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은행 (SVB) 파산에 이어, 뉴욕 시그니처은행 (Signature Bank)도 문 닫음. 금융당국이 나서서 자산압류+영업점 폐쇄조치. 동시에, 이들 은행의 예금자들에게는 정부에서 100% 보증해 주겠다고 선언, 시장 안심시킴. 근거없는 공포로 인한 추가적인 뱅크런 막겠다는 것

▪ 일단 금융 시스템 전체의 문제는 아니고, 각 개별 은행들이 운영을 잘 못해서 생긴 문제.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급전을 빼주기 힘든 단기 유동성의 문제. 이에 연준에선 은행 기간대출프로그램 (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 시행, 은행들의 자산 담보로 대출 쏴주기로 함

▪ 어쨌든 추가 파산 걱정에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이 날 주가 -62% & 대형 은행주들도 전반적인 약세. 이들 은행에 예금 묶여있는 기업들 (주로 스타트업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진 영업에 지장. Etsy (수공예품 온라인몰)는 셀러들에게 판매 정산을 미룸 & 중국 테크 스타트업들도 대거 영향-ing

▪ 이에 급전 확보를 위해 헐값에 예금 판매도 시작. 일반 예금 (정부 보증 예상)은 1달러당 70-75센트 vs 정부 보증범위를 벗어난 예금에 대해서는, 더 헐값인 1달러당 55-65센트 전후. 오크트리 등, 부실채권 투자자들이 줍줍 관심. 한편 SVB 영국지사는 HSBC은행이 인수, 지불한 가격은 단돈 1파운드

▪ 중국에서는 양회도 잘 마쳤고, 15일부터는 외국인들에게 비자도 다시 전면적으로 내줄 계획. 한편 ASML (반도체 제조업자를 위한 최첨단 장비)에 부품 공급하는 업체들은, 대 중국 규제를 피해 생산공장을 중국 밖 동남아 (베트남·싱가폴·말레이시아)로 옮기려 하는 중

▪ 한때 금융의 미래로까지 기대를 모았던 실리콘밸리은행, 순식간에 파산. 기존 금융권이 파고들지 못했던 (않았던), 당장 현금 창출력은 딸리지만 성장성은 높은 스타트업 이라는 niche를 잘 파고들어 성장했던, 신화 같았던 회사. 혜택 봤던 창업자들끼리 서로 소개해주면서 은행 고객이 빠르게 늘었었음. But 이번엔 그 반대로 역풍, 예금자들끼리 매우 친하다 보니 (주요 벤처캐피털·스타트업)이다 보니, 실리콘밸리 은행이 위험하다는 한 사람의 메세지가 시작되자, 예금자들 사이에 소문이 더욱 빠르게 퍼짐→패닉 뱅크런

▪ 고객군은 다를지언정, 은행의 본질적인 업무는 동일. 최대한 싸게 돈을 땡겨와서 (예금), 최대한 비싸게 빌려주는 것 (대출 or 채권).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2010년대 스타트업 열풍을 타고 주요 고객군인 벤처캐피털 (VC)·스타트업 들의 예금이 급증. 보험사·연기금 등 쩐주들로부터 자금운용 요청을 받고 돈 땡겨온 VC들이 돈을 보관하는 창고였고, 그 VC들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이 또다시 실리콘밸리은행에 자금을 예치해뒀었기 때문. 저금리 시대→스타트업 투자에 관심 up→VC 규모 up과 함께 예금 규모가 폭증

▪ 여기까진 좋았는데, 이렇게 땡겨온 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해놓은게 이슈. 금융권에서 흔히 말하는 자산 vs 부채 듀레이션 매칭에 실패한 사례. 아주 간단한 예로, 고객들이 1년내로 빼갈 돈을 3년 이상의 채권에 투자해 놓는다고 하면, 은행 입장에선 고객이 돈 빼가기 전에는 이자 차익을 얻게 됨. 보통은 장기금리가 더 높기 때문. 그리고 지난 10년간은 VC·스타트업 생태계로 돈이 몰리니 새로운 돈이 계속 들어옴 & 출금 요청이 있더라도 새로운 돈 or 기존 채권 일부만 팔아서 갚아줘도 됨

