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블 광고와 정무적 리스크
구현모     “돈이 많으면 어떤 기분일까?”
안녕하세요, 구현모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상전벽해 한 업계는 어디일까요? 각자가 놓인 업계가 크고 작은 변화를 맞이했겠지만, OTT 업계만큼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 곳은 없을 겁니다. 코로나 및 OTT는 영화 업계의 질서를 바꾸었고, 그전까지 상상 불가능한 규모의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하며, 《오징어 게임》의 경우처럼 말도 안 되는 문화적 업적을 이룬 경우도 있죠.

오늘은 '어우넷(어차피 우승은 넷플릭스)' 이라는 말의 주인공인 넷플릭스의 광고 사업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1. 세상 가장 쓸데없는 걱정: 연예인, 부자, 넷플릭스
2. 이건 좀 대단한데?
3.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세상 가장 쓸데없는 걱정: 연예인, 부자, 넷플릭스
OTT 업계의 선두 주자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그동안 디즈니플러스, HBO MAX 그리고 로컬 OTT가 나올 때마다 '주춤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곤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넷플릭스가 강력한 IP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파워하우스라고 생각하지만, 디즈니플러스가 나타나면 구도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쿠팡플레이와 티빙 그리고 웨이브 모두 처음에 파격적인 금액으로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며 넷플릭스를 추격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넷플릭스는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를 유지해나갈 뿐만 아니라 해당을 기반으로 이제 광고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새롭게 내놓은 광고 사업은 파죽지세의 기세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 Unsplash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뤄낸 업적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도 광고 사업을 하는 데에 있던 여러 착오를 인정하기도 하죠. 하지만 결과로 증명합니다. 미리 광고 구좌를 판매하는 광고주 유치 행사인 '업프론트'에서 전년 대비 150%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아직까지 넷플릭스 광고 구좌의 효과에 대해 물음표 가득한 시선을 가지던 광고주들도 "뭐야, 우리 빼고 다 하는 거야?"라고 놀랐을 겁니다.

넷플릭스는 광고 매출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고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디스플레이 광고는 CPM(Cost Per Mile,1천 번 노출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집니다. 지난 2022년 60달러였던 넷플릭스 광고 구좌 CPM은 현재 29달러로 낮아졌는데, 이는 경쟁업체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던 광고주 입장에선 안 해볼 이유가 없는 상품이 됐죠. 일반적으로 현지 대기업 그리고 글로벌 대기업이 넷플릭스에 광고를 집행해 왔지만, 광고 단가가 낮아지며 일반 광고주도 테스트해볼 여력이 생긴 것이죠. 

© Netflix

그렇다면, 광고 요금제의 구독자는 얼마나 늘어나고 있을까요? 넷플릭스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 중 45%가량이 광고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 상황의 이유로 OTT는 그냥 저렴하게 사용하자는 생각이 반영되었거나, 저렴한 가격을 레버리지 삼아 저개발국가를 공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이 광고 요금제가 빠른 속도로 궤도에 안착하고 있다는 겁니다.
🧐 이건 좀 대단한데?

사실 여기서만 그치면 그다지 새로운 뉴스는 아닐 겁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정말 거대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우상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콘텐츠에 맞춘 새로운 광고 상품 개발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밀리 인 파리' 시즌 4를 런칭하면서 구글의 Shop with Google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구글 렌즈로 화면 속 주인공들이 입은 의상을 스캔하면 바로 제품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광고 요금제 사용자의 경우에는 쇼핑 가능한 형태의 일시 정지 광고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일시 정지 광고는 영상을 멈추었을 때 광고를 보여주는, 최근 넷플릭스가 도입한 광고 상품인데요. 넷플릭스가 타사와 협업하여 이렇게 일시 정지 광고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 OpenResearch

이론적으로 충분히 말이 됩니다. 에밀리 인 파리는 주인공의 옷을 보는 맛이 있는 콘텐츠이기에 구매할 수 있는 '쇼퍼블(Shoppable)' 광고를 붙이면 전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구글은 이번 시즌 4의 타이틀 스폰서가 되는 동시에 구작인 시즌 1~3의 타이틀 스폰서로 들어갔는데요. 이번 시즌 4가 흥행하면, 구작인 시즌 1~3도 다시 뷰어십이 오를 수 있으니 광고 효과를 고려해서 한꺼번에 스폰서로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스포츠 생중계를 실험해 보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제작해도 스포츠 경기 생중계는 제공하지 않았던 넷플릭스가 2024년 크리스마스에 NFL(미국프로풋볼)의 2게임을 생중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파장이 있었습니다.

