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8 I 2021.08.12.
2018년 이맘때였을 거야. 재활용 수거업체 노동자들을 동행 취재한 적이 있어.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업체들이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했거든. 집 앞에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한 거야.(팀휘클리 2호 기사보기). 노동자들은 체감온도 37도의 열대야에서 10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담았어. 여기저기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모으고, 쓰레기 안에 남아있는 내용물을 일일이 손으로 비우는 작업을 반복했어. 지난한 재활용 쓰레기 수거작업을 보고 난 후, 이분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

부끄럽게도 고민들은 천천히 희미해졌어. 2019년 독립한 뒤 다세대주택에 살면서 분리수거는 최대 난제였고, 골칫거리였어. 죄책감 없이 배달음식과 택배를 시켰고, ‘음식물쓰레기인지 일반쓰레기인지’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종량제 봉투에 버렸어. 화장품 용기나 치약은 내용물을 비우지 않고 재활용으로 내놨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며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벗의 쓰레기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레터 하단에 지난주(27호) 도서증정 이벤트 당첨자 발표가 있으니 확인 부탁해!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되살아나느냐, 불태워지느냐+책 이벤트
  2. 안 읽으면 손해다그냥 뱅크시 말고 팔레스타인에 간 뱅크시 
  3. 톡톡,  휘클러: 도서 이벤트 당첨자 발표 

재활용 쓰레기의 생존게임
ⓒ게티이미지뱅크
💬 줄거리 

폐기물(쓰레기)은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모든 물질을 말해. 어디서 배출되느냐에 따라 크게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나뉘어. 공장이나 공사장과 같은 사업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사업장폐기물, 그 외 주로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생활폐기물이라고 보면 돼. 생활쓰레기는 잘 알듯이 ①일반 생활쓰레기 ②음식물쓰레기 ③재활용품 및 대형쓰레기로 나누고. 일반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쓰레기, 알지? 

😏 우리가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하루 평균 배출된 쓰레기는 49만7238t(2019년 기준)이야. 감이 잘 안 오지? 이 중 우리가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는 5만7961.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의 평균 무게는 1.09kg!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생활쓰레기는 2013년(0.94kg) 이후 늘고 있어.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배달·포장 일회용기 사용도 급증했고. 

😏  벗이 버린 쓰레기의 운명?
①버린다 
②환경미화원이 수거해 선별장으로 옮긴다 
③선별장에서 품목·소재별로 분리해 살아남을 쓰레기를 걸러낸다(선택O) 
④재활용 생산업체를 통해 재탄생. 선택받지 못한 쓰레기들은 소각장에서 태우거나 매립해. 

😏 살아남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2019년 기준 하루에 버려지는 전체 쓰레기 49만여t 가운데 재활용되는 건 43만345t, 약 87%야. 상당 부분 재활용되는 거 아니냐고? 여기서 생활계폐기물(5만7961t)만 빼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 생활계폐기물 가운데 재활용이 되는 쓰레기는 3만4613t. 재활용률은 60%야.  

😏 재활용 쓰레기에게도 3개의 길이 있어. 플라스틱을 예로 들어볼게. 
  •  물질재활용. 플라스틱을 선별하고 깨끗하게 씻은 뒤 잘개 쪼개고 녹여서 옷이나 솜으로 사용하는 경우야. 
  •  화학재활용’. 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서, 플라스틱이 되기 전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거야. 우리나라에선 1% 수준으로 아직 미미하다고 해. 
  • 에너지화’. 쓰레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야. 쓰레기를 고형 연료 형태로 만들어서 화력발전에 활용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돼.

복잡하고 지난한 ‘쓰레기 로드’ 중에 팀 휘클리는 ‘재활용 쓰레기’, 그 중에서도 물질재활용의 길에 집중해보려고 해. 재활용의 첫 단계이기도 하고, 쓰레기의 많은 길 중 우리가 일상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야. 
또다른 쓰레기의 길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한겨레21>의 아래 기사들을 추천할게. 

