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꼬비2.0] 비가 오면 머리가 부시시해지고 빨래도 안 마르지만...

2023/07/07 금요일

7월, 꼬비의 편지

✔여름의 초입 장마철,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꼬비꼬비 월간 꼬비가 왔어요!

7월은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달이에요. 그리고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장맛비가 내리는 계절이기도 해요. 일주일간 일기예보를 보니 온통 구름과 빗방울 이미지로 가득해요. 이제 한동안 습도가 높아서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나날이 계속되겠지요. 편집자 오뇽🧅은 장마철만 되면 반곱슬 머리카락이 수세미처럼 보인다면서 투덜거려요. '어머나, 난 오뇽이가 수세미가 아닌 걸 본 적이 없는데?' 디자이너 앙드레🐵가 꼬비만 들리게 소곤소곤 말했어요. 기획자 보리꼬리🥦는 빨래 마르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여전히 축축한 수건을 손에 쥐고서야 제습기를 주문했대요. 장마는 벌써 시작되었는데 이제서야? 제습기 주문도 밀려 있다던데 이러다가 장마철이 끝나고서야 배달이 되면 어떡해? 엄청 돈 아깝겠다. 편집부 식구들이 한마디씩 하자 보리꼬리🥦는 씩 웃고 말았어요.

"제습기가 도착하기 전에 해가 쨍쨍 내리쬐면 더이상 빨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고, 장마가 끝나기 전에 제습기가 도착하면 당연히 좋을 테고, 난 이래도 저래도 좋을 일만 있어. 제습기 주문하길 참 잘했어."

저렇게 비판의식이 없어서야 원. 저 커다란 머릿속에 무슨 솜사탕 같은 생각만 가득이야? 편집부 식구들은 다들 그렇게 핀잔을 주었지만 꼬비는 보리꼬리의 말 때문에 약간이나마 기분이 좋아졌어요. 비가 와도 좋고, 날이 흐려도 좋고, 뭐든 좋다니 그럼 됐죠 뭐. 그나저나 비 오는 날은 김치전 같은 걸 먹어야 할 텐데 누가 사 줄 사람 없으려나꼬비?

7월의 월간 꼬비, 함께해 주세요!

🌀 [바람의아이들 사무실 소식] 신간 배본이 시작되었어요!

김미애 글, 다나 그림 <구덩이에 빠졌어!>

✏️ 오늘의 출판 용어 : 배본

내일은 신간 배본일. "배본(配本)"이란 책을 배달한다는 뜻으로, 출판사에서 제작된 책이 서점이나 유통사로 넘어가서 판매되기 시작하는 날을 말해요. 보통은 판권에 나오는 발행일보다 앞서 배본일이 결정되지요. 인쇄-제본을 거쳐 제작이 완료되는 날이나 발행일은 따로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배본일이야말로 책의 탄생일이라고 할 만해요.

배본일이 가까워지면 바람의아이들 사무실은 아주아주 분주해집니다.

"<구덩이에 빠졌어!> 예정대로 입고되는 거 맞지요?"

제작 담당 김버섯 씨는 인쇄소에 연락해서 예정대로 책이 물류센터에 입고될 수 있는지 확인해요.

"아차차, 이미지가 너무 커서 메일에 첨부가 안 되잖아! 줄여, 줄여!"

편집자 오뇽이🧅는 신간 표지와 보도자료, 상세페이지, 미리보기용 이미지 등을 첨부해서 온라인 서점에 메일을 보내요. 배본일 전에 온라인 서점에 정보가 올라가야 독자들이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기획자 보리꼬리🥦는 동료들에게 <구덩이에 빠졌어!>를 이렇게 설명해요 : "<구덩이에 빠졌어!>는 동물 판타지예요. 갑자기 차례차례 구덩이에 빠진 동물 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지요. 재난물인가 싶겠지만 저학년동화이니만큼 심각하진 않고요, 저마다 다른 동물들이 조금씩 갈등도 빚다가 결국엔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요. 작지만 무척 딴딴한 이야기랍니다."

마케터 당케🥕는 온라인 서점 MD들과 잡은 미팅 일정을 정리하고 있어요. 어린이책은 미팅 일정 잡기가 꽤나 어렵답니다. 세븐틴 팬 '캐럿'인 당케는 티켓팅 전문가인데도 말이에요.

