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예술가 프로젝트에 맛을 더하다 ‘SEE-즈닝


 은평문화재단은 2022년 <청년예술가 지역공간 연계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예술가 네 팀을 만났습니다. 한 해 동안 이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며 남긴 기록을 공유합니다.

 

웹진 <SEE-즈닝>은 음식의 맛을 더하는 시즈닝(Seasoning)의 역할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청년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바라보고 다층적 비평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See) 이들의 예술 활동에 풍부한 의미를 더해 응원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SEE-즈닝 3호 빠르게 보기📌
  
이번호에서 다룰 청년예술 프로젝트
🧂 FINDER <La Casa De 은평 ; PERSONA>
🧂 무대그리고나 <버스토리 in 은평>

① 프로젝트 출발선에 서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② 바로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③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REVIEW : 프로젝트 마주보기
    🧂 송요      
    FINDER <La Casa De 은평 ; PERSONA>     

① 안으로, 관찰하면서
② 확장되는 것들, 그럼에도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
 🧂 샬뮈      
무대그리고나 <버스토리 in 은평>      
은평구 '여기소' 설화에 대하여
공연 현장을 관객의 시선으로 다시 써보기
🥫 SEE-즈닝 3, 청년 예술가 프로젝트 리뷰 <3>

 SEE-즈닝 3호에서는 <2022 청년예술가 지역공간 연계 지원사업>의 네 팀 중 ‘FINDER’와 ‘무대그리고나’ 팀의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프로젝트를 단순히 하나의 결과물이 아닌 복합적인 과정과 시도의 한 부분으로써 바라보려 합니다. 청년예술가의 생각과 고민이 예술 창작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지역공간 안에서 자리잡는 움직임을 리뷰를 통해 깊이 있게 맛보시기 바랍니다.

👨‍👩‍👧‍👧 FIND;er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시간  <La Casa De 은평 ; PERSONA>

① <La Casa De 은평 ; PERSONA>의 출발선, 'FIND;er'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연(FINDER)🤸‍♀️: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가 만든 이상적인 사회적 자아,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맺는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조각하고 형상화한 나의 페르소나는 본질적인 나와는 아주 다른 존재일까요? 저는 이것도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파인더’는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의 무게를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집중하였습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두 자아를 모두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② <La Casa De 은평 ; PERSONA>,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를 알아보고자 ‘자신이 보여지고 싶은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은평구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두 자아가 편하게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 '파인더'는 공간에 대해 질문하고 이곳을 상징하는 오브제의 이미지를 받아 전시장을 구성하였습니다.


'파인더'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사회에 드러내고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욕망을 확인하였고 이것을 바탕으로 페르소나가 만들어지는 것을 직시하며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③ 프로젝트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무언극 & 전시
<La Case De 은평 ; PERSONA> 프로젝트는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해 있는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코리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무언극은 갤러리 내 큰 공간에서 작은 공간으로 이동하며 진행되고, 이후 공간 전체에 배치되어 있는 오브제와 사진을 통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조각상을 실제 사람처럼 생각하고 진심을 다해 만든 조각가의 이야기,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파인더’의 무언극은 큰 공간 안에 거울을 사이에 두고 조각가와 조각상이 앉아있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조각가가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을 담아 조각상에게 오브제를 전달하면, 조각상은 오브제를 통해 그 모습을 움직임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조각상에 숨이 들어오는 순간 두 퍼포머는 오로지 몸과 마음을 통해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찰나의 순간 움직임 주도권을 즉흥적으로 주고받습니다. 두 움직임이 하나의 움직임으로 읽히는 순간, 주제를 관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고자 하였습니다.

작은 공간에서는 퍼포머 개인이 직접 느낀 '은평의 집; 페르소나'에 대한 감정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작품이 진행되었습니다.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위한 첫 걸음인 '직시'의 단계를 의미하는 퍼포먼스는 작은 방의 거울 오브제를 통해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고 바라보며 나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과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는 의도적으로 움직임과 맞지 않는 음악을 선택하여 퍼포머가 느낀 감각과 연결합니다. 음악을 無의 상태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에서 느낀 감각의 확장을 공유하고자 기획하였습니다. 