헷갈리는 용어 정리
재활용(Recycling) vs 새활용(Upcycling) vs 재사용(Reuse). 세 단어는 언뜻 비슷해보여서 헷갈리지만의미가 다 달라이상엽 교수(카이스트)의 글을 인용해서 설명할게
  •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녹여서 단섬유로 만든 뒤 인형 솜으로 사용한다면
  • 새활용은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녹이지 않고 자르거나 디자인을 더해 꽃병이나 장난감과 같은 제품을 새로 만드는 거야
  • 재사용은 쓰고 버린 물건을 고쳐 원래 용도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 

ⓒ환경부
🧴🧷재활용 쓰레기 O/X 퀴즈
1991년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화된지 30년이 됐어. 그런데 여전히 분리수거는 어려운 것 같아. 어떻게 버려야 쓰레기들이 살아남아 재활용될 수 있을까? 하나하나 설명하기 복잡해 퀴즈를 준비해봤어. 답을 맞히면서 재활용 쓰레기와 친해져 보자✍(◔◡◔) 

①컵라면 용기는 종이와 스티로폼을 구분해 분리배출한다  
②젖병과 같은 실리콘 제품은 분리배출한다
③플라스틱 중 카드와 벽지와 같은 PVC 종류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④업소용 랩은 비닐로, 가정용 랩은 종량제 봉투로 버린다
⑤칫솔이나 볼펜처럼 부피가 작은 경우는 분리배출하지 않는다
⑥과일포장에 쓰는 완충재와 요가매트는 스티로폼으로 분리배출한다
⑦페트병은 깨끗하게 씻은 뒤 뚜껑을 꼭 닫아서 분리배출한다 
⑧비닐류는 부피를 최대한 줄여 접어서 버리는 것이 좋다
⑨햇반과 같은 즉석밥 그릇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⑩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기준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답: 1.O 2.X 3.X 4.X 5.O 6.X 7.O 8.X 9.O 10.O

천개의바람 
💬 한번 물어봤다

쓰레기는 늘고, 쓰레기를 묻을 공간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 쓰레기 대란이 또 언제 닥칠지 모르게 된 거지. 마침 <한겨레21> 쓰레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쓰레기 로드’를 따라갔어. 그 중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담당한 방준호 요원에게 대표로 한번 물어봤어. 준호 요원은 무엇보다 이번 기획을 통해 느낀 것이 많다고 해. 

휘클리: 준호 요원, 이번 쓰레기 기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준호 요원: 우리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쓰레기 문제를 다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 처음엔 각자 쓰레기를 찾아가 보자고 막연하게 생각했어. 그러다가 쓰레기의 배출과정이 그림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였고 2인 1조로 팀을 꾸려서 두 달간 쓰레기의 처음과 끝 과정을 기록하게 된 거지. 우리 집에서 나간 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되는지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싶었어. 근데 말야 막상 취재해보니 큰 그림을 그린다는 건 ‘허무맹랑한 목표’였단 생각이 들더라고.

휘클리: 허무맹랑이라니? 왜? 
준호 요원: 쓰레기의 세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더라고.◑﹏◐ 종(쓰레기 종류)과 횡(시간)이 모두 복잡하다고 할까. 일단 쓰레기의 종류와 재질이 워낙 다양해서 그런 것 같아. 플라스틱만 해도 7가지 분리배출 기준이 있는데, 같은 재질이라도 해도 색깔이 다르고 그 안에 어떤 재질이 섞이냐에 따라 또 달라지니까.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 금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있었잖아. 나라 안팎의 상황에 따라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가 달라지기도 해.

휘클리: 준호 요원은 재활용을 담당했다고 들었어. 어떤 과정을 취재한 거야? 
준호 요원: 생활 쓰레기 중에 재활용 쓰레기 로드를 맡았어. 그중에서도 선별장에서 분리를 마친 페트병을 갈아 작은 조각으로 만드는 재활용 공장, 페트 조각을 단섬유로 만드는 공장을 직접 방문했어.