아무튼 배본일 전날, 인쇄소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 본사로 들어왔어요. 노랑노랑 표지가 아주 예쁜 책이에요. 편집부 식구들이 다들 만족스러워하자 디자이너 앙드레도 흐뭇해했어요('미슐랭 레스토랑 셰프가 이런 기분이겠군! 베리굿!')

꼬비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새 책 냄새를 맡고 누가 한 권 안 주나 목을 빼고(목도 없으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김버섯 씨는 그냥 모른 체할까 하다가 꼬비의 눈이 너무 간절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권 집어 주었어요. "깨끗하게 봐야 한..."

김버섯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꼬비는 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킁킁 냄새를 맡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이제 점심 때 참치김밥 같은 걸 주문하지 않는 이상 꼬비는 조용할 거예요. 오늘도 바람의아이들 사무실은 평화롭답니다.

😉꼬비의 TMI 한 마디 : "세상에나 세상에! 토끼랑 여우랑 돼지랑 곰이랑 몽땅 구덩이에 빠져 버렸잖아? 이 일을 어째! 그러게 발밑을 잘 보고 다녀야 한다니까. 사방을 잘 보고 다니면 걷다가도 강냉이가 생긴다는 꼬비 말씀."

돌개바람 시리즈 <구덩이에 빠졌어!>가 궁금하다면?

🌀 [꼬비 큐레이션] "와, 여름이다!" 산으로, 바다로, 도서관으로 휴가를 떠나요!

구스티 그림책 <파리의 휴가>와 제프 맥 그림책 <이건 또 뭐지?>

🏖️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바다~

다들 휴가 계획 잡으셨나요? 떠들썩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오뇽이🧅와 당케🥕는 동해 바닷가와 제주도로, 캠핑을 즐기는 보리꼬리🥦는 용문산으로, 호캉스 매니아 앙드레🐵는 부산으로 떠나요. 고요한 생활을 즐기는 김버섯 씨는 집에서 잠이나 실컷 자겠다고 하고요. 바람의엄마 오미숙 씨는 아기를 업고 워터파크에 가겠다니 얼마나 열혈 엄마인가요! 오미숙 씨가 꼬비에게도 같이 가자고, 워터슬라이드를 탄 다음에 핫도그도 사 주겠다고 했지만 꼬비는 따로 계획이 있다고 해요. 꼬비에게 휴가 계획이 있다고? 다들 의아해하자 꼬비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파리랑 수영하러 가기로 했거든." 아하, 그림책 이야기로군요. 꼬비 말로는 책 세상을 들랑날랑할 수 있다니 어쩌면 가능할지도요. "파리랑 휴가 갔다가 도서관에도 가야 해. 거기 가면 해적이랑 고래랑 공룡을 만날 수 있으니까. 다 내 친구들이야."

꼬비의 추천을 받아 휴가철에 읽기 좋은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느긋하게 휴가를 떠났다가 날벼락을 맞은 파리의 사연이 궁금하다면 <파리의 휴가>를, 도서관에 가만히 앉아서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건 또 뭐지?>를 들춰보세요.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휴가지에서 읽어도, 시원한 수박을 썰어 놓고 방 안에서 읽어도 좋은 그림책들입니다.

느긋하게 휴가를 떠난 파리에게 닥친 날벼락 : "이런 변이 있나!"

😉꼬비의 추천 : 내 친구 파리는 가방에다 썬크림과 수건, 물놀이 공까지 챙겨 수영을 하러 갔지. 얼마나 신이 나던지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으쌰으쌰 어깨춤도 줬어.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천둥소리가 나더래.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게, 축구장만큼이나 커다란 게" 파리를 향해 내려왔지. 도대체 그게 뭐였게? "엄마, 엄마, 나 다 했어!" 뭘? 뭘 다 했다는 거지? 하하! 알고 보니 파리가 휴가를 갔던 곳이 변기였다나 뭐라나.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내 친구 파리가 헹글라이더처럼 날아올랐으니 망정이지. 큰일날 뻔했다꼬비!

『파리의 휴가』 Click!

세상에서 가장 아슬아슬하고 가장 안전한 모험 : 우리는 도서관에서 이야기 속으로 떠난다!

