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미지에다 글자들은 제목의 어조를 살려 가운데 정렬로 줄지어 두고, 무엇보다도 크기가 엄청 컸으면 했어요.(사실 지금 표지에서보다 더 컸는데 너무해 보여서 줄였습니다.) 이 ‘엄청 큰’ 특징은 본문에서도 이어집니다. 이 정도 본문 글자 크기는 어린이용 그림책 등에 주로 쓰이는데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행본에는 처음 써봤습니다. 물론 저시력자가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기존 성인 단행본을 보는 데 불편을 느꼈을 독서 인구의 일부만이라도 배려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또 점자책을 펴내지는 못하지만, 표지에는 서지 정보를 한국어 점자로 표기했어요. 점자는 글자를 분해해 다시 펼쳐 쓰는 것이라 한국어는 번역하면 그 길이가 세 배쯤 늘어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한국어 사용자지만 한국어 점자를 전혀 몰라서 여러 경로로 거듭 확인하고 점역사분께 확인을 받아야 했다는 것, 어떤 후가공으로 접근해야 잘 읽힐지 생각보다 정보가 없다는 것 등 ‘눈이 잘 보이는’ 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작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