▪ 다만 작년부턴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 스타트업 자금 생태계가 무너지기 시작. 신규 예금자는 줄어드는데, 기존에 예금해놨던 스타트업들이 급전 필요해서 돈 빼가기 시작. 이 상황에선 기존에 투자해둔 자산을 팔아서 현금화+인출 해줘야 하는데, 마침 투자해놓은 장기 채권들은 금리가 오르면서 현재가치가 폭락해 있는 상황. 물론 안전한 채권들 (미국 국채 등) 위주로 샀기 때문에, 채권 만기까지 들고있으면 결과적으로 손실날 일은 없음. 근데 당장 갚아줘야 하니,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고 눈물의 자산매각을 해야함

▪ 미국에서는 2008년 이후 최대급의 은행 (자산규모 $200bn 이상) 파산이다 보니, 제2의 리만 사태로까지 번지느냐에 대한 (특히 언론의) 걱정이 up. 마침 시그니처뱅크·실버게이트은행 (암호화폐 기업들 위주로 영업) 등이 비슷한 논리로 줄줄이 연쇄도산 중이라 걱정은 더 큼. But 리만 사태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리만 사태때는 애초에 쓰레기 자산 & 쓰레기 자산을 담보로 만든 파생상품들에 투자해 놨었다는 차이점 vs 실리콘밸리은행이 들고있는 자산은 본질적으로는 안전한 자산들

✔️은행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폭넓은 예금자 대출자 base를 기반으로, 예금자가 대출자가 되고, 대출자가 예금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함. 은행들은 특히 여타 금융기관들 대비, 채권에 비해 대출 비중이 높은 편. 애초에 투자자 자산 (예금) 만기가 짧기 때문에, 그만큼 짧은 만기+변동금리 대출해 주는걸 선호 함 (vs 채권 만기는 기본적으로 훨씬 김+고정금리가 많음)

✔️다만 실리콘밸리은행은 애초에 대출 기반이 약한 구조. 고객사인 스타트업은 돈이 필요하더라도 지분 투자 위주로 돈을 받지 (=이후 투자받은 돈으로 은행의 예금자가 됨), 대출 위주가 아님 (=대출 고객이 될 수는 없음). 애초에 대출을 대규모로 해가고+갚을수 있을만큼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난 곳도, 스타트업계에서는 매우 제한적. 이에 실리콘밸리은행 투자자산의 56%가 고정금리 채권이었음 (vs 여타 초대형은행들은 높아봤자 20% 대)

✔️물론 결과적으로 실리콘밸리은행이 운영상의 리스크 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맞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냥 들고있는 채권들 만기까지 몇년 기다리면 원금은 받을 수 있음. 이에 일단 FDIC (미국판 예금보험공사)에서도, 예금자들 돈 전액 보장해준다고 선언 (국민의 혈세를 퍼부을 일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듯). 보통은 $250k까지만 보장해주고, 그 이상의 손실은 투자자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구조

✔️(비교하기 미안하긴 하지만) 작년 FTX 사태부터 중앙화된 금융기관에 대해 본질적으로 터져나오던 문제인 Safe Custody (내 돈이 안전한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관심이 up 되는 사건. 물론 대놓고 사기쳤던 암호화폐 거래소는 그렇다 치더라도, 제도권 (중에서도 심지어 은행)에 맡긴 예금마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을 불러온 사건이기 때문. 금융 시스템의 기반인 신뢰가 흔들리는 사건

✔️마침 트럼프 정권 시절, 중소형 은행들에 대해서는 금융규제 (연준의 Stress Test)가 오히려 완화됐던 이력. 실리콘밸리은행도 수혜를 봤던 은행 중 하나. 반면 초대형 은행들의 경우, 특히 리만 사태 이후 규제의 눈길이 더욱 쏠리면서, 규제가 매우 강력해짐. 2010년대 내내 주요 은행들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실적발표에서 제일 강조됐던 부분이 바로, (수익성 얘기보다도) 자본금 비율을 얼마나 안전하게 높였느냐 였던 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