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의 이야기
재작년 제 생일(2020년 2월 말) 코로나 대유행과 함께 시작했던 문장줍기가 어느덧 100호를 맞았습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조금씩 나눠주고 싶어 시작했던 문장줍기가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았고, 2년 3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현재 구독자 4260명 정도 되는 뉴스레터가 되었습니다. 실제 오픈 수는 1000명 정도가 찍히지만 실감은 안 납니다. 다들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고 계시리라 믿어봅니다.
재밌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헤이버니에서 인터뷰를 해보기도 했고, 조르바님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뉴스레터 운영자로서 수다를 떨어보기도 했습니다. 스티비 팟캐스트 광고 일환으로 제 목소리가 책읽아웃 광고로 나가기도 했습니다(관련 블로그 글).
그런데 문장줍기를 운영하면서 어느 순간 제게 월요병이 아닌 일요병이 생겼습니다. 일요일 점심까지 원고를 완성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초조했습니다. 연초부터 녹록지 않았는데 이걸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문장줍기 덕이었습니다만, 이젠 쉬어갈 때가 왔습니다.
저는 힘들 땐 멍하니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어가 책의 제목들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힘든 마음을 씻어내리고 싶을 땐 글을 읽고 써 왔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문장을 담아 백 번의 편지를 써왔습니다.
내가 읽은 문장에서 어떤 반짝임을 느꼈을 때, 그 문장을 줍고 간직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제 편지를 읽은 사람들이 출근길을 두렵게하는 것을 견딜 수 있길 바라며 막막한 출근길에 위로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러다 사연을 받아보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나를 믿고 사연을 보내주었을때 거기에 맞는 문장을 골라준다는 건 마치 나만이 아는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기쁜 일이었습니다.
98호를 보낼 당시에는 정말 그만둘까 생각도 해봤는데, 사내에서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마저도 문장을 주워서 이벤트를 꾸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남의 글에 감탄하고 응원을 보내는 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다음번 편지는 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말을 걸듯 써 보고 싶습니다. 최소 두 달 남짓 보고 있고요, 늦어도 9월 즈음엔 돌아올게요. 그동안은 주말에 뉴스레터 마감 없이 놀아도 보고, 제 글도 써보았다가, 포맷을 바꾸어 세이브 원고도 만들어보겠습니다. 혹시 모르죠. 이름마저 바뀔지도.
그동안 썼던 편지들의 아카이브는 그대로 남겨둘거에요. 그리고, 새로운 글들은 틈틈히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려둘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