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이스 김혜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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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대신 알아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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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3 | 마인이스 | 김혜성 | Jan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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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이스의 김혜성] 세컨핸드 시장에서 '제2의 쿠팡' 후보로 떠오른 차란
“집 안에 입지 않은 의류를 모아다가, 대신 팔아주면 비즈니스는 대박 날지도 몰라.” 이런 생각 한번쯤 안 해보셨나요? 아파트마다 설치된 옷 수거함을 볼때마다, 또는 이사할 때 넘치는 옷 박스를 보면서, 누가 대신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요.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법한 비즈니스 아이디어입니다. 예컨대 100만명쯤은 알고 있을법한 비즈니스모델이죠. 마인이스의 김혜성 창업자가 만든 ‘차란’은 바로 그 모델입니다.
 
마인이스는 2022년 창업했습니다. 떠들썩한 스타트업 투자 버블이 끝날 즈음입니다. 김 창업자는 당시 KTB네트워크의 투자심사역이었죠. 누구보다 투자 혹한기의 시작을 알던 그는 그래도 창업을 감행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구문이 생각나네요.

그리곤 누구나 생각해봤을 아이디어가 실제로 현실에 통할지, 가설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적은 리소스로 진행합니다. 가설 검증에 들어간 판매 사이트는 5일만에 준비했습니다. 천재 엔지니어가 ‘이례적 속도’에 성공한게 아니라, 그냥 자영업자처럼 카페24를 활용한 겁니다. 

“창업은 2022년 1월, 벤처 캐피털 장이 꺼지기 시작할 때입니다. 주위에서 정말 많이 말렸습니다. 지금 윈터가 오고 있는데 왜 갑자기 나가서 창업을 하냐. 그럼에도 해야만 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혹한기에 시작해 회사들이 많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걸 봤고, 돈도 쉽게 안 모였어요. 돈이 없으니까 가설을 정말 잘게 쪼개서 실험했고, 돈이 없으니까 무겁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가설 실험할 때 어떻게 하면 라이트하게 할까 고민 정말 많이 했어요.”

김 대표는 “일종의 DNA가 됐다”며 “악조건에서 시작하니, 오히려 애절하게 했다. 나중에 누가 물어본다면 장이 꺼졌었 때 시작했던 게 우리 회사에 제일 큰 축복이 됐다고 얘기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마인이스는 아직 성공한 스타트업은 아닙니다. 한달 700만~1천만원의 의류 판매액으로 시작해 이달엔 20억원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손익분기점(BEP)도 맞추진 못했습니다. 누적 투자금 154억원의 시리즈 A 스타트업입니다. 오늘 레터는 마인이스의 김혜성 대표입니다. 
마인이스의 김혜성 대표/마인이스
1. 옷장에 안 입는 많은 옷을 누가 대신 한번에 안 팔아줄까.

-마인이스는 ‘차란’이라는 온라인 빈티지 패션몰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인거죠? 중고 의류나 잡화를 파는? 
“창업 때 풀고싶었던 문제는 사실 간단합니다. 옷장에는 옷이 많은데, 당근마켓이나 다른 쇼핑몰에서 팔려면 번거로와요. 사진도 찍고 (구매자를)만나야 되고 CS도 해줘야 되죠. 다들 팔아야지, 팔아야지 하다간 귀찮아서 버리거나 누구를 줍니다. 일반적이죠. 이 문제를 한번 풀어보고 싶었어요.”

“차란은 셀러 분들이 신청하면 백을 보내드려요. 그 백에 옷을 넣고 문 앞에 놔두면 수거해 대신 팔고, 정산까지 한 번에 해드려요. 당근마켓마저도 귀찮은 분들, 차란이 다 해준다고 보시면 돼요.”

-페인포인트는 ‘옷장에 있는 멀쩡한 옷’을 버리지 않고 팔도록 하자는? 옷 수명 연장 프로젝트?
“그쵸. 다시 누군가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옷장엔 너무 좋은 옷들이 많거든요. 창업시 가설은 이런거죠. 귀찮아서 팔지 못했지만, 필요는 없지만, 좋은 옷들이 많은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반대로 이런 옷들을 원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을까. 되게 조그마하게 온라인에서 판매하면서 시작했어요. 조금씩 진화하면서 지금은 세컨핸드 온라인 백화점 형태로 팔고 있어요.”