무언극의 무대와 소품들로 여겨지던 전시장의 전체적인 공간과 오브제들은 무언극이 끝난 뒤 하나의 작품이 되어 나의 공간, ‘집’을 표현한 전시로 이어집니다. 지역주민들의 사진으로 조합한 콜라주 작품으로 상징적인 집의 특성-편안함을 표현해보려고 했습니다. 현대인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를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타인과 맺는 거짓된 관계, 얕은 소통 때문이라고 생각한 '파인더'는 사회 속에서 쓰는 수많은 가면들 속에서 지쳐있는 우리가 가면을 벗고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오롯이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시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의 편안함을 주되 ‘집’의 형식에 얽매이는 것에 대해 경계하려고 했습니다.

🎞 아트필름
'파인더'는 무언극과 사진, 오브제를 활용한 융합 전시가 종료된 후 전시의 내용과 함께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트필름을 제작하였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무언극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상적인 페르소나에 지쳐있는 내가 지역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해방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연출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어둡고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은평구의 자연이 펼쳐지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함께 해방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서울혁신파크의 풍경을 담아 촬영하였습니다 .

첫 번째 SEASONING🧂

안으로, 관찰하면서

리뷰어: 송요
La Casa de 은평(이하 라까사데은평)은 증산동 골목에 자리한 포토그래퍼스갤러리코리아를 무대이자 전시공간으로 삼는다. 양지바른 은평구에서도 도란도란 평화로운 동네. 갤러리와 같은 상가건물에 들어선 학원들, 태권도복을 입은 채 복작거리며 지나다니는 어린이들, 길을 걷다가 갸우뚱 전시장을 들여다보는 어른들. 단순히 ‘그 어디 있어도 좋은’ 화이트큐브 혹은 블랙박스로 존재하는 대신, 지역의 생기를 간직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 라까사데은평의 ‘경험’이 출발한다.
갤러리는 주택가에 인접한 상가 건물의 지하에 위치해 있다. 마치 소극장처럼 문을 열고 또 지하로 들어와야만 하는 구조가 꼭 비밀의 공간으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입구에서 왼편으로 리플렛이 놓인 일종의 리셉션 공간이 있고, 정면으로 쭉 들어서면 중앙 홀이 나타난다. 공간의 한쪽 모퉁이에는 꼴라주 이미지가 놓인 이젤이 있고, 가운데에는 빈 프레임이 매달려 있다. 이 프레임을 가운데 두고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작품은 꽤 정확한 해설을 동반한다. ‘이건 이 뜻입니다’ 식으로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작품의 뿌리랄지 출발점이 ‘페르소나’임은 명확히 한다. 관람 신청 페이지와 전시장의 안내에 따르면 <라까사데은평>은 ‘페르소나를 직시한다는 것’을 주제로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만큼의 의도는 관객에게 제공한다.

퍼포먼스는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펼쳐진다. 퍼포먼스의 중심에 놓인 빈 프레임은 액자 프레임 같기도 거울 프레임 같기도 해서, 마치 프레임 맞은편의 퍼포머가 ‘나’의 반향 같기도 하고 ‘나’의 작품 같기도 하다. 첫 파트에서 두 퍼포머는 프레임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움직임을 따라하고 답습하며 긴장감 있게 몸짓을 주고받는다. 따라하지만 결코 일치할 수는 없는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처음 감돌던 긴장감이 자유롭고 리드미컬한 돌림노래처럼 변화하면, 프레임 너머로 신체가 침범하면서 첫 파트가 종료된다.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는 전시장의 안쪽 방, 여러 면으로 굴절하는 거울 공간에서 벌어진다. 바스락거릴 것만 같은 은색 거울지를 사용해 한쪽 벽을 덮고, 다른 벽은 거울로 듬성듬성 채웠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면서, 또 방 안에서 수많은 거울의 액자식 구도를 대면하면서 미장아빔이 생겨난다. 제3의, 어쩌면 제1, 제2와 동일인을 나타내는 걸지도 모르는 퍼포머가 큰 음량,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인다. 퍼포머는 뉘인 몸을 일으켜 밖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듯 팔다리를 뻗어올린다. 노래에 중력을 거스르는 대신 아주 정확히 중력을 느끼는, 관객을 의식하지 않는 무아지경 대신 관객과 기꺼이 눈을 마주침으로써 ‘자기’를 인식하는 그 정확한 집중력은 관객 역시도 퍼포먼스에 몰입하게 만든다.  

