 변수를 향한 의연함, 새날을 향한 기대감을 심어갑니다.

식물적 낙관은 시들다가도 각자 알맞을 때를 찾아가는 녹색 생명들의 성장을 뜻해요. 발코니란 안온한 장소에서 햇빛의 사랑을 고루 받지 못하는 듯 보여도, 누굴 탓하기보단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든 뿌리 내리는 식물들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지죠.

식물들이 피고지는 숱한 반복을 하며 가르쳐주는 것은 뭐 그리 대단한 경탄이나 미적 수사들이 아니라 공기와 물, 빛으로 만들어낸 부드럽고 단순한 형태의 삶의 지속(p. 173)이에요. 모든 걸 움켜쥐려는 인간에게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죠.

책을 덮으며 나를 식물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분갈이를 마쳐서 몸살을 앓는 중이라고요. 볕 좋은 곳에 널어도 보고, 잎과 흙이 말랐는지 만져도 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영양제도 맞춰보며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렵니다. 이번엔 말라 죽지 않게 잘 키워 볼게요.

🎵 최유리 - 숲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식물적 낙관』을 읽는 내내 이 가사가 맴돌았어요. 비 내리는 숲길, 짙은 풀 비린내가 코끝을 찡하게 간질이는 심상이 떠오른달까요.

초록을 많이 보면 스트레스 경감에 좋다지요.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회색빛으로 물든 숨이 본래의 색을 찾도록 시간을 내어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 최유리 '숲' 듣기

* 출처: 멜론

📚 𝙻𝚒𝚋𝚛𝚊𝚛𝚢 𝙲𝚊𝚛𝚍

대출 희망합니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6월 4주 차에 신청한 희망도서는 『지금의 균형』, 『연수』,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 『청춘유감』, 『젊은 근희의 행진』입니다.

📗 허윤 『지금의 균형』 (2023, 북스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그럴싸한 취향을 찾거나 큐레이션을 통해 적당한 취향을 정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자는 취향이란 '좋아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삶의 태도'라 말해요. 아울러 이상에 가깝게 조금이라도 애쓰는 마음, '지금의 균형'을 강조하죠. 마음은 간사해서 미풍에도 쉬이 흔들려요. 상/하반기 분기점을 지나는 지금, 눈을 가린 흑막은 없는지 되짚어볼 시간입니다.

📗 장류진 『연수』 (2023, 창비)

《창작과 비평 2019》 겨울호에서 처음 「연수」를 만났습니다. 초보 운전자, 장롱 면허 소지자의 심금을 울린 단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죠. 그로부터 3년, 연수가 소설집이란 새 옷을 입고 찾아왔어요. 「연수」를 포함한 여섯 단편은 넘어지고 깨져도 더 나은 내일이 있다고 손짓합니다. 우리 삶과 닮은 이야기는 경쾌한 위로를, 그리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죠.

📗 김겨울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 (2023, 세미콜론)

책만큼이나 떡볶이를 사랑하는 북튜버 김겨울이 생애를 관통한 떡볶이 역사를 털었습니다. 철학과 학생답게 곳곳엔 떡볶이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유쾌하게 펼쳐지는데요. `아, 떡볶이 먹고 싶다!` 하는 순간이 찬란하게 그려집니다. 저도 떡볶이 러버라 출간 소식을 손꼽아 기다렸는데요.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도 선정된 이 친구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 한소범 『청춘유감』 (2023, 문학동네)

한국일보 문학 기자로 일해온 한소범 기자의 산문집입니다. '한 문학청년이 문학 기자가 되어가는 모색의 궤적이자, 한 기자가 작가로 발돋움하는 자취를 담은 청사진'이란 소개문에 눈길에 멈췄는데요. 무심결에 재생된 문학 기자란 길을 걸으며, 매사에 유감(有感)했던 청춘의 증거들을 반짝이는 문장으로 빚어낸 그의 삶이 궁금하네요.

📗 이서수 『젊은 근희의 행진』 (2023, 은행나무)

제 이름과 비슷한 이름이 있어 눈길이 갔습니다. 하지만 저와 달리 관종 '오근희'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죠. 이서수의 첫 소설집엔 세상엔 너무 다양한 삶이 있어 확신하기 어렵단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인물들이 겪는 주거, 노동, 고용 문제는 독자인 우리도 감내 중이기에 쉽게 이입되죠. 작가는 '함께'란 힘으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그려냅니다. 다정한 양지로 끌어올려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고요.

* 도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참고해 작성했어요.
* 빨간색 글씨를 클릭하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식물은 자기 상태에 대한 미움이나 비난이 없다.

그리고 마음은 본래 그런 식물의 형태이지

지금 나를 옥죄어오는 이 나쁜 형태가 아니다.

김금희 『식물적 낙관』中

마니브러리의 수서 목록을 읽으면서 2주 뒤, 7월 10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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