-중고 의류잖아요? 명품 브랜드도 있나요? 얼마나 싸요?  
“모든 브랜드 제품을 70% 저렴하게, 새 것처럼 살 수 있어요. 얼마나 저렴한 거냐면 아웃렛 가격보다도 현저히 쌉니다. 예컨대 여성분들이 되게 좋아하는 A사 브랜드는 신세계 백화점에선 정가로 50만~ 60만 원 정도 해요. 아웃렛에선 한 35만~45만원까진 나와요. 차란에선 거의 10만 원대면 구매할 수 있어요. 온라인에서 브랜드 제품을 산다면 차란이 제일 저렴할 겁니다. 여기에 압도적인 편의성도요.”

-편견일까요, 아무래도 남성보단 여성이 먼저 알았을 페인포인트로 보이네요. 옷장에 안 입는 좋은 옷이 많은 30대 여성의 페인포인트니까요.
“2022년 1월에 창업했습니다. 마인이스 창업전, 직장 생활(KTB네트워크에서 심사역으로 근무)을 4년 정도 했어요. 당시 이사 세 번 갔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옷을 샀고, 옷장엔 옷들이 되게 많은데, 너무 바쁜 거예요. 이사는 가야 되니, 머릿 속은 ‘이사 가기 전주에 팔아야지’인데, 바빠서 못 팔았죠. 마지막날, 귀찮아서 버리던가, 친구 줬죠. 몇 번 반복하다보니, 옷이 한두 벌이면 당근에 팔 텐데, 한 20벌 , 30벌은 도저히 못하겠고 누군가가 해주면 너무 잘 쓸 것 같은 거죠. 문제를 인식하곤, 주위를 보니, 지인들, 특히 여성분들도 다 느끼는거예요. 이런 거죠. 팔곤 싶은데 당근에 20개 다 팔지도 못한다. 그러다 그냥 버린다. 좋은 옷도 엄청 많다. 아까워 죽겠다.”
2. 백화점 50만~60만원짜리 의류->아웃렛 35~45만원->차란에선 10만원대...중고 의류의 생명 연장 프로젝트

-수만명은 발견했을법한, 흔한 페인포인트 아닐까요. 20~30대 여성 웬만한 분들이면, 이사갈때 ‘누가 이거 대신 안 팔아주나’라는 생각했을테니. 다들 실행못한걸, 왜 김혜성은 실행할 수 있었을까요. 
“예전 대학 다닐 때, 창업한 적이 있어요. (※김혜성 대표는 2010~2014년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대학 재학때 Freener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때 실행을 빨리 할 방법론을 배운 거죠. 당시 풀려던 문제는 ‘프린팅이 너무 비싸다. 근데 대학생들에겐 프린팅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돈도 없는데 프린팅에 몇십만 원을 쓰는게 맞냐는 거죠. 공짜로 프린팅을 제공해 주고, 밑에다가 조그맣게 광고를 넣는건 어떨까. 학교 주변의 상권에서 광고를 받아서, 실는거죠.”

-대학생 창업한 프린팅 스타트업은 실패?  
“사업이 잘 안 됐죠. 오래 했는데…. 하지만 창업은 결국 10번 타석에 들어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일이며, 9번은 무조건 공이 안 맞지만 한 번 안타 치면 앞으로 나아가는 일 아닐까요. 요지는 내 리소스로 10번 타석에 설 수 있으냐. 그럴려면 제품을 되게 빠르게 만들어야죠. 10번이나 실패할 것들을 감안해 제품을 만들어야 되니까.”

“아이디어가 있을 때, 정말 내가 검증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빠르게, 그리고 뾰족하게 잡아서, 빠르게 제품화하고 실험하는 방법., 그걸 첫 사업 때 배웠어요. 사업의 결과는 실패했으나 그 방법론을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되게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일종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었고요.”