휘클리: 플라스틱 조각을 단섬유, 실로 만든다는 게 어떤거야? 어떤 과정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어?
준호 요원: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서 국수 기계 뽑듯이 실을 뽑아내. 그 실들을 천천히 냉각하면서 서로 엮고 굴곡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거야. 이 과정을 파마라고 하더라고. 이 실들이 뭉쳐지면서 보슬보슬한 솜 뭉치가 되고, 인형이나 패딩의 충전재로 쓰여. 

휘클리: 단섬유 공장이 페트병 재활용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데 정작 재활용 정책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말이야? 
준호 요원: 재활용법상 플라스틱 조각을 만드는 업체까지만 사실상 재활용 업체로 분류돼.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통한 지원도 거기까지만이야. 그 이후 과정에서 정부의 별다른 정책적 지원도 없어. 단섬유 공장 사장님들이 아예 자신들의 존재를 정부도 모르는 것 같다고 할 정도라니까.

🙋휘클리 주: EPR은 제품을 만든 기업이 제품 포장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량 무게에 비례해서 돈을 내게 하는 제도야. 그 비용은 벗들이 낸 물건 값에 포함돼 있어. 이 돈으로 재활용 마크는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서 시장의 힘만으로 재활용이 잘 안되는 것들을 지원해. 

휘클리: 플라스틱 중에 살아남아 재활용되는 쓰레기의 비율은 어느 정도야? 
준호 요원: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심지어 점점 낮아지고 있어. 2020년 플라스틱 수거량은 57만7천여t으로 2015년보다 약 44만t 늘었거든. 근데 선별장 재활용량은 같은 기간 25만여t에서 23만여t으로 오히려 줄었어. 재질이 복잡하고 이물질이 많이 묻어서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거지. 일본에서 굳이 질 좋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 오는 것도 그런 이유야. 우리가 취재한 페트병은 개중에 재활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도 버려지는 것들이 많아 보였어.

휘클리: 준호 요원이 보기에 복잡한 재활용 쓰레기 배출 중에서도 배출이 가장 어려운 제품은 뭐인 것 같아? 
준호 요원펜이나 장난감처럼 크기는 작은데 그 안에 여러 가지 재질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있는 경우는 분리배출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라는 말을 할 정도로, 겉보기는 예쁘지만 분리해서 배출하기가 쉽지 않아. 집에서 유리로 된 몸체와 플라스틱으로 된 뚜껑과 등등을 분해해야 한다고 생각해 봐. 울고 싶지.👉화장품 용기의 운명?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

휘클리: 읽다 보니 여기도 저기도 버리기 애매한 제품이 있는 것 같더라고, 이를테면 쌈장이나 고추장 말야. 음식물로 버려야 해, 아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해? 
준호 요원: 이 질문은 우리 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장 종류가 염분이 많잖아.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하면 동물들이 사료로 먹는데 동물들에게 안 좋다는 거야. 그렇다고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장이 수분이 많아서 소각할 때 어렵다고 하더라고.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도 재활용하면 선별이 어렵고,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화력이 너무 세서 다른 쓰레기들이 타는 걸 방해한대. 쓰레기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아.   

휘클리: 그래도, 국내 생활 폐기물 재활용률이  59.7%인데, 세계 평균(20%)이랑 비교하면 높은 거 아냐? 
준호 요원: 땅이 좁은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과 쓰레기 처리시설 부족 문제를 고려해보면 재활용률만 보고 안심하기는 어려워. 우리나라 단위면적 당 쓰레기 발생량은 미국의 무려 7배거든. 59.7%란 통계도 재활용 선별 업체로 들어온 재활용품 중 재활용이 되지 못하는 잔재물을 제외했는지 걸러서 볼 필요가 있어. 

