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철
3부작에서 이순신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모두 다르다. 시간순으로 보면 <한산 : 용의 출현>의 박해일, <명량>의 최민식 그리고 마지막 전투를 그린 <노량 : 죽음의 바다>의 김윤석까지 세 명의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한다. 서로 다른 세 명의 배우가 이순신이 되어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고 풍부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각기 다른 캐스팅으로 진행하게 된 발상은 어떻게 했나.
김한민
3번의 전투는 명확히 다른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가상의 어떤 인물인데 속편의 배우가 계속 바뀐다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하지만 이순신은 실존 인물이고 그래서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그 인물의 정수(본질)를 잘 다루는 배우와 작업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먼저 발생한 <한산 : 용의 출현>에는 더 젊은 느낌의 이순신을 표현하려 했고, 마지막 전투인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동시에 갖춘, 무인과 선비의 모습이 조화된 이순신을 표현하려 했다. 그렇게 떠올린 이미지들과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참여하며 표현하고자 했던 이순신이 3부작 작품에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
주성철
3부작 시리즈의 첫 시작인 <명량>과 8년 만의 속편이자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한산 : 용의 출현>의 준비가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하다. 또, <한산 : 용의 출현>은 시나리오 자체는 <명량> 직후에 바로 나왔지만, 이후 수정에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마지막인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이전 시리즈와 다르게 어떤 화두를 기대할 수 있나.
김한민
<명량>과 <한산 : 용의 출현> 두 작품을 준비할 때 크게 다른 생각을 갖진 않았다. 그저 두 프로젝트가 잘 연결되고 어떤 결과물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한산 : 용의 출현> 시나리오 작업을 처음 했을 때 스스로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 고민이 들었다. <명량>에 성공에 힘입어 속편 개념으로 작품을 내놓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전투를 들여다보며 각 전투가 지니는 특징들이 점점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한산 : 용의 출현>은 조선군의 절대적 수세와 이순신 장군의 지위에 따른 한계가 있었던 전투였다. 그러나 이런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작품으로 풀어낼 때 이러한 특징을 살린다면, 이순신 장군이 지닌 지략적인 지점들에 대해 알리며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작업을 할 때, 항상 작품에서 내가 뭘 이야기하고자 하나, 내가 던지려는 주제가 무엇인가, 메시지가 무엇인가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량해전의 경우 승리를 거의 확정 짓는 상황이었고, 내부적으로도 이순신 장군이 끝까지 적군을 공격하려는 결정에 대해 동조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순신 장군은 왜 끝까지 적군을 추적하는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으로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대하는 자세, 장군으로서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화두로 전달하려 했다. 또한 마지막 전투를 벌이는 이순신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CG로 구현한 실감 나는 전투씬과 전쟁을 대하는 무인으로서의 이순신의 면모를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주성철
OTT를 통해 드라마로 이순신 유니버스를 이어갈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명량>, <한산 : 용의 출현>, <노량 : 죽음의 바다>는 전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3부작 시리즈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어떤 차별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김한민
해전 3부작을 다루며 임진왜란 7년 동안 이순신 외에도 흥미로운 인물을 많이 발견했다. 하지만 영화로 모두 담아내기는 어려워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생각하게 되었다. 드라마와 영화는 전체적인 호흡법이 다르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캐릭터 위주로, 인물이 어떤 서사들을 가지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캐릭터 구축과 각 편수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가 고민 중이다.
드라마에서는 이순신뿐 아니라 조선의 대제학 이덕형, 왜군의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명나라의 협상가 심유경 등 다양한 캐릭터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조선, 명, 왜 3국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다룰 것 같다. 임진왜란 7년 동안 발생한 협상과 교섭을 다루며 동아시아판 정세를 전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왕좌의 게임> 같은 느낌을 상상하며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미장센에 더 신경 쓸 것 같다. 의상과 소품 등에 더 신경 써 우리나라의 사극을 좀 더 좀 규모 있고 멋지게 다룰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