-‘중고 의류 판매 플랫폼은 된다’라는 확신은 단순한 머릿속 믿음이었나? 창업전엔 어떤 준비했나.
“된다는 확신도 있었어요. 시장에 대한 압도적인 믿음이 생겼었어요. 얘기가 길어져도 괜찮나요? 커머스가 성장하는 방정식을 되게 많이 공부했어요. 20년 전엔 학교 주위에 문방구나 슈퍼마켓들이 되게 많았죠. 조금 시간이 흐르니 편의점들이 나왔고, 다음 대형 편의점이 등장했죠. 다시 할인마트가, 그리고 대형 할인마트가 나오다가 2010년 초중반 온라인마트 쿠팡이 등장해 모든 시장을 이겨버렸죠. 20년 만에 일어난 레볼루션입니다.”

-일반 커머스와 비교하면 세컨핸드 시장은 현재 어느 시점인가요?
“체인이 없는 문방구에서 가장 큰 온라인 백화점 온라인 할인마트까지 20년 만에 일어났더라고요. 성장 과정을 쭉 보면서 '세컨핸드에 접목시키면 지금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중고 시장은 완전 문방구 시대에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1인 셀러들이 지금 틱톡이랑 온라인에 혼자 옷을 팔고 있습니다. 자기가 입던 옷들, 그리고 온라인에선 빈티샵들이 파편화돼 있어요.”

“오프라인에도 빈티 샵들이 많잖아요. 옛날 문방구 형태랑 유사합니다. 샵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거죠. 한국의 세컨 핸드는 문방구의 시대구나. 일본은 중고가 발달돼, 오프라인의 세컨핸드 체인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문방구 시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중고 시장이 과연 앞으로 진화를 할 것이냐. 이 물음엔 압도적으로 진화를 한다고 믿어요. 시간의 문제고, 어떻게 갈 것인가의 문제죠. 사람들은 세컨핸드를 사기 시작할 겁니다. 진화하면 마지막 엔드 게임은 과연 무엇이냐. 쿠팡처럼 온라인이 이기졌죠.”

“결국 우리는 온라인 중고 백화점으로 빠르게 넘어가야 된다. 중간에 있는 편의점, 할인마트 등 오프라인은 스킵하자. 혁신의 여지가 되게 큰 거죠. 점프를 크게 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가 독점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3. "세컨핸드 시장은 아직 문구점 단계.. 쿠팡처럼 세컨핸드의 독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

-차란을 ‘C2C를 이어주는 세컨 핸드 온라인쇼핑몰’이란 컨셉으로 정의한다면, 해외엔 유사 사업이 없었나요? 2022년 이전에요. 
“다 있습니다. 미국에도 상장사가 2개, 영국에도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물론 그들로 통해 배웠죠. 운영 가설은 조금 달라요. 말하자면 중고 쇼핑의 쿠팡 버전을 만드는거잖아요. 쿠팡에 궤도에 오르기까지에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그렇다면 세컨핸드는 또 얼마나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중요하잖아요.”

“해외 사례는 아이디어 정도만 얻었지, 사실은 직접 실험하면서 풀어나가야할 영역이 컸습니다. 예를 들자면 쿠팡과 아마존을 보죠. 쿠팡이 상장한 시점, 쿠팡과 아마존의 객단가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상장 리포트를 봤거든요. 미국이 훨씬 클 줄 알았어요. 미국 중산층이 더 단단하고, 이커머스도 오래됐고. 물론 미국이 큰데,  당시 기준으로 압도적으로 크지 않았어요. 한 30~40% 차이가 났습니다. 미국 중산층이 10만 원을 산다면 한국은 7만 원을 사는 거죠. 생각보다 한국 중산층이 이커머스에 쓰는 비용이 되게 높다. 첫 번째 놀란 대목입니다.”

“더 놀란 대목은 인프라 비용입니다. 온라인 쇼핑의 인프라 비용, 가장 큰건 인건비랑 물류비예요. 쿠팡과 아마존을 비교하니, 한국 인프라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거죠. 배송비는 한국은 3천 원이잖아요. 워낙 물류가 잘 돼 있으니. 미국은 아마존 프라임에 들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배송한다면 되게 비쌉니다. 대여섯 배  수준이죠. 20달러? 인건비도 한국이 저렴하죠.”

