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시대정신과 공론장의 역할] ④ 액화노동의 시대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을 보라
📌 노동의 경계가 흐려지고 사회안전망 밖에서 흔들리는 삶을 살아내는 개인과 집단들이 점점 ‘보이지 않는 노동자’가 되고 있다.
📌 한국은 1960~1980년대 농촌에서 도시로 물밀듯이 흘러든 청년 노동자들이 산업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권위주의 국가와 자본의 긴밀한 결탁을 통해 노동력을 총동원하는 이와 같은 무한노동공급 메커니즘은 오늘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작동하고 있다.
- 농촌에서 도시로의 단순 이주를 넘어 가부장제 하의 여성노동 착취, 비정규직의 확산, 하청구조의 심화, 그리고 액화노동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노동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무한공급의 원천’을 발굴하며 자본축적의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 한국의 노동 현실은 개발자유주의의 유산 위에 플랫폼 자본주의가 접목되며 무한노동공급 메커니즘이 진화하여 한층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통적 일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현상이 ‘액화노동’이다. 액화노동은 단순히 고용 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넘어 노동의 개념을 둘러싼 경계가 형해화되는 현상을 포착한다.
📌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자본과 노동의 권력관계가 한층 더 교묘하게 은폐되는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돈을 버는 직업 또는 일자리 개념은 프로젝트, 일감, 작은 일감 등의 단위로 세분화됨으로써 노동 자체를 쪼갤 뿐 아니라 고용관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다양한 일을 하는 프리랜서, 긱노동, 플랫폼노동에는 이러한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 이는 노동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구조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액화노동은 더욱 정교화된 통제와 착취의 메커니즘으로, 새로운 무한노동공급으로 진화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이제 우리 사회는 개발자유주의의 유산과 액화노동이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 앞에 서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법제도 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 전환이다. 노동을 더 이상 경제성장의 도구나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핵심 가치이자 기본적 권리로 재정립해야 한다.
📌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과제가 요구된다.
- 모든 형태의 노동자를 포괄하는 보편적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 플랫폼 자본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하고 새로운 분배정의를 수립하는 것이다.
-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단결권과 교섭력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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