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뛰고 싶어 쉬어갑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오늘은 더 오래 뛰고 싶을 때 보면 좋을 문장들을 가져왔습니다. 마지막에 휴재 관련 공지가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첫 번째 문장
일에서 나를 표현하라

반대로 일이 잘 안 되면 내가 거절당했다고 생각했어요.(...) 일과 내가 한 몸이 되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거에요. 이 게임을 계속하시다보면 오래 못 가요.

(..) 어디까지는 내 몫이에요. 열심히 해서 어떤 일을 이렇게 딱 해놓는 거는.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판단을하거나 성공과 실패를 이뤄주는 건 남의 몫이에요.(...)

일에서는 나를 입증하려고 하지 말고 표현하라, 타인을 이해하지 말고 인정하라.

-최명화, 열심히 하는데 현타오는 사람들의 특징(드로우앤드류 유튜브 채널)

보통 서비스 릴리즈는 저녁이나 새벽에 이뤄집니다. 다행히 이번 릴리즈는 저녁 여덟시 정도였는데요, 직전에 저녁을 먹으면서 심하게 초조해하던 차에 들었던 문장입니다.
몇 번 말씀드렸듯 저는 일을 할 때 일희일비하는 편이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심하게 타는 편이에요(매일매일의 롤러코스터 중)
열심히 오픈한 건 저의 몫. 다음 과제를 추려보는 것도 저의 몫. 다른 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것까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듯합니다.
두 번째 문장
내가 나와 함께 오래 뛰는 삶

바람직하면서도 우리가 가장 장기간 취할 수 있는 태도, 즉 내가 나와 함께 오래 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시 스스로를 긍정하며 어디 한 번 신나게 뛰어보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렌지감감, 더버는 내가 되는 법 후기 중

지난주 읽었던 김짠부 작가님의 더버는 내가 되는 후기알라딘에 실린 독자분의 후기입니다.(아래 내리면 마이리뷰 섹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김짠부님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꼬박꼬박 듣는데요, 구독자 애칭은 일명 찐짠이들입니다. 24일 에피소드에 구독자가 남긴 후기가 소개되었는데 문장이 무척 좋았습니다. 팟빵 댓글로 허락을 구하고 들고왔습니다.

문장줍기를 쉬어가려는 제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와 함께 오래 해보려면, 쉬어갈 수도 있겠구나. 내가 잘 하기 위한 방정식을 꾸려나가야겠다 싶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영업글 읽는 걸 좋아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있는 힘껏 마음을 담아 추천하는 문장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가 싶습니다.

세 번째 문장
잠시 멈추어 건네는 농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삶을 향해 한마디 , 농담을 던질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삶과 친한 것이다. 

-최인철, 아주 보통의 행복

멘탈 적신호가 있습니다. 바로 남편한테 일절 장난을 치지 않을 때입니다. 평소엔 개드립도 잘 치고 괴기스러운 표정도 자주 짓거든요. 고경표 배우의 유명한 짤-걔럐서 애째럐걔 표정-을 아시나요? 남편이 처음에 이 표정을 보고는 질색했는데, 일련의 땅파는 모습을 보고는 개드립이 낫다고 인정받았습니다.
잠깐 멈춰서 진저리치면서 아~ 정말 좋!!!다!!!! 라고 소리라도 치는 것. 아니면 소소한 개드립이라도 칠 수 있는 여유. 침잠해 있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는듯합니다.
네 번째 문장
나만의 단서를 찾는 방법

시기마다 눈앞에 놓인 과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달라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인터뷰와 생애의 기록물은 나만의 방법을 찾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학민, 우리는 모두 달라서(문화저널 맥 칼럼)

작가님의 인스타 스토리에서 마음에 들어 이 칼럼을 캡처해둔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이 종종 생각났어요. 남에게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결국 인생은 내 숙제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레퍼런스를 찾는 일인듯해요. 제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결국엔 그 이야기를 통해 나를 생각해보고, 나만의 싸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칼럼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와 배우의 방에 대한 서평이기도 한데요. 칼럼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 발행인의 이야기


재작년 제 생일(2020년 2월 말) 코로나 대유행과 함께 시작했던 문장줍기가 어느덧 100호를 맞았습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조금씩 나눠주고 싶어 시작했던 문장줍기가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았고, 2년 3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현재 구독자 4260명 정도 되는 뉴스레터가 되었습니다. 실제 오픈 수는 1000명 정도가 찍히지만 실감은 안 납니다. 다들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고 계시리라 믿어봅니다.


재밌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헤이버니에서 인터뷰를 해보기도 했고, 조르바님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뉴스레터 운영자로서 수다를 떨어보기도 했습니다. 스티비 팟캐스트 광고 일환으로 제 목소리가 책읽아웃 광고로 나가기도 했습니다(관련 블로그 글).


그런데 문장줍기를 운영하면서 어느 순간 제게 월요병이 아닌 일요병이 생겼습니다. 일요일 점심까지 원고를 완성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초조했습니다.  연초부터 녹록지 않았는데 이걸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문장줍기 덕이었습니다만, 이젠 쉬어갈 때가 왔습니다.


저는 힘들 땐 멍하니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어가 책의 제목들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힘든 마음을 씻어내리고 싶을 땐 글을 읽고 써 왔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문장을 담아 백 번의 편지를 써왔습니다.


내가 읽은 문장에서 어떤 반짝임을 느꼈을 때, 그 문장을 줍고 간직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제 편지를 읽은 사람들이 출근길을 두렵게하는 것을 견딜 수 있길 바라며 막막한 출근길에 위로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러다 사연을 받아보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나를 믿고 사연을 보내주었을때 거기에 맞는 문장을 골라준다는 건 마치 나만이 아는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기쁜 일이었습니다.


98호를 보낼 당시에는 정말 그만둘까 생각도 해봤는데, 사내에서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마저도 문장을 주워서 이벤트를 꾸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남의 글에 감탄하고 응원을 보내는 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다음번 편지는 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말을 걸듯 써 보고 싶습니다. 최소 두 달 남짓 보고 있고요, 늦어도 9월 즈음엔 돌아올게요. 그동안은 주말에 뉴스레터 마감 없이 놀아도 보고, 제 글도 써보았다가, 포맷을 바꾸어 세이브 원고도 만들어보겠습니다. 혹시 모르죠. 이름마저 바뀔지도.


그동안 썼던 편지들의 아카이브는 그대로 남겨둘거에요. 그리고, 새로운 글들은 틈틈히 블로그브런치에 올려둘게요.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