“가설이 나옵니다. 똑같이 3만 개를 판다면 한국이 수익성을 훨씬 빨리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커머스를 만들기 매우 좋은 나라라는거죠. 차란도 마찬가지죠. 인프라 비용이 더 비싼 미국에서 사업했다면 과연 (한국처럼)똑같은 결과를 얻었을까? 거의 높은 확률로 아니죠. 훨씬 높은 객단가와 훨씬 큰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을 겁니다.”

-쿠팡과 아마존의 비교에서 창업의 확신을 얻은거네요. 
“대학교 때 케이스 스터디를 많이 해봤어요. 당연히 증권거래소에 공부할 자료가 있다는걸 알고 있었죠. 퇴사하기 두 달 전에 법인을 세웠죠. 아마존·쿠팡 사례 등은 직장 다니면서 주말에 읽고 했습니다. 확신을 얻었고, 퇴사했죠.”

-철저한 분석과 확신 뒤 창업, 이후엔 예상대로 진행되던가요?
“안됐죠. 왜냐하면 리소스가 한정적이니까. 당연히 너무 힘들었고요. 예상처럼 된 건 거의 없고요. 창업을 혼자 했어요. 공동 창업자가 없었죠. 엔지니어 팀도 사실 일하다가 중간에 많이 작별 인사도 했죠. 제품 출시 일정도 많이 밀렸습니다.”

“원래 한 8~9개월 내로 정식 제품을 출시하고 싶었는데 당연히 안 됐어요. 창업하고 1년 만에 베타를 출시했으니까 한 4~5개월이 밀렸죠. 그래도 앞으로 나간 건, 비즈니스 검증의 방법론을 제대로 한 덕분 같아요.”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의 임직원들/마인이스
4. BM 검증할 판매사이트는 5일만에 만들고 남의 재고로 일단 팔아봤다.

-BM 검증, 그러니까 ‘남의 옷장 속 옷을 사려는 소비자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요?
“누군가 이걸 사야지, 중고 의류를 팔든 말든 하잖아요. 검증을 무겁게 하지 않았어요. 직접 중고 옷을 확보해 팔아보면 되지만, 그럼 너무 사업이 무거워지니까. 온라인에 빈티지 샵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온라인 빈티지 샵의 제품 이미지만 다 긁어온 거죠.”

-중고 의류의 재고도 없는 상태서, 일단 팔았다? ‘소비자가 있나’를 이미지로만 확인했다?
“이미지를 싹싹 긁어오면 이틀이면 재고 갖고 있는 척을 할 수 있죠. 배너는 외주로 만들고, 판매사이트는 카페 24로 만들었어요. 카페24는 하루 이틀이면 만들죠. 웹사이트에서 소비자 니즈 검증은 5일이면 준비 가능해요. 그리곤 광고를 꽂아본 거죠. 사람들이 들어오나. 광고 꽂아보니까 사람들이 들어와 구매하기 시작해요. 물론 이때부터 맨땅에 해딩입니다만.”

-아무리 검증이라도, 실제로 소비자가 구매하면 물건을 확보해 보내줘야하죠. 적자를 보더라도요.
“하루 두 번씩 주문 내역서 보고, 주문이 들어오면 본래 사이트에 가서 구매해 보내줬어요. 근데 그 사이에 판매가 돼버리는 것도 있어요. 중고는 재고가 하나니까 못 구하잖아요. 참,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죠. 그럼에도 핵심 요지는 '재고 하나 없이 사람들이 이런 걸 산다'는 가설을 검증한 겁니다. 인벤토리 창고 없이 남의 재고로만 테스트를 했어요. 가격 정책도 바꾸면서 필요한 소비자 조사를 했습니다.”

-갓 생긴 스타트업이 딱 5일만에 만든 쇼핑몰로, 소비자 수요 조사까지 했다는 말씀?  
“예. 광고 비용으로 1만 원 넣어, 주문이 3만 원어치 들어오면 수요가 있다는 의미죠. 물류비도 계산할 수 있고요. 재고가 없는 상황이지만, 가격을 변동해보면서 소비자의 니즈 강도도 확인했죠. 구매자 조사도 했어요. 왜 사나? 답은 너무 저렴하다는 겁니다. 또 유니크하다.”