휘클리: 페트병 공장에서, 일본 페트병은 깨끗하다는 언급이 있더라고. 일본은 재활용률이 높은 비결이 뭐야? 
준호 요원: 일단 일본은 쓰레기와 관련한 법률과 행정 시스템이 아주 구체적으로 잘 갖춰있어. 더 중요한 건 철저한 교육인 것 같아. 일본은 20년 전부터 3R, Reduce(절감)·Reuse(재사용)·Recycle(재활용) 교육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세뇌교육에 가까울 정도로 쓰레기 재활용 교육을 받는 거지. 정은주 편집장이 일본에 잠깐 있었는데, 이사 갈 때마다 어떻게 재활용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적힌 책자가 온대.👉[일본] 거리가 깨끗한 건 꼼꼼한 법 때문  

휘클리: 싱가포르도 길거리가 깨끗하기로 유명하잖아. 싱가포르는 재활용 쓰레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어? 
준호 요원: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분리배출은 대충 하되, 엄청난 인력을 정부에서 투입하고 있어. 싱가포르 인구가 580만명인데 이 중 환경미화원이 5만7천명이나 된대. 서울시 환경미화원(6천명) 숫자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지. 쓰레기 무단투기에 최대 170만~850만원의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리기도 해. 소비자든, 정부든, 기업이든 누군가는 수고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거지.👉[싱가포르] 가장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

휘클리: 팀원들과 같이 2주간 제로웨이스트 (zero waste)를 실천했다고 들었어. 해보니까 어땠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제로웨이스트 방법 몇 가지만 소개해줘.  
준호 요원: 사실 실패했다고 봐야할 정도로 부족한 점이 많았어. 그래도 몇 개 추천하자면 △라벨 떼고 씻어서 버리기 △개인 수저·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재활용 가능 마크를 의식적으로 확인하기 △무엇보다 사기 전에 쓰기 전에 버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기. 

휘클리: 마지막으로 아직 쓰레기로드 기사를 못 본 벗들을 위해 소개 좀 해줘.
준호 요원: 재활용, 음식물쓰레기, 소각, 매립, 제로웨이스트 각 부분별로 중점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있어. 재활용은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고민을 엿볼 수 있어. 음식물쓰레기는 먹는 것과 더러운 찌꺼기가 자아내는 이런 저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고. 소각은 쓰레기와 기후위기의 연결고리로, 매립은 어디에 매립지를 두느냐가 권력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우리가 취재하면서 느낀 것들이거든. 제로웨이스트는 알면알수록 우울해지는 쓰레기 앞에서, 조금이라도 행동으로 실천해보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어. 이야기 하다 보니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네. 자랑하는 김에 이번 통권호는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줘.(ʘᴥʘ)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이승욱 요원
💬 한번 더 물어봤다

<한겨레> 전국팀에서 인천지역을 취재하고 있는 이승욱 요원에게 재활용 쓰레기 선별작업에 대해 한 번 더 물어봤어. 승욱 요원은 지난 5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쓰레기 선별 작업을 체험하고 왔어. 👉[현장] 기자가 ‘재활용쓰레기 선별작업’ 해보니 

휘클리: 승욱 요원, 그날 하루 일과는 어땠어? 
승욱 요원: 선별작업을 하는 분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해. 나는 7시부터 점심시간 전인 오전 11시30분까지만 일했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 일하고 30분 쉬는 스케쥴이야. 선별시설은 총 2층. 2층에서 선별작업을 하는 분들은 10명 남짓이었는데, 나와 중간 라인을 관리하는 분을 제외하곤 모두 여성이었어. 나이는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보였어. 일하면서 ‘20대인 나도 힘든데, 얼마나 힘드실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_・˘)

휘클리: 선별시설엔 재활용 쓰레기들이 많잖아. 승욱 요원 업무를 구체적으로 어떤 거였어? 
승욱 요원: 하루에 50t의 재활용 쓰레기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지거든. 벨트 앞에 유리병, 캔, 플라스틱, 페트, 비닐, 종이 순으로 나눠 서서 해당되는 쓰레기를 분류해. 나는 종이류를 선별하는 작업을 맡았어. 

휘클리: 재활용 시장에선 종이가 분류가 쉽고 오염이 적어서 '귀인'이란 말까지 하던데, 종이를 분류하는 일은 어땠어? 
승욱 요원: 종류가 많고 재질이 혼합된 플라스틱보단 상대적으로 분류 작업이 쉬운 것 같아. 근데 종이도 다 같은 종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종이컵이 당연히 종이인줄 알고 분류했는데, 안에 비닐로 쌓여있어서 종이로 분류하면 안 된다는 거야. 비슷해 보이지만 우유팩은 종이가 아니고 두유팩은 종이로 분류하기도 하고 말야. 