그간 수많은 OTT가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을 벌일 때 움직임이 없던 넷플릭스가 왜 이런 행보를 보일까요? 스포츠는 광고 효과가 정말 큰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신규 구독자를 모으는 데에도 좋고, 중간 광고를 넣더라도 생방송 특성상 사용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적습니다. 적은 수의 게임에 대한 한정적인 실험으로 시작하지만, 만약 이 생중계가 구독자는 물론이고, 큰 광고 효과를 보여준다면 앞으로 아마존 프라임, ESPN보다 더 큰 돈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 Netflix

넷플릭스 서비스는 핸드폰, 컴퓨터, 랩탑, TV 등 다양한 곳에서 돌아갑니다. 그만큼 다양한 데이터가 쏟아지고, 이를 정리해서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죠. 그래서 닐슨원, 칸타 등 다양한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시청률 데이터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인하우스 애드테크 플랫폼을 개발해서 좀 더 다양한 광고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 부서를 내부에서 운영하겠다고 하네요.


이 전략은 유튜브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함입니다. OTT에서 넷플릭스가 최고 플레이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마트TV 등에서는 여전히 유튜브가 압도적인 기세를 뽐내고 있습니다. 만약, 쇼퍼블 광고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비록 TV 화면을 통한 뷰어십은 유튜브보다 낮을지언정 그 화면을 통해서 나오는 매출은 훨씬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지난 2023년 미국 작가 조합은 디즈니, 아마존, 넷플릭스가 새로운 시대의 게이트키퍼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즉, 막대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반경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아주 만약, 이 담론이 더 거대해진다면 넷플릭스도 반독점법 위반 관련하여 조사를 받거나 관련 행위를 규제하는 넷플릭스법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너무나 거대해진 나머지 정무적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거스트를 통해 넷플릭스를 몇 번 다루었지만, 그때마다 넷플릭스의 패배를 내포하는 주장은 담기 어려웠습니다. 통계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사용 습관이 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넷플릭스가 침투한 곳의 로컬 OTT가 이길 리도 만무했습니다. 전 세계급 쩐의 전쟁에서 한국 현지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은 낮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지 고민하기보다 넷플릭스라는 거인이 다녀간 후, 해당 지역의 콘텐츠 제작 현장이 어떻게 변화했고 그 변화에서 생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신토불이식 접근은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올려놓은 비용 구조를 감내하지 못하는 국내 사업자들이 고사된다면, 그에 따라서 콘텐츠 제작자들도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가져가는 콘텐츠의 수량은 한정적입니다. 간택 받지 못한 콘텐츠들은 갈 데가 없고 순전히 적자화됩니다. 결국 그렇게 방황하던 제작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시장원리라면, 이렇게 도산하는 사업자를 온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외부 사업자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시장 충격이면서 시장 하위 10% 사업자의 도산이 아니라 상위 1% 사업자 이외 전체 도산으로 이어지는 그림이라면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정부 혹은 현지 업계의 단체 교섭이 들어갈 것이며,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지 시장과의 상생 정책만이 넷플릭스의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벨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집/윤문 | 오리진

[창+] 더이상 바다는 안전하지 않다 (KBS 24.09.10)

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안돼 지구 망하면

💌 오늘의 레터를 피드백해주세요! 
☕️ 후원하기 buymeacoffee / 카카오뱅크 3333-24-9576078 ㄱㅎㅁ
💜  어거스트 구독하 : 어거스트 구독 링크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