-검증엔 하나 더 필요하죠. ‘옷장의 옷들을 팔려는 일반인 셀러 후보’는 있는가. 
“과연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런 옷들을 줄까? 성수동에 60평짜리를 공장을 하나 빌렸습니다. 온라인에 브랜드 의류의 판매창을 올려놓고 구매 희망자가 들어오면 정작 그 페이지에다가는 ‘옷 팔기 귀찮으시죠? 대신 팔아드리고 판매금액의 70%를 드릴께요’라는 광고를 띄워요.”

-패션 브랜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당연히 옷장속 브랜드 옷들이 많을 것이니, 이 사람들이 ‘대신 팔아준다’는 메시지에 반응하는지 검증한거네요?
“사실 그 정도로 정교하지도 않았고요. 단지, 옷장 속 옷이 진짜 문제라면 사람들이 ‘대신 팔아준다’에 클릭할 것이라는 생각이었죠. 예컨대 ‘대신 팔아드린다’고 하면서, 각 창마다 수수료를 다르게도 해봤어요. 예컨대 “대신 팔고, 판매금액의 70%를 준다”를 ‘60%’ ‘50%’ 이렇게요. 반응을 검증하는거죠. 60%까지 내려도 사람들이 신청할까. 브랜드에 따라서도 바꿔보고요.”

“성수동에 창고를 두고, 저녁엔 제가 직접 수거를 다녀요. 수거 갈 때, 이분이 어떤 포스팅을 보고 들어왔는지 알고 갑니다. 수수료를 이분들이 어디까지 용납하는가를 미리 아는거죠. 그리곤, 그 수수료로 들어온 중고 의류를 확인하죠.”

“실제 재고 의류가 들어오면, 다시 처음에 카페24로 만들어놓은 쇼핑몰에다가 올려서 팔았어요. 이젠 진짜로 재고 있는 우리 물건을 파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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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핵심가설 검증해 보여줬더니.. 시드로 51억원 투자 유치'

-창업은 2022년 1월, 차란 론칭은 2023년 8월입니다. '라이트한 페인포인트 검증 작업'은 그 사이죠?
“맞습니다. 창업한곤, 바로 알파테스트 서비스를 위해  판매사이트 ‘위셀’를 만들었어요. 카페24에서 만든 판매 사이트죠. 여길 돌리면서 배운 것들, 그 액기스를 뽑아 차란을 만든거죠. 위셀의 시행착오로, 차란은 실수없는 서비스로 만든거죠.”

“중간에 차란의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어요. 그니까 2022년 4월 ‘위셀’로 검증했고, 이후 11월에 차란 클로즈 베타예요. 클로즈 베타는 윗셀의 고객분들을 차란으로 옮겨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첫 백명, 천 명의 고객이 가장 중요한 고객입니다. 완전 얼리 어뎁터니까요. 이분들을 만족시켜드리면 이분들이 소문을 엄청 내주세요.”

-마인이스는 ‘차란’ 론칭(2023년 8월)도 하기 전인 2023년 1월과 7월에 총 53억6000만원의 시드투자를 받았어요. 정식 제품도 없는 스타트업에게 시드로는 큰 금액입니다. 
“큽니다. 다만, 그때는 제 가설이 다 검증이 됐어요. 구매자와 판매자가 존재하며, 되게 강하게 들어온다. 당시 투자자에겐 ‘핵심 가설은 검증됐다’고 얘기했죠. 투자자들이 믿어준거죠.”(※시드 투자자 명단을 보면 다들 놀랄지 모른다. 굿워터 캐피탈, CJ대한통운, SM컬처파트너스, T인베스트먼트, 슈미트, 스파크랩, 우리벤처파트너스 등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와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 김창원 전 펫프렌즈 대표 등 다수의 엔젤 투자자.)

-차란은 쿠팡이나 컬리와 같은 스케일업은 못할 겁니다. 투자금으로 마케팅 태워서, 적자도 감수하고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선택지가 아니죠. 투자 혹한기니까요.
“당연히 안 그랬고요. 수익성과 비용 문제입니다. 다만, 중고 사업이 되게 매력적인데요. 일반 커머스랑 조금 BM이 다릅니다. 사실 차란은 위탁이거든요. 위탁이니 원가 없이 옷을 확보할 수 있어요. 원가 없이 옷을 받아서 판매가 되면 판매자와 나눠갖는 구조거든요. 옷을 다 공짜로 받는다는 게 세컨핸드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이거든요.”

