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컬리 멤버십 실험 2.와이즐리 가격 인하
 2022.12.28 22-05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새로운 멤버십이 컬리를 구해낼까요?
  02 와이즐리가 또다시 가격을 내린 이유는
  03 뉴스 TOP5 - '비용절감을 위한 물류의 종말'

   

새로운 멤버십이 컬리를 구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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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테스트를 시작한 컬리

지난 12월 26일부터 29일까지, 컬리는 연말 한정판 '베네핏 패키지' 판매에 나섰습니다. 월 3,000원씩 총 9,000원의 가격을 내면, 매월 20,000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는데요. 다만 독특했던 점은 아무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번 패키지는 오직 관련된 광고 메시지를 받은 고객만 살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업계에선 이번 '베네핏 패키지' 판매를 추후 '유료 멤버십' 상품 도입을 위한 테스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3개월간 패키지를 구매한 고객의 이용 패턴을 분석한 후, 이를 적용하여 정식 상품으로 만들려는 거 아니냐는 거죠.


사실 최근 컬리는 이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여러 시도들을 거듭해 오곤 했습니다. 우선 9월에는 첫 오프라인 공간, 오프컬리를 성수동에서 선보였고요. 이어서 11월에는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서비스 명을 컬리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컬리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 상장 일정이 지연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장 유효 기간은 이제 겨우 2달 남았는데, 장외 시장에서 컬리의 기업 가치는 1.2조 원까지 하락했다고 하고요. 시장 상황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시간 압박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컬리는 왜 유료 멤버십 테스트를 시작한 걸까요?



컬리는 빨리 크고 싶습니다

당연히 현재 컬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적어도 적자를 대폭 줄여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하나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컬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걸 증명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가치를 책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기 때문인데요. 일례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도 쿠팡의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데,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컬리의 유료 멤버십 테스트 역시 수익성 강화보다는, 바로 이렇게 중요한 성장 동력 확보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선 놀랍게도, 컬리는 이미 예전부터 유료 멤버십을 운영해오고 있었습니다. 월 4,500원을 내면,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컬리 패스가 바로 그것인데요. 다만 컬리 패스는 그 존재감이 너무도 미약했습니다. 오픈서베이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컬리 패스의 인지율은 25.2%에 불과하고 현재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9%에 불과했거든요. 그에 반해 경쟁사 쿠팡의 로켓와우는 인지율이 80.6%, 현재 이용률도 무려 39.9%에 달했고요.


이렇게 컬리 패스가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던 건, 컬리와 쿠팡의 비즈니스 구조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수익화를 위해 구매 빈도를 높여 더 많은 배송 물량을 만드는 게 중요했지만, 컬리의 샛별배송은 구매 빈도보다는 개별 주문의 건단가가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쿠팡은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서 로켓와우를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었지만, 컬리는 상대적으로 애매모호한 리워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컬리의 유료 멤버십이나 회원 등급 제도 모두, 상위 고객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구조였는데요. 컬리를 더 자주 찾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구조다 보니, 컬리 입장에선 득 될게 별로 없었습니다. 컬리가 성장하려면 고객 외연의 확장이 필요한데, 컬리가 주는 혜택들은 주로 기존에 잘 사는 고객들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거든요. 추가로 컬리는 물류 인프라의 적정 운영을 위한 최소 주문 물량 확보를 위해 CRM 마케팅 또한 적극적으로 해왔지만, 이로 인해 체리피커 고객이 늘어나는 역효과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그간의 수단들로는 외부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유입된 고객을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우려는 있지만 컬리답긴 합니다

