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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ta Jankovic by unsplash

해가 바뀌는 시점에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내 나이인 마흔여섯 살이 흥미로운 분기점이라는 사실이다. 1977년생인 나에게 2023년은 20세기와 21세기를 산 기간이 각 23년씩 동일해지는 해였다. 서른이나 마흔처럼 개인의 나이가 어떤 숫자를 꽉 채우고 지나갈 때 그것에 대해 고찰해 보는 시선은 응당 안을 향하곤 한다. 어떻게 살아왔나, 이 나이에 기대했던 바는 이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애매하기 짝이 없어 그런 의미 부여 없이 지나갈 줄 알았던 마흔여섯, 세기말과 세기 초를 같은 기간 살아온 시점이라는 뜻밖의 발견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바깥으로 향한다. 내가 살아온 세상은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변해갈까?

도화지 위에 물감을 짜고 반을 접었다 펴는 데칼코마니처럼 왼쪽과 오른쪽에 동일한 기간이 존재하지만 양쪽 그림은 사뭇 다르다. 지난 여름 휴가지였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프리마베라 사운드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켄드릭 라마, 할시, 로살리아 같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헤드라이너로 펫 숍 보이스, 블러, 뉴 오더, 디페쉬 모드가 올라 있었다. 30년 전인 90년대에 이미 전성기를 누린 팀들이다. 특히 블러의 공연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블러는 1997년에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 공연을 하고 그 후로 한국을 방문한 적 없는데, 당시 대학 3학년이던 내가 1997년의 현장에 있었다. 마치 유리병에 자신을 통째로 넣어 바다로 띄워 보낸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26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 시간만큼 늙어버린 데이먼 알반과 내가 무대 위아래에서 마주 섰다. 그 사이에서 노래만 나이를 먹지 않고 있었다.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들었던 음악은 얼마나 힘이 센지, ‘Song 2’ 전주의 기타 리프 5초만으로도 20대 초반의 신촌과 홍대 풍경이 소환돼 왔다. 세기말, 내가 편지 속에 넣었던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상은 점점 나아진다”일 것이다.

역사가 정반합의 궤적으로 나아간다면 그 시기에 마침 세계가 발전하는 트랙을 타고 있었던 건지, 어렸던 내 현실 인식이 피상적이라 두루뭉술하게 긍정적이었는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많던 시기라 꿈에 들뜬 필터로 바라봤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로 대변되는 우리 세대, 1970년대 초·중반 태생의 특징일 수도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경제적 궁핍이나 독재 정권의 잔혹함은 덜 겪고 한창 성장하던 경제와 정치 민주화의 수혜를 누리며 자라 더 낙관적이었을지도. 물론 IMF 때문에 졸업을 미루거나 해외 연수를 취소하는 각자의 사정이 있긴 했지만, ‘각자도생’이 당연한 시대정신이 되기 전에 어른이 됐다는 점에서 우리는 운이 좋았다. 게다가 20대에 참여한 두 번의 대선에서 연이어 내가 투표한 진보 성향의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성취감은 더 어린 세대의 친구들과 대화해 볼 때 결코 흔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은 점점 나아진다’는 명제를 여전히 믿고 싶지만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Noor Younis by unsplash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대상으로 강연할 때가 있다. 그들의 진로 고민에 내 경험과 통찰을 최대한 동원해 도움을 주려 애쓰지만 기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기울였던 노력 이상으로 그들도 애쓰고 있을 텐데, 지금의 현실이 어려운 것은 결코 그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닐 텐데. 복잡한 마음으로 이런 말을 덧붙인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스스로를 너무 탓하지 마세요.” 개인의 역량과 상관없이 신입사원으로 사회에 진출해서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길이 좁아졌다. 그건 누군가의 부족함이 아니라 그가 속한 시대와 세대 문제이고, 굳어진 계급의 문제이고, 사람을 한낱 부속으로 취급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게 운 좋게 살아남아 어른이 된 나에게는 선명하게 보인다.

주변의 작가나 예술가들, 출판계 사람들과 만나면 다들 확연하게 줄어든 문화예술 예산과 지원금을 걱정한다. 내년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다양한 시민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활동을 나누던 은평혁신파크는 폐쇄되고 그 자리에 대형 쇼핑몰 설립이 거론된다. 40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에서 60시간으로 늘리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올해보다 240원 오르는 것으로 결정됐다는데, 이미 반영된 지하철과 버스요금 인상분 300원보다 적다. 아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심각한 해수 온도 상승, 전 세계적 우경화, 깊어지는 차별과 혐오,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과 이에 대한 서구 정치권의 방관까지는 아직 언급도 못 했는데 지면이 부족하다. 세상이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를 쉴 새 없이 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사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내년부터 나는 21세기를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된다.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기만 할 일이 아니라 내가 속한 현실을 더 낫게 만들려는 노력을 미미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다.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가 모토인 팟캐스트를 계속해 나가는 일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내가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기를, 그들이 각자의 절망과 싸우다 쉴 때 힘이 될 수 있는 글과 말을 들려줄 수 있기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해야 할 몫을 다하기를 바란다. 참 애매한 마흔일곱 살의 새해는 어쩐지 서른이나 마흔이 될 때보다 비장하게 맞이할 것 같다. 아 참, 우선은 해가 바뀐다고 해서 한 살을 더 먹는 게 아니라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겠지만.