“쿠팡이든 컬리든, 결국 사입 비용이 있을 것이고 일종의 원가가 들어가는 건데 차란은 다르죠. 물론 물류비와 같은 비용은 있지만요. 사실상 마진 구조가 기존의 커머스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중고 의류 판매의 걸림돌, ‘짝퉁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고이비토라는 진품·가품을 가려주는 업체랑 같이 풉니다. 고가 제품들은 고이비토를 통해 이미지로 진품 인증을 받아요. 현물로도 인증을 받고요. 고이비토에서 진품 인증이 안 나는 제품들은 애초에 팔지 않습니다. 차란에서 판매되는 모든 고가의 제품들에 대해서는 진품 인증서를 받아놓은 상태에서 팔아요. 물론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진품 인증 안받아요. 1만, 2만 원짜리는 하지 않고요.”

-불황도 세컨핸드 판매에는 득인거죠?
“다행히도 서비스가 되게 빨리 컸어요. 문제를 갖고 있던 판매자 분들이 사실 한국에 너무 많았고요. 마찬가지로 세컨 핸드를 통해서, 그러니까 브랜드 제품을 70%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 사람도 지금 딱 불황이 겹친 거죠. 경기가 안 좋잖아요. 세컨 핸드가 제일 좋은 가성비 쇼핑이에요."
6. 중고 의류 위탁 판매의 뜻밖의 강점... 조단위 거래액에도 흑자 못내는 컬리와 달라

-현재 차란의 판매 실적은 어느 수준이죠?.
"차란 론칭 당시, 월 세일즈가 700만~천만 원 정도예요. 이번 달엔 얼추 한 20억 가까이 팔거든요. 1년7개월만이니, 되게 빨리 컸죠.”

-손익분기점은 언제쯤 기대하나. 월에 얼마정도 팔아야, 가능한가요?
“1년반 정도 안에 맞추려고 합니다. 추정의 영역이 많긴한데, 월 기준으로 지금의 2배 수준, 한 35억에서 40억 정도 되면, BEP가 나온다고 보고 있고요."

-쿠팡과 컬리는 조단위에서 BEP인데, 차란은 월 40억만 팔아도 BEP가 가능하다고요?
"쿠팡, 컬리는 조 단위를 팔아도  BEP로 못 갔는데 천억도 안 되는 스케일에서 BEP가 나오니, 엄청 나은거죠. 물론 현실적으로는 시행착오 비용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할테지만요."

“안정적으론 지금의 3배 정도, 60억 정도 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 비용 포함해서요. 그런 스케일까지 1년 반, 2년 안에는 커질 수 있을 겁니다.”

-현재는 여성 의류 중심입니다. '중고 온라인 백화점'을 지향하니, 곧 남성 의류나 유아, 럭셔리도 진입하겠네요?
“마인이스는 지금 여성 의류와 잡화를 하고 있거든요. 결국엔 남성도, 유아도 할 겁니다. 사실 지금은 럭셔리 제품은 공격적으로 안 하고 있는 상태인데 중고 명품 쪽으로도 하려고 합니다. 결국 차란에 들어오면 남성, 여성, 유아 옷이든 나이키부터 디올, 루이비통까지 모든 브랜드 제품을 70% 저렴하게, 새것과 거의 같은 퀄리티로 살 수 있는 한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세컨핸드 백화점으로 갑니다."

-기존 중고 명품 쇼핑몰과의 경쟁에 이길 수 있나. 
"결국에는 플랫폼 파워라고 생각합니다. 매스 시장이 있잖아요. 중고 매스 시장에서는 저희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압도적인 고객 신뢰도와 압도적인 셀러분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왜 고객들은 백화점에서 살까요. 오프라인에도 많은 샵들이 있는데요. 명품샵들도 있죠. 뭐냐면 백화점에 모든 게 다 있거든요. 명품 뿐만이 아니라 백화점 1층, 2층, 3층에는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게 플랫폼 파워라고 생각해요. 명품 숍들은 각자의 어떤 색깔을 가지고 존재합니다만 결국에는 아무도 매스를 갖고 있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은 승산이 있지 않을까. 사실 태핑을 많이 안 해봐서 더 배워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7. "장이 꺼졌을때 창업한게, 제일 큰 축복"