😉꼬비의 추천 : 해적을 만나려면 19세기 카리브해에 가야 하고, 공룡을 만나려면 백악기 밀림 속으로, 고래를 만나려면 넓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야 해. 그럼 해적과 사자, 코끼리와 하늘을 나는 고래, 아기 공룡, 웃긴 가발을 쓴 외계인을 몽땅 한꺼번에 만나고 싶다면 어디로 가지? 정답은 도서관! 도서관은 보통 조용하지만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온갖 일이 다 일어나. 조용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자. 여름에 휴가 보내기에 도서관만큼 좋은 곳은 또 없지. 왜냐하면 도서관은 정말 시원하기때문이다꼬비!

『이건 또 뭐지?』 Click!

🥃 [김버섯 씨의 혼술 일기] 김해원, 김혜연, 김혜진, 임어진 소설 <가족입니다>

김버섯 씨의 가족, 만가닥이를 소개합니다

바람의아이들의 경영과 제작을 담당하는 김버섯 씨는 사실 버섯입니다. (놀라셨죠? ㅎㅎ) 알뜰살뜰한 김버섯 씨에게는 언제나 함께하는 만가닥버섯 쌍둥이가 있어요. 말하자면 반려 버섯이랄까요? 오만가닥이와 왼만가닥이는 웬만해서는 말이 없고 늘 오묘한 미소를 띠고 있어요. 하지만 김버섯 씨가 덧셈이나 뺄셈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하나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며 꾸에엑! 하고 소리를 질러요. 김버섯 씨가 숫자에 밝은 이공계 버섯으로 자라게 된 것도 어렸을 때부터 만가닥이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이에요. 김버섯 씨가 "2 더하기 3은 263..." 이렇게 중얼거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양쪽 귀가 터져나갈 정도로 꾸에엑! 꾸에엑! 하고 소리를 질러댔으니까요. 하지만 "사과는 이층으로 가는 계단이다"라고 말하거나 "보름달은 코끼리가 눈 똥"이라고 말해도 은은한 미소만 지을 뿐 만가닥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아요. 아마도 글이나 문장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나 봐요. 아니면 시를 너무 많이 읽었거나요.

오늘 김버섯 씨는 신간 정가 산정을 하다가 표지 사이즈를 잘못 입력해서 또 한번 만가닥이들에게 시달렸어요.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지금도 귀에서 멧돼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하지만 만가닥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하지요.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오늘 김버섯 씨가 읽을 책은 <가족입니다>예요.

2023년 7월 7일 수요일

날씨 : 비, 비, 비(제습기 풀가동 중!)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흠, 알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오늘 내 독서의 주제다.

오늘도 만가닥이들이 숫자가 잘못 적힌 걸 보고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꼬비는 혼비백산 창고로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앙드레는 서둘러 헤드폰을 썼고, 오뇽🧅은 교정지를 들고 탕비실에 처박혔다. 금방 외근에서 돌아온 당케🥕도 갑자기 빼먹은 일이 있다며 헐레벌떡 다시 나갔다. 보리꼬리🥦는 별문제 없이 업무를 계속하는 듯했지만 머리가 아까보다 좀더 커진 것 같았다. 내가 서둘러 숫자를 고치지 않았다면 보리꼬리🥦는 애드벌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일을 수습하고 나니 그저 한숨이 나왔다. 오만가닥이와 왼만가닥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다시 사랑스러운 부처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렇게 소리 지르고 목은 안 아프냐?" 나는 만가닥이들에게 목캔디를 하나씩 물려주었다. 아아, 가족이란, 이렇게나 지긋지긋하고 이렇게나 애틋한 것이다.

<가족입니다>에 나오는 가족들도 그렇다. 제주도, 일본, 크로아티아,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은 저마다 근심걱정을 안고 있다. 걱정없이 행복하기만 한 가족이 어디 있으랴. 이 책에 나오는 가족들은 이런저런 문젯거리를 안고 있지만 여행을 계기로 해법을 찾는다. 어렵게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거나 일본 뒷골목 찻집에서 가족 관계에 대해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크로아티아의 골목길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발견한다거나 스페인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아빠를 새삼스럽게 가까이 여긴다거나. 십대들은 가족이랑 함께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이 정도 이야깃거리가 나오는 여행이라면 떠날 만하겠다. 나도 언젠가는 만가닥이들과 함께 코첼라나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가고 싶다. 그럼 우리 쌍둥이들도 (내가)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소리 지를 수 있겠지!

😉꼬비의 참견 : 나도 제주도랑 일본이랑 크로아티아랑 스페인에 가 보고 싶다꼬비! 선글라스 끼고 꽃무늬 셔츠도 입고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여행 가고 싶다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