휘클리: 가장 분류하기 어려웠던 쓰레기는 뭐였어? 
승욱 요원: 두루마리 화장지가 담긴 큰 비닐있잖아. 그 비닐 안에 쓰레기들이 가득 담겨서 테이프로 꽁꽁 묶여있는 경우였어. 화장지 비닐이 생각보다 엄청 두껍고 질기더라고. 그 안에 쓰레기를 꺼내려면 비닐을 뜯어야 하는데, 가위나 칼을 쓸 시간도 없어. 컨베이어 벨트가 지나가니까… 그래서 손으로 부랴부랴 뜯는데, 손가락이 너무 아팠어. 

휘클리: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일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야? 
승욱 요원: 주사기 바늘이야. 정신없이 분류하다 보면 주사기 바늘에 찔리기도 하는데, 선별시설 소장님 말로는 바늘이 찔린 곳이 부어서 병원에 간 적이 종종 있대. 문제는 붓지 않으면 찔린지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 거지. 피도 나고, 감염위험도 있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내가 일 할 때도 링거바늘이 달린 링거액이 있어서 아찔했어. 

휘클리: 생각보다 많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 같아. 승욱 요원도 기사에서 하루 평균 들어오는 재활용품 가운데 대부분은 선별 작업 뒤 그냥 버려진다’고 했잖아
승욱 요원: 응. 음식물이 들어있거나 쓰레기들이 섞이는 과정에서 오염되면 재활용이 어려워. 특히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쓰레기들이 오면 분류가 제대로 안 돼 있고 한꺼번에 봉지째로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깨끗하게 분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야. 일했던 시설은 재활용품으로 컵이나 실, 불쏘시개를 만드는 것 같았는데, 컵의 경우 입에 닿는 거라 조금만 염분이 있어도 식약처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휘클리: 재활용 쓰레기 선별과정에서 문제라고 생각한 부분? 개선할 점은 뭘까? 
승욱 요원: 생각보다 피자박스 안에 피자가 들어있거나 치킨이 남은 치킨박스들이 많았어. 음식물쓰레기가 섞여있다 보니 악취도 심하고. 요즘 직장에서도 배달음식을 많이 시키는데, 가정보단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어렵다 보니 이런 쓰레기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재활용 쓰레기 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더 필요한 것 같아. 아무리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해도 완벽할 순 없을테니, 애초에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 때부터 쓰레기가 최대한 나오지 않도록 비닐이나 라벨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 이벤트 알림

알면알수록 복잡한 쓰레기의 세계. 아직 목마른 벗들을 위해 준호요원에게 책 2권을 추천받았어. <사라진 내일>은 18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 쓰레기의 역사를 다뤘어. 쓰레기의 기원과 쓰레기를 둘러싼 미국 산업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는 쓰레기를 잘 버리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담긴 실용서야. 두 가지 책을 각 2명의 휘클러에게 선물하려고 해. 관심있는 휘클러는 레터 하단 💎휘클리에 내 의견 남기기 버튼 꾹 누르고 읽고 싶은 책, 신청해줘😁! 참여는 다음주 수요일(18일) 정오까지! 연락처 꼭 남겨줘! 

1) 사라진내일 (헤더 로저스) 
2)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기사 읽다가 기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때, 있다? 없다? 포털에 기사는 수백 갠데 정작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던 순간들, 있지? 답답할 땐 연락줘. 우리가 대신 물어볼게. 한겨레 편집국에서 250명의 요원이 대기중이야. 활용해보라구. 💌휘클리에 질문하기