두 번째 SEASONING🧂

확장되는 것들, 그럼에도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

리뷰어: 송요
파인더는 온라인을 활용하여 <La Casa de 은평>의 시공간을 확장한다. 전시의 VR 구현과 퍼포먼스 아트필름을 통해서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여건이기만 하다면, 웹페이지 링크만으로 쉽게 접속해 만날 수 있다.

공간의 확장은 말 그대로 작품을 향유하는 공간을 온라인으로 넓혔다는 뜻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매터포트로 만들어진 VR 전시공간은 실제 전시장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이 VR 경험이 실제의 경험과 갖는 차이라면,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관람이 전시장 한복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고 또 사소한 것 같기도 하지만, 경험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른바 ‘극장 경험’ ‘전시장 경험’과는 또 다른 ‘콘텐츠 중심의 경험’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실제로 이는 공간에 자리한 전시의 이모저모를 면밀히 보는 데 영향을 미친다. 관객은 공간의, 혹은 전시의 외적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전시 구성 그 자체에 보다 몰두한다. 그러면서 전시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부분, 혹은 보았지만 막연히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재발견하기도 한다. VR 공간은 오프라인 전시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쩌면 도리어 오프라인 전시를 더 뾰족하게 보정하여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의 확장은 공간의 확장과 겹쳐진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는 아트필름은 현장성, 일회성이 강조되는 퍼포먼스의 ‘시간’을 반복하고 연장하게끔 한다.


아트필름은 전시장에서 펼쳐졌던 퍼포먼스를 담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레코딩이라기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이 영상은 한 장소에 거치된 카메라가 담은, 고정된 앵글을 유지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움직임, 클로즈업과 패닝의 순간은 주관적인 감독-촬영자-의 선택을 주지한다. 두 퍼포머를 교차해 보여주거나, 배경 및 오브제를 훑는 대신 인물에만 포커싱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연출, 즉 주관적 선택이다. 세피아톤의 화면과 노이즈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아트필름은 퍼포먼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로케이션 자체를 야외로 이동한다. 퍼포머는 전시장이 아닌 서울혁신파크에서 은평의 풍광을 바라다보면서 움직임을 마무리한다.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변화하고, 더이상 ‘실황’ 혹은 ‘실황의 재연’으로 여길 수 없는 명백히 다른 타임라인의 장면이 작품 안으로 들어온다. 오프라인 퍼포먼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겪을 수 있는 넓은 의미로서의 시공간의 확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VR 전시장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의 단순 카피가 아닌 ‘온라인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통해 작품은 세계를 확장시키고 전시장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감상한 관객에게도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무대그리고나

지역의 이야기  <버스토리 in 은평>

① <버스토리 in 은평>의 출발선, '무대그리고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영(무대그리고나)🕺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예술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지역의 설화, <여기소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굉장히 개인적인 기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기는 해요. 저를 포함해서 제 주변에는 공연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고,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주제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우리가 좋아하는 표현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은평구에서 노래나 춤이 아닌 연극 자체만으로도 버스킹이 가능한지도 궁금했고, 이 지역에 ‘무대그리고나’라는 연극하는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어요. 플리마켓도 그 일환으로 함께 기획해 보았습니다. 저희와 같이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 작품을 소개하며 일종의 작품 버스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공연과 플리마켓이 진행된 빵굽남 베이커리는 근처에 복지관과 병원이 있고 위로는 백반집, 옆에는 카페가 있어요. 빵굽남 베이커리에 앉아있다 보면 백반집으로 점심을 드시러 오는 직장인 분들, 병원을 이용하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카페를 찾는 젊은 분들, 복지관을 찾는 분들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다녀요.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빵집에 많이 오시더라고요. 지역 빵집이라는 점이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특정 연령대나 사회적 계층을 떠나 누구나 상관없이 즐겨 찾는 곳. 지역의 색이 짙게 묻어나있는 빵집을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무대’로, 예술인과 지역주민의 소통의 장인 ‘플리마켓’으로 재해석해보고자 하였습니다.

