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워치 근황 1편
안녕하세요. 최윤정 기자입니다.
휴일이 많았던 5월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코트워치 기자들의 근황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판결문 모으고, 읽고, 비교하고
이번 달 30일이면 제22대 국회가 열립니다. 총선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개원을 앞두고 코트워치 기자들도 바빴습니다. 저희는 선거범죄, 즉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문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습니다. 기간은 2020년 총선 직후부터 2024년 현재까지로 잡았습니다.
'익명의 협박자들', '그림자아이 전수조사' 관련 보도에서 전국에 걸쳐 있는 사건들을 찾아 모아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사건을 동시에 살펴보는 시도는 (코트워치 팀에서는) 처음입니다.
처음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여럿 있습니다.
첫 번째는 판례를 모으고 분류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롬프트(명령문)를 잘 짜서 챗GPT 같은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면 여러 판례들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빠르게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조언도 있었지만, 저희에게는 아직 그리 친숙한 도구가 아닌 터라 수작업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의 구조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을 보면, 저도 (인공지능에 비하면 아주 느리지만) 판결문의 공통적인 형식이나 내용 자체를 학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두 번째 어려움은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합니다. 여러 판례 속에 담긴 어떤 사실, 어떤 정보, 어떤 패턴이 독자 여러분에게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특히 김주형 기자는 기사를 준비할 때 '이렇게 세세한 사실관계를 독자가 왜 읽어야 하는지'를 많이 질문합니다. 그런 질문을 들으면 저도 '일단 쓰기'를 멈추고 기사의 목적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에서 기업 임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판결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의 결론은 '만일 그때로 다시 돌아갔더라면 달리 행동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제가 법정에 가거나 공판 기록을 읽으면서 찾아야 할 것, 기사로 써야 할 것도 위 재판부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이 되겠지요.
현재 연재 중인 '15분이 만든 죽음' 프로젝트도 이런 두 가지 관점으로 취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행한 기사는 방음터널 안에서 화물차에 불이 붙은 직후부터 소방 선착대가 도착하기까지 화재 현장에서의 초기 대처가 미흡했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차량을 운전했던 운전기사 또는 화재를 처음 목격한 관리업체 직원이 터널의 소화전이나 비상벨을 신속히 사용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이 피해를 키운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만, 안타까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방음터널의 관리 책임, 화재 직후 정부가 개선하겠다고 했던 문제점 등으로 취재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태원 참사' 재판 중계 기사가 뜸했습니다. 공판 내용을 매번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보도 방법이 없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다른 독립언론과의 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이 지난 2일 통과돼 앞으로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질 텐데요.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조사'가 필요한 내용들을 살펴보는 기획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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