ⓒ로이터
💎 그냥 뱅크시 말고 팔레스타인에 간 뱅크시 얼굴없는 예술가로 잘 알려진 뱅크시 순회전이 국내에서 20일부터 열린다고 해. 휘클리가 17호에서 팔레스타인의 슬픈 역사를 다뤘던 거 기억하지? 뱅크시는 몇 차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찾아 벽화를 남겼어. 그의 작품에 꼭 감탄만 할 수 있을까? 한겨레 기사 아니지만 강추!  
💎 “70% 접종해도 5차 유행 온다”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를 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 정부는 여전히 ‘국민 70% 접종’을 하면 새 국면이 열릴 것처럼 얘기해. 그날이 오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오명돈 서울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코로나의 미래를 예측해봐.
💎 파이어네이도, 바다콧물…이게 다 뭐야? 기후변화로 전에 없던 기상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처음 보는 풍경들이 많다보니 그것들을 설명하는 이름을 새로 만들어야 할 지경이야.

💎 오래된 미래가 찾아왔다 영국은 버터 수입량과 수출량이 비슷하다는 거 알아? 전지구적 경제에서 벌어지는 희극이겠지.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로컬'이 답이라고 말해. “인간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고 삶을 돌보기 위해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자.”
💎 개 도살 현장 덮치려 24시간 잠복했더니 전기쇠꼬챙이, 털제거 기계 같은 불법도살에 쓰이는 도구 만으로는 불법 도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래서 개 도살장을 신고하려면 반드시 '현장'을 덮쳐야 해. 동물단체 카라의 24시간 잠복에 휘클리의 자매 매체 애니멀피플이 동행했어. 
💎 여성에게 문화적 입마개를 씌우는 방법 믿고 보는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쌤의 칼럼. '김치녀', '된장녀' 같은 여성혐오적 언어와 '오조오억', '웅앵웅' 같은 남성혐오(라고 주장되는) 언어는 왜 다르게 봐야 할까?  
💎 우리가 '퀴리부인'에 대해 몰랐던 것 실증주의자, 과학을 돈으로 오염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해 모든 특허를 포기한 사람, 유럽 역사상 두번째 여성 교수, 전선을 누비며 병사들 치료에 기여한 '종군과학자'! '퀴리부인' 아닌 '마리 퀴리'의 이야기야. 
💎 북향집 미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남향'에 좀 집착하잖아. 근데, 취향과 생활 패턴에 따라선 꼭 남향집만 좋은 건 아닐 수도 있다네? 햇살이 너무 강해 하계 시즌에 종일 암막 커튼을 쳐야 한다면 오히려 단점일 수도? 

ⓒ드라마 <핸드메이즈테일> 패러디(1호 제작)
지난주 <휘클리 27호(“너 페미야?”라고 묻는 사람들에게)>가 발송된 뒤 휘클리 앞으로 열화와 같은(!) 휘클러들의 반응이 쏟아졌어. '백래시' 앞에서 혼자 끙끙거렸는데 속이 시원했다는 의견부터, '앞으로 페미임을 당당히 밝히겠다'는 다짐, 한겨레 젠더팀에 대한 응원까지. 휘클리 창간 이후 가장 뜨거운 피드백들이 도착했어. 

위의 사진은 요새 1호가 <왓챠>에서 즐겨보는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의 한 장면인데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이 장면을 보면서 휘클러들 생각이 나서 뜨거운 감정이 북받쳤다능.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시대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이 지배계급 가정의 '출산기계'(시녀)로 착취당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드라만(꿀잼 보장)데 이 지배계급 놈들이 얼마나 고약한지 여성들의 이름과 개성마저 빼앗거든. 저 장면은 시녀들이 슈퍼마켓에서 은밀하게 자기들의 본명을 주고 받는 대목(인데 1호가 대사 바꿔본 짤)이야.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유마저 빼앗긴 채 착취당하는 디스토피아를 우린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한편 "그동안 페미니스트인 걸 말하지 못한 채 지냈다", "스스로를 검열했다"는 휘클러들의 메시지를 읽자니 어쩌면 저 먼 디스토피아로부터 우리는 그리 멀리 떨어진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 그 많고도 소중한 피드백 중에서 딱 4명 추첨하려니 심적 부담이 아주 커서 잠도 못 잤어. (;´・`)> 그래서 일단 27호 아이템을 발주해준 벗을 포함해 6명 추첨! 괄호 안은 당첨자 전화번호 뒷자리야.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 지난번 휘클리 후기에 안산 선수와 페미니즘 관련해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오늘 이렇게 휘클리 보내줘서 고마워!!!! 한겨레 젠더팀 있는 거 너무 멋지다. 내가 끝까지 응원해. (1458) 
  •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자로서 요새만큼 내 사상에 대한 검증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된 적이 없었던 거 같아. 회사 내에서 페미니스트로 보여서 괜히 눈총받진 않을까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구. 내 행동을 제한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백래시였다니, 그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줬다는 게 분해. 어디에서든지 당당하게, 내가 그저 더 나일 수 있게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  (3407)
  • 오늘 휘클리는 도입부부터 마무리까지 너무 좋았어. 요원들이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휘클리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활동들이, 백래시를 저지하고 우리를 전진시키고 큰 걸음이라고 믿어! (4404)