② <버스토리 in 은평>,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무대그리고나’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설화'의 특징을 공연을 통해 풀어내고자 텍스트나 시각적 요소가 아닌 배우가 내뱉는 ‘대사’를 통해 여기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공연의 무대가 되는 빵굽남 베이커리의 테라스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대사가 두 줄 이상 넘어가면 사람들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는 공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대그리고나'는 각본을 제작할 때 짧고 굵은 대사를 사용하여 의미를 함축하는 축소화 과정을 거쳤으며, 배우가 서로를 마주보며 연기 하는 것이 아닌 관객을 향해 대사를 내뱉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내러티브에 익숙한 배우들은 평소 많이 접해보지 않은 방식의 연습과정에서 다소 어색함을 느꼈지만 현장에서 직접 리허설을 하며 관람객들과 호흡을 맞출 때 비로소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지역예술가는 예술가 네트워킹을 통해 소개 받은 도예 작가 두 명과 회화 작가 한 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총 여덟 번 진행된 플리마켓은 도중에 지역주민의 기부물품을 받아 함께 판매하게 되면서 물품과 테이블 수가 많아지게 되었고, 지역 빵집과의 상생이 목표였던 ‘무대그리고나’는 빵집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동선을 해치지 않으면서 작품과 물품이 매력적이게 보일 수 있도록 진열할 수 있는 배치도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③ 프로젝트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여기소 이야기>는 북한산성 축조공사에 동원된 님을 만나지 못한 것을 비관해 은평구 의상봉길 어귀에 있는 연못에 빠져 죽은 조선시대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그 뒤로 이 연못은 ‘여기소’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왔고 ‘무대그리고나’는 지역 빵집을 오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기소 이야기> 공연을 진행하였습니다.


야외 공연의 특성 상 혹서기를 포함해 날씨와 주변 소음에 영향을 받으며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였고 총 6회차를 계획했던 초기기획과 달리 4회차로 공연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네 번의 공연을 통해 '무대그리고나'는 공연을 관람하고자 하는 특별한 목적의식 아래 시간을 내어 공연장에 들어서는 관객이 아닌 동네를 오가며 걷다 자연스럽게 관객이 된 주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관객과 배우를 구분 짓는 단 없이 진행된 공연에서 지역주민들은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배우를 바라보기도 하였고 감동을 받고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하였으며 뭐하고 있는 것이냐며 비아냥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반응 속에서 '무대그리고나'는 지역 공간 안에서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배우와 관객으로서 소통하였고  청년예술가로서 자신의 삶터(거주지)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SEASONING🧂

은평구 '여기소' 설화에 대하여

리뷰어: 샬뮈
Image by ha11ok from Pixabay

일상에서 스치는 장소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예기치 않은 발견들은 주어진 현재에서 벗어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갔던 과거의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상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지금과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보편적인 모양으로 닮아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익히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무대그리고나> 팀의 프로젝트는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금으로 불러와 다시 이야기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기소’ 설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을 쌓을 때 이야기이다. 전국에서 많은 청년들이 노역(勞役)에 동원되었다.

 

이 공사에 동원된 한 관리를 만나기 위해 시골에 사는 한 기생이 남장까지 하고서 삼각산까지 찾아와서 공사 감독에게 면회를 간청하였다. 하지만 옛날 관습에 나라의 큰 공사에 남녀가 만나는 것은 부정이 든다고 하여 이를 엄격히 금지하였기 때문에 공사 감독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그 기생은 객지에서 혼자 남아 그리운 님을 기다렸으나, 몇 달을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고 남자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가을날 아침 기생은 애통함을 참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연못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져 버렸다.

