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광주에 나타난 작은 '세월호'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 사고 현장. [중앙포토]
 ‘세월호’는 지금도 도처에 있습니다. 광주 건물 붕괴 사고가 또 한번 증명했습니다. 

 <수사 상황을 종합해 보면, ①부실한 건물 해체 계획, ②해체 계획서 미준수(당초 건물 좌측부터 철거하기로 했음에도 뒤쪽으로 임의 변경), ③과도한 살수로 인한 지반 약화, ④현장 관리감독 부재(감리의 현장점검 미이행)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된 것으로 추정.>

 지난 9일에 일어난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 원인에 대한 경찰의 설명입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건물 해체 계획서에 층별 작업 내용이 기재돼 있어야 했으나 그렇지 않았고, 대충 쓰여 있는 계획조차 지키지 않으며 건물을 부쉈고, 물을 너무 많이 뿌리는 것의 위험을 모두가 무시했고, 관리ㆍ감독을 해야 할 사람들이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귀에 익은 스토리 아닙니까?  

 <수사결과, 세월호는 ① 2012년 일본에서 수입된 후 수리 및 증축에 따른 총톤수 증가(239톤)와 좌우 불균형, ②사고 당일 최대 화물 적재량(1077톤)의 2배에 달하는 과적(2142톤), ③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 등을 1437톤 감축 적재, ④차량과 컨테이너를 부식하게 고박함으로 인해 복원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에서, ⑤협수로를 통과할 때 조타할 의무가 있는 선장이 선실을 이탈하고 3등 항해사와 조타수가 과도하게 변침하는 등 선원들의 중대한 과실이 더하여 침물에 이르게 되었음.>

 2014년 7월 21일에 대검찰청이 낸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설명자료’의 한 부분입니다. 그 뒤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세월호 증선 인가 및 운항관리규정 심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공여한 청해진해운 대표 등 4명을 뇌물공여죄 등으로, 이들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한 인천해양항만청 전 선원해사안전과장 등 4명을 뇌물수수죄 등으로 기소. 세월호 경사시험 등 선박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검사보고서 등을 허위로 기재한 한국선급 검사원 1명을 구속기소.>

 광주에서 어제 감리 책임자가 구속됐습니다. 건물 해체 작업 과정을 확인하지 않고 돈만 받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를 감리자로 지명한 관할 구청 공무원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철거 작업 기간을 줄이려고 건물 중간층부터 부순 현장 책임자도 구속됐습니다. 철거 용역을 따낸 뒤 싼값에 재하도급을 주는 불법을 저지른 업체 대표는 해외로 도주했습니다. 그와 공무원들의 유착 여부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불법이든 편법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업자, 그 위험을 가장 잘 알면서도 습관처럼 무리한 일을 해 온 현장의 기술자, 역시 돈을 위해 무법에 눈을 질끈 감은 감독 책임자, 이들 사이에서 검은 거래를 한 공무원. 이 구조가 세월호 때는 304명, 이번에 광주에선 9명의 희생을 초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반성이 있었습니다. 곳곳에 도사린 ‘세월호’를 몰아내자고 모두가 마음먹었습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고 너도나도 이야기했습니다. 죽음을 부르는 업자와 감시자의 검은 욕망을 제어할 수단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부실 불감증을 치료하자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는 ‘우리들의 문제’에서 ‘그들의 문제’가 됐습니다. 그릇된 정권의 책임 쪽으로 손가락질하며 자신에게는 면죄부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사망ㆍ실종자를 향한 ‘고맙다’는 인사까지 등장했습니다. 그 사이 이 사회의 '세월호들'은 사라지지 않고 뒷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적폐 청산 광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지만 원조 ‘적폐’는 고스란히 있습니다.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고, 오늘도 무고한 시민이 희생됩니다.

 광주 참사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이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업자와 공무원의 유착에 대한 수사, 익숙한 광경입니다.
더 모닝's Pick
1. "공적 연금은 다단계 사기"
 “일종의 ‘폰지 게임’이다.” 한국연금학회장 내정자인 이창수 숭실대 교수의 말입니다. 공적 연금 제도가 다단계 금융 사기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입니다. 😨 아랫 단계의 사람 돈으로 윗 단계 사람들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수의 피해자가 나오고 끝나는 게 폰지 게임입니다. 💣 이 교수는 더는 우리 돈으로 노인들 연금 줄 수 없다는 세대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2.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K-팝 
 미국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이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내놨습니다. 북한 정권이 한국의 대중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영상 소지자는 사형’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북한 내에서 K-팝이 계속 퍼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 완벽히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끊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외에 해외 대중문화 유입을 막는 데 성공한 정권이 있었나요? 
3. "세종문화회관을 랜드마크로" 
서울시의 ‘서울비전 2030위원회’가 최근 세종문화회관을 재건축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오세훈 시장에게 제시했습니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처럼 세계적 명소가 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10년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오 시장의 공적이 될 일에 과연 순순히 협조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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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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