🙆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  "여성학자 손희정은 '무엇보다 백래시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부당한 것에 'NO'라고 말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좌절의 회로에 머물게 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요즘 내가 갖고 있던 고통을 해결해준 문장이었어. 내게 힘을 줘서 고마워 휘클리!(5315)
  • 사실 나는 이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이 나에게 멀게만 느껴진다고 생각했어.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 할 때도 금기시되는 내용처럼 조심조심, 소곤소곤 말했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왜 주변 눈치를 보고 주눅들었는지 잘 모르겠어ㅎㅎ.  성평등한 사회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여성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에 대해서 지금까지 너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더라. (젠더팀 기자들이) 이렇게 시의적절한 이슈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해주는 올바름이 너무 멋있어서 정말 박수 쳐주고 싶어! (9344)
  • 안산 선수를 향한 비방이 쇄도하고 있을 때 내내 분노에 차 있던 것 같아. 페미니즘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연한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서 이렇게 또렷하게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돼. 정치권의 문제까지 짚어낸 게 좋았어. 젠더팀에서 여성 기자에게만 비난이 쏟아진다는 점도 처음 알았어. 애정 어린 독자들이 많다는 거, 꼭 알아주길. (8480)
하나만 더! 

지난주 휘클러들이 '페미니즘' 이야기만 한 게 아니야. 다뤄줬으면 하는 아이템 요청도 많았는데 대부분 우리 휘클리 자매 매체들이 다루는 이슈들이었어. 1) 젠더 이야기 더 많이! 자주! 2) 기후변화 좀! 3) 동물권과 비건 이슈 좀! 휘클리가 4분단이라면 1분단에 젠더팀, 2분단에 기후변화팀, 3분단에 애니멀피플. 이렇게 이슈 3대장이 함께 지내고 있거든. 

앞으로 최대한 빨리, 휘클러들이 추천한 아이템들을 소화하면서 각 팀 요원들을 소개하도록 할게. 일손이 허락되는 대로 젠더와 기후변화 전문 레터를 만드는 것도 팀휘클리의 꿈이지만 기다려줘. 아는 벗들은 알겠지만, 동물 친구들 관련해선 이미 전세계 정상급 동물권 뉴스레터, 애피레터가 발행되고 있으니 꼭꼭, 반드시 구독하기! 🙋애피레터 구독하러 가기
오늘 휘클리 레터는 어땠어?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벗도 아쉬운 점, 반가운 점
언제든 아래 링크로 보내줘!
👇👇👇
📌휘클리를 읽다가 질문해오신 부분들에 대한 답은 오른쪽 링크를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다음 링크를 복사해 동료와 친구들에게 휘클리 레터를 소개해주세요. 😀 https://bit.ly/39NRi1G
📌 이 레터는 2명의 팀 휘클리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엄지원(1호) I 권지담(2호) 
📌 weekly@hani.co.kr을 주소록에 추가하세요. 메일이 스팸함에 빠지지 않습니다. 
📌 수신거부는 이곳을 눌러주세요. 

한겨레신문사 1566-9595
문의 weekly@hani.co.kr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