 

공사가 모두 끝난 후 기생이 찾던 관리는 자기를 찾아온 기생이 연못에 빠져 죽은 것을 뒤늦게 알고 그 연못에 찾아가 “조금만 더 기다리지 참지 못하고 여기서 죽었단 말이오.” 하면서 통곡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후 이곳을 ‘너 여(汝), 여기 기(其), 못 소(沼)'의 뜻이 담긴 ‘여기소(汝其沼)'라고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 은평구 문화체육관광 부문 은평이야기 사이트

이 짧은 설화를 통해 우리는 시대 상황을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북한산성은 숙종 재위 37년인 1711년, 전쟁에 발생했을 때, 대피할 수 있는 축조방식에 대한 오랜 논의 끝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선조 때에 논의가 시작되어 숙종의 결단으로 무려 12Km의 성곽을 6개월 만에 완성된 것이죠. 시대 상황은 매우 황폐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뿐 아니라 대기근까지 겹치면서 평범한 백성들의 삶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여성들은 엄격한 성리학 질서에서 재가가 금지되었고, 외부활동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전쟁 포로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남자들은 환영받았지만, 여자들은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전란을 거치면서 여성과 남성이 지위와 역할이 더욱 엄격하게 분리되면서 일상에서조차 각자의 공간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어려운 내외법은 더 강해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가혹했던 현실 안에서도 ’사랑‘은 시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대그리고나> 팀은 이 점에 주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두 번째 SEASONING🧂

공연 현장을 관객의 시선으로 다시 써보기

리뷰어: 샬뮈

<무대그리고나>는 여기소 이야기를 재창작한 길거리 뮤지컬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여기소 이야기는 북한산성 축조 당시에 관리와 그를 사랑하던 기생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설화로 은평구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에서 이미 이 공연의 장점과 단점은 선명하게 나뉩니다.

우선, 장점으로는 뮤지컬에 가장 큰 부분인 노래가 있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노래가 아닌 이음새가 되는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쉽지 않은 과제로 남게 됩니다. 처음 이 공연 대본을 읽었을 때, 주인공들의 서사를 조금 더 섬세하게 담아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무대그리고나>팀에 의견을 전달했었는데요. 현장에서 보니 노래와 서사를 잇는 이음새 부분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노래에 더 집중하기로 선택한 팀의 결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관객들은 확실히 노래에 반응했고, 공연현장은 혼잡한 거리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공연에 쓰인 노래들은 익숙한 가요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한국어로 개사한 곡까지 다양했습니다.

거리공연에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예측하기 힘들고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은 인구밀도도 매우 높고, 높은 밀도만큼 공연에 적합한 넓은 공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무대그리고나>가 선정한 장소인 빵굽남 베이커리는 도로에 바로 인접해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작은 무대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소음으로 인해 집중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공연을 보려면 시간과 상황을 고려한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이른 오후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생활시간대라 더욱 분주할 수밖에 없었고, 관객은 드물었습니다. 

거리공연에서는 홍보물의 배치도 더 영리하게 해야 합니다. 제가 봤던 회차에는 홍보물이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남은 회차에서는 공연 장소인 빵굽남 베이커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빵집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공연현장 인근 여러 생활공간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하여 지역주민이 공연에 관심 있게 만드는 홍보 작업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조금 더 공연 내부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면, 이 공연은 주인공을 맡은 김기영, 방은지 두 배우가 등장하는 모든 역할을 다른 목소리로 소화해냅니다. 특이했던 건 남자 주인공 ‘진관’은 양복을 입고 있고, 여자 주인공 ‘은’은 한복을 입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소 설화는 조선 숙종 재위 시절이라 시대를 반영했다면 모두 한복을 입어야 하는데, 남자 주인공은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대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고, 관객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장치로 차이를 두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남자 주인공이 한복을 입고, 여자 주인공이 양복을 입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여기소 이야기에서 ‘은’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고 기생이라는 신분으로 배척받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녀가 현대의 옷을 새로 입었다면 시대의 변화가 더 눈에 띄게 읽히고, 낯선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공연에서는 더 많은 상상력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과거 재연의 경계를 넘은 이야기로써 여기소 설화가 있다면 어떤 것일지도 궁금합니다.
함께 만들었습니다.  

발행인             김미경
총괄                (재)은평문화재단 대표이사 양재호 · 본부장 조준희
기획진행제작   (재)은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이미슬
감수                (재)은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최지영
발행처             재단법인 은평문화재단
발행일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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