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ㅣ  구독  지난레터
열 세번째 매생이
글_REX

오늘은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하지입니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날인데요.

그 말인즉슨, 장마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겠죠.

장마가 오면 곧 끈적끈적하고 습한 날씨가 될 것 같아 여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저의 주말 나들이에 함께 동행해주세요 😊

날 좋은 주말, 해가 머리 위를 지나 적당히 따스할 때 느즈막이 집을 나와 국립현대미술관을 갔습니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를 보기 위해 티켓을 끊으려 하니 수요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무료 관람 이라고 안내해 주셔서 “아싸! 나 완전 럭키비키!” 라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전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영선 조경가에 대해 짧게 소개해 드리자면 서양적 자연관을 최초로 우리나라 조경에 들여온 한국의 1세대 조경가입니다. 1970년대 한국 국토 개발과 함께한 그녀의 작업은 곧 한국 조경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합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참여한 프로젝트의 자료들을 모두 모아 전시하고 있습니다. 파스텔, 연필, 수채화,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하나의 프로젝트에 이렇게 많고 다양한 자료들이 필요힌 것을 느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러 가실까요?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 가능한 역사 쓰기

건물과 주변 환경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공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조경의 역할이 드러났던 프로젝트들

 

탑골공원(2002)

슬럼화되어 가는 문화유적지에 틀을 세우고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광화문광장(2009)

오랜 역사가 층층이 쌓인 육조거리의 정신을 이어 사람 중심의 ‘비움의 미’를 선사

 

경춘선숲길(2015-2017)

일제강점기 유일하게 조선인의 자본으로 건설된 철길을 공원화하여, 역사를 기념함과 동시에 이웃 공동체와의 관계 맺음을 도와주며 조경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작업

<경춘선숲길> 철교 전경, 2018. 서안 제공  

세계화 시대, 한국의 도시 경관

 서울 아시안 게임, 서울 올림픽 대회, 대전 엑스포 등 주요 국제 행사 개최와 더불어 한국을 찾는 세계인에게 선진화된 도시 경과의 인상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아시아공원(1986) • 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주거 환경을 제시

 

한국종합무역센터(1987) • 대전 엑스포(1993, 1999) • 인천국제공항(2001)

국가 경제 발전과 무역 진흥, 국제 교류 등의 과제를 위해 조성된 대규모 복합 시설의 옥외 공간에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 색채가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보임

(왼)<대전 엑스포 '93 박람회장> 스케치, 1991. 서안 제공
(오)<아시아공원> 전경, 2023.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여가 생활

1980년대부터 경제 성장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동시에 자연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생기면서 도시 외곽과 경관의 이점이 있는 지역에 문화기관과 레저시설이 계획

 

충청북도 자연학습원(1981) • 어린이대공원(1998)

미래 세대의 환경 교육을 위한 야외 학습 장소

 

예술의 전당(1988) • 국립중앙박물관(2005)

예술과 문화 증진을 위한 국가적 상징성이 있는 곳

 

도투락월드(1990) • 휘닉스파크(1995) • 마우나오션리조트(1999)

국토의 80%가 산으로 이루어진 한국 지형에 맞는 휴양지의 원형을 작업

(왼)<두내원> 스케치, 1991. 서안 제공
(오)<아시아공원> 전경, 2023.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정원의 재발견

선조로부터 향유되어 온 우리 고유의 식재와 경관, 공간 구성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정원.

동시에 우리나라 들과 산에 자생하는 야생화와 수목을 주로 심으며 마치 저절로 자라 이루어진 듯한 정원을 추구

 

호암미술관 희원(1997)

전통 전원의 요소를 본격적으로 구사

 

현대중공업 영빈관(2010) • 포항 별서 정원(2008)

바다를 면하고 있는 한국 고유의 지형과 해송숲의 경관을 그대로 담으려 한 사례

(왼)<해동경기원> 전경, 2023.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오)<희원> 식재 현황도, 1997. 서안 제공

이 작업들 외에도 제주 오설록(2012, 2019, 2023), 남해 사우스케이프(2013),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 2008), 선유도공원(2002), 국립수목원(1987), 서울아산병원(2007)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맡아왔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중 정영선 조경가의 공간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정영선 조경사님의 작품인 장소들을 모두 돌아보기’ 가 저의 버킷 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나와 쭉 내려오니 100년 동안 막혀있다 올해 초부터 사람들에게 되돌아온 열린송현 녹지광장이 크게 자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해는 어스름히 지고 있고, 야생화는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풍경이 눈으로만 담기 아까워 사진으로 담아 함께 나눠봅니다. 현재 송현 녹지광장에는 조각가들의 작품 23점이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 한 번쯤 가셔서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쑥 향이 물씬 나는 젤라또에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합친 아포가토를 마지막으로 주말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10,000보를 찍었더군요 (뿌듯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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