-잠재 경쟁자는 C2C인 당근마켓이 되는 거 아닌가요? 당근에서 팔 온갖 물건을 차란이 대신 팔아준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시선의 차이입니다. 당근마켓이랑 차란은 공존할 겁니다. 당근을 쓰는 분들은 밸류가 중요한 분들이에요.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적정한 가치를 무조건 받겠다는 소비자가 있거든요. 차란의 고객은 보통 시간이 더 중요한 분들입니다. 20개를 올리는 시간과 수고를 할 바에는 수수료를 내더라도 차란에 맡긴다는거죠. 분명히 양쪽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가 양분화돼 있기 때문에 차란과 당근은 둘 다 존재를 해야 되는 플랫폼이고요."

-직접 경쟁상대는 현재론 없다는 거네요? 그럼 현재 넘어야할 벽은?
"업체로 보면 사실 경쟁사가 없는 상태인데, 그것보다도 진짜 컴피티션하는건, '세컨핸드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입니다. 세컨핸드가 가성비 쇼핑이고 현명한 소비이라는 인식 변화를 가져와야합니다. 회사의 비전은 세컨핸드 패션의 대중화입니다."

-세컨핸드를 절대 안 사는 소비자도 적지 않죠.
"안 쓰는 사람들은 그냥 안 사요. 남이 쓰던 물건은 안 쓰겠다는 사람도 있긴 하거든요. 차란에서 보면, 중고 의류를 한 번도 사보지 않은 사람들이 차란을 알고 중고를 사고는 분들이 있어요. 계속 쓰시는 분들이 10명 중에 2.5명 꼴입니다. 유저의 한 20~25%는 중고와 처음 동행하는 분이죠."

“여러 가지 편견 때문에 안 써보셨다가 주위의 소개나 프로모션으로 첫 경험했는데 그 경험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시 지속적으로 구매를 하시는 분들인 거죠.”

-차란은 기본적으로 한국 내수만 있나요? 해외 진출의 가능성은?
“대만이랑 일본을 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중산층의 이커머스에 쓰는 금액이 크고, 동시에 인프라 비용이 저렴한 나라가 아시아에서 일본, 대만, 한국이에요. 그래서 운영 가설이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좋은 모델을 만들어 놓으면 일본이랑 대만의 시장이 유사하다면 그리고 세컨핸드가 아직 초기의 발달 지점이고 아직 크지 않았다면, 제가 들어가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여지가 되게 많은 나라라고 봅니다."

-현재 가입자는 몇명일까요?
“70만 명 정도예요. 서비스가 정식 론칭한뒤, 월간 매달  33%씩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가입자 70만 명에 월판매액 20억원이면 적은 것 아닌가요?
“70만 명이 셀러랑 구매자랑 다 섞여 있는 거고요. 구매자 MAU만 보시면 20만명 조금 넘습니다. 현재 MAU 수준을 보시면 25만~27만 정도 될 거예요. 판매자분들이 5만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여전히 투자 혹한기예요. 혹한기 창업를 돌아보면? 좋은점과 나쁜점.
“창업은 2022년 1월, 벤처 캐피털 장이 꺼지기 시작할 때입니다. 주위에서 정말 많이 말렸습니다. 지금 윈터가 오고 있는데 왜 갑자기 나가서 창업을 하냐. 그럼에도 해야만 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혹한기에 시작해 회사들이 많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걸 봤고, 돈도 쉽게 안 모였어요. 돈이 없으니까 가설을 정말 잘게 쪼개서 실험했고, 돈이 없으니까 무겁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가설 실험할 때 어떻게 하면 라이트하게 할까 고민 정말 많이 했어요.”

"돈이 넘쳐나는 버블기였다면, 직접 창고를 빌려, 일일이 재고를 모두 확보하고, 중고옷 검증을 무겁게 했을 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DNA가 됐어요. 악조건에서 시작하니, 오히려 애절하게 했어요. 나중에 누가 물어본다면 장이 꺼졌었 때 시작했던 게 우리 회사에 제일 큰 축복이 됐다고 얘기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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