Writer 황선우
오랜 시간 잡지 에디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운동 애호가. 인기 팟캐스트 〈여둘톡〉 공동진행자로 지면을 넘어 방송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엘르> 2023년, 12월호 발췌


비정형의 이효리_셀럽 보이스

언제나 비정형의 길을 자신있게 걷는 이효리. 그 날카롭고 유연한 걸음이 완성한 하나의 궤도.

Q. 6년 만에 〈후디에 반바지〉를 냈습니다. 누군가는 과거 이효리처럼 더 세고 강렬한 컨셉트로 컴백하길 기대했을텐데요. 그들이 기억하는 이효리와 지금 이효리의 경계에서 고민이 깊었겠습니다.

A. 막상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좋아해줄지 고민해 보니 잘 모르겠더군요. 대부분 과거에서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지만, 막상 변하면 예전을 그리워하기도 하죠. 사랑받던 모습을 지키면서 새로워지기란 꽤 어렵지만, 일단 뭐든 해봐야 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후디에 반바지’를 해보고, 어떤 부분이 별로였다면 다음엔 또 다른 걸 해보면서 더 나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Q. 명쾌하네요. 올여름 〈엘르〉 인터뷰로 만난 엄정화도 비슷한 고민을 얘기했습니다.

A. 대중은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좋아하지만, 그건 지금 내 모습이 아닐 수밖에 없죠. 예쁘다고 칭찬받았던 무대의상을 다시 입는다고 그 느낌이 나지 않고요. 하지만 대부분 리즈 시절을 기억하고 영원히 그곳에 머무를 거라고 기대하니까. 언니도 그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라 늘 용기를 내요. 결론은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고요. 정화 언니도 물론이지만 이름이 브랜드가 된 분들이 있잖아요. 이제 그 사람이 뭘 입고 나와도 그 가치는 훼손되지 않아요. 최근작이 좀 안 되더라도, 어느 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나와도 그는 엄정화이고, 여전히 멋있는 사람이지 그 잠깐에 모두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아요.


Q. 신곡 뮤직비디오 스틸 사진과 함께 “나의 과정에 더 이상 애를 쓰다, 악에 받치다, 죽도록 같은 아픔의 말들은 없었다. 그리고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는 말을 SNS에 쓰기도 했습니다. 취해서 올렸다며 농담했지만, 지금 당신은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A. 사랑하죠. 그땐 사람들에게 늘 자신감을 갖자고 말하는 노래를 불러왔어요. 솔직하자, 당당하자, 나를 따라와라….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노랫말처럼 완벽한 상태였다면 그렇게 주창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미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그 노래들은 타인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제게 하는 얘기였구나 싶어요.

Q. 그럼에도 요즘 사소하게 애쓰는 일이 있다면?

A. 남편에게 잘해주려고요. 외로울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혼자 지내는 시간에서 오는 외로움도 있겠지만, 남편도 음악을 잘하는 뮤지션이니까요. 저희 가족은 개들 때문에 누군가 나가면 누군가 집을 지켜야 되는 시스템이에요. 한바탕 활동하다 이제 오빠에게 다시 바통 터치하려고요. 요새 꿈에 자주 나옵니다(웃음). 가정 있는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자기 일을 잘하고 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드는 죄책감 같은 감정. 근데 그건 사랑스러운 마음이에요. 내 일도 하고, 집과 남편도 신경 쓰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자신을 사랑스럽다고 여기면 좋겠어요.


Q. 효리 언니, 슈퍼스타, 아내, 반려견의 보호자…. 이 많은 이름과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세상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여요.  이효리가 지금 나아가고 싶은 세상은?

A. 지난 10년간 어딘가 훌쩍 다녀왔잖아요. 이제 다 같이 있고 싶어요. 소통하며 서로 부족한 점을 배워나가면서요. 위로 날아가기보단 땅에 발붙이고 서서, 혼자보다 함께 걷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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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기만 할 일이 아니라 내가 속한 현실을 더 낫게 만들려는 노력을 미미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다."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한 구절처럼 올 한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 온 아리님 모두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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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계절, 다정함에 대한 글이 따뜻하네요:)

- "다정함이 일종의 생존력"이라는 점 적극 동의해요! 저의 경우 특히 외국에서 지낼 땐 친절함/다정함으로 중무장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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