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아시안 여성은 보라색이다

헐리우드 동양인은 왜 보라색 머리일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제시각에 돌아온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입니다.  

이번주 레터는 헐리우드 속 동양인은 왜 보라색 머리를 갖게 되었을까요? 왜 우리 드라마 속 스포츠카는 전부 빨간색일까요? 우리가 매번 보는 콘텐츠 속 색깔의 비밀을 알아봅시다!

지금 에디터 MON, TUE, WED가 있고 THU, FRI, SUN, SAT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 편하게 연락주세요. 
- 격주 화요일 오전에 뵙겠습니다 :)   
🤷🏻‍♀️ 동양인 여성 필수템, 보라색 브릿지 🤷🏻‍♀️ by MON🤘

여러분, 혹시 어렸을 때 헤어 브릿지 해보셨어요? 매직키드마수리가 먼저 떠오르셨다면 동년배입니다... 저라는 '한국인 여성'도 어렸을 때 당시 유행했던 브릿지를 한 번 해봤었는데요, '보라색'은 아니었어요. 왜 굳이 보라색을 꼭 집어서 말하냐구요? 
할리우드에서 다루는 아시안 여성은 꼭 보라색 브릿지(purple hair streak)를 하고 있거든요.

'보라색 브릿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양인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근데 뭔가 이상하죠, 왜 저 모습이 동양인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이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미국 동양인 이민자들의 문화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해 보여요. 당시 헤어 미용업에 종사하는 동양인 이민자의 수가 상당히 많았는데, 그들이 자녀에게 전체 염색은 당시 꽤 비싼 서비스여서 부분 염색인 브릿지를 해주었던 문화가 동양인의 이미지로 굳어졌다는 거죠.

사실 보라색은 여러 가지 색들 중에서도 긍정과 부정의 의미 모두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색상입니다. 고귀함, 신비함, 화려함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우울감, 어둠, 광기 등의 의미도 가지고 있거든요. 매력적이고 재밌는 색이지만, 확실히 다루기 어려운 색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보라색이 브랜드 대표 컬러인 곳이 많지 않잖아요? 신뢰나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가진 브랜드들은 차고 넘치는 것에 비해서요.

다만 할리우드에서 사용하는 '보라색 브릿지를 한 아시안 여성들'은 확실히 긍정적인 방향인 것 같진 않아요. 원래 아시아 여성들의 가장 일반적인 표현은 유순하고 성적인 대상이었거든요. 혹은 사악한 악당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섹시'해야 했습니다. 또 우리는 동양인 여성 캐릭터를 악당의 '두목'보다는 '조수'에서 더 많이 보았죠. 이거 살짝 분하죠? 우리는 '쿨하거나 섹시해 보이기 위해서' 보라색 브릿지가 필요하진 않은데 말이죠. (#WheresMyHairStreak)

결국 보라색 브릿지는 동양인 여성을 쿨하고 반항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섹시한 악당 정도로 그리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네요. 당시 동양인의 문화, 그리고 보라색의 분위기와 브릿지에서 느껴지는 반항심을 모두 합해서요. 여기서 보라색의 역할은 좋게 말하면 '신비로움, 독특함' 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질적인, 낯선'이라는 편견이었을 수 있겠네요. 우리 사회에서 가끔 '색'은 어떤 현상을 담아내는 신호처럼 쓰이거든요.
3배 빠른 빨간색 🚗🚗🚗by MON 🤘

앞선 예와 비슷한 색상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빨간색인데요, 이 색 역시 연관된 재밌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일단 빨간색도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색이에요. 피와 결부되어 폭력, 잔인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똑같은 이유로 사랑과 정열에 대한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거든요.

한때 빨간색은 '3배 빠른'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 이야기인데요. 등장인물인 '샤아 아즈나블'이 타는 전용기가 동료들 중에서 혼자 유일하게 붉은색이었는데, 작중에서 다른 전용기에 비해 사야의 붉은 전용기는 '3배가 빠르다'라는 대사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빨간색을 칠하면 3배가 빠르다! 라는 드립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빨간색은 공산주의나 진보의 상징으로 쓰였던 색이에요. 그러나 최근에는 보수에서 쓰이고 있죠.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31년간 써온 보수정당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을 버리고, 정반대 편의 색상인 빨간색으로 색상을 바꿔버렸거든요. 사회적인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면서 본래 가지고 있었던 상징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 겁니다. 

논란 속의 새누리당은 '붉은 악마'에서 빨간색을 따왔다고 하는데요. 색채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빨간색이 '위험'을 주로 상징하는 색상이고 파란색이 '신뢰'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파격적인 결정이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끔 '색'은 어떤 현상을 담아내는 신호처럼 쓰인다고 말씀드렸었죠. 여러분도 혹시 어떤 색상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저는, 4월이 되면 온통 세상이 노란색으로 가득 차곤 해요. 없으셨다면 앞으로 보라색이나 빨간색을 볼 때마다 이 이야기들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네요. 문화나 사회적 약속은 새롭게 생기기도 혹은 쉽게 변화하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들에 '색'이 얽혀 있다면 그 색만의 고유한 성질은 분명 그 이야기 속에서 꽤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겁니다.

뭔가 '연보라색 건담'은, 그렇게 빠를 것 같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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