이러한 기존 고객 혜택과 달리, 이번에 테스트를 시작한 컬리 베네핏은 여러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무제한 무료 배송이 아니라, 제한된 수량의 쿠폰 형태로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비용을 통제할 수 있고요. 뷰티 쿠폰을 포함시킨 것처럼, 컬리가 원하는 대로 고객의 행동을 유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가 잘 통한다면 컬리의 적자는 줄어들면서, 성장성은 강화되는 결과도 분명 가져올 수 있는 아주 잘 설계된 안 이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 한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충성고객들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컬리 러버스라는 등급제 상위 고객들은 이미 공짜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고요. 자주 주문하는 고객들에게는 컬리 패스가 훨씬 더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컬리 베네핏은 아예 처음부터 컬리 러버스나 컬리 패스와는 중복 사용이 안되게 만들어졌는데, 훗날 컬리 베네핏을 중심으로 고객 혜택 제도가 아예 개편된다면, 일부 충성고객들은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여전히 확장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우선 조건이 너무 많고 혜택이 복잡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와 네이버 플러스가 각각 조건 없는 무료 배송과 추가 적립이라는 단순한 핵심 혜택을 내세운 것과 너무 비교가 되어 보이는데요. 따라서 컬리를 안 쓰던 고객들까지 집객 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평가를 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합니다. 최소한 3개월이 지나 봐야, 컬리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으로 끝날지, 아니면 미완의 실패작이 될지 결과가 나올 텐데요. 다만 확실히 끊임없이 새로운 걸 테스트하고 도전하는 컬리의 모습 자체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컬리가 이러한 도전 DNA를 통해 현재의 위기 상황도 멋지게 돌파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와이즐리가 또다시 가격을 내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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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벌써 2번째입니다

와이즐리가 모든 제품의 가격을 17% 인하한다는 소식을 다시 한번 전했습니다. 지난 3월 43%나 가격을 인하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무려 2번째 가격 인하인데요. 이는 물가가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제조 기업들은 모두 가격을 올리기 바쁜데 와이즐리는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파격적인 의사결정은 와이즐리가 정말 제대로 된 D2C 사업 모델을 갖췄기에 가능했던 걸로 보입니다. 불필요한 유통 경로는 없애고, 거래 비용은 줄여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려준다는 기본에 충실했던 건데요. 다만 이번 가격 인하 결정에는 지난번처럼 처음부터 선뜻 감탄을 보내긴 어려웠습니다. 우선 3월 대비 시장 환경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요. 따라서 누구도 후속 투자 유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와이즐리는 2020년 이후 추가 자금 수혈을 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가, 20년 29억 원에서 21년 43억 원으로 영업 적자도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과연 이번의 추가 가격 인하가 올바른 의사결정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격을 내려야 흑자 전환한다고요?

이러한 의문의 답은 와이즐리의 재무제표에 있었습니다. 와이즐리가 이론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D2C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우선 고정비를 메꿀만한 매출 볼륨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관리비의 약 60%는 광고선전비와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전형적인 고정비 성격의 비용입니다. 따라서 나쁘지 않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품 판매액이 늘어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고요. 더욱이 2가지 비용 모두, 경영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기에, 적자 문제 해결에 대해선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와이즐리가 향후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 위해선 운반비 관리도 필요합니다. 운반비가 판관비 중 비중이 24%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운반비는 아마 대부분이 상품 배송 관련해서 발생한 걸로 추정되는데요. 이번 가격 인하에 숨겨진 포인트가 바로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가격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와이즐리에 따르면, 내려간 가격이 배송비보다 크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를 한건, 당연히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컸기 때문입니다.

올해 와이즐리가 벌인 행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단기간 내 상품 포트폴리오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압도적이었을 면도기 비중을 올해는 상당히 낮췄을 거라 추정되는데요. 다만 이러다 보니, 교차 구매가 늘어나 개별 주문의 건단가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전체 주문 중 무료 배송 비중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와이즐리의 가격 정책상 건단가 상승 상한선이 어느 정도 있었을 텐데요. 이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상품 가격을 낮추고, 이를 명분으로 무료 배송 정책을 없애는 걸 선택한 게 아닐까 싶네요.

가장 효과적인 광고를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당연히 가격을 인하하면 개별 상품당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면 배송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더라도, 고정비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총마진을 확보하는 데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미 와이즐리는 3월의 가격 인하를 통해 무려 3배의 매출 성장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가장 좋은 광고는 고객들의 자발적인 바이럴이라는 걸 경험했던 겁니다.

와이즐리는 많은 스타트업들처럼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열성적인 팬들을 확보하여 현재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그간 와이즐리는 신제품을 무료로 선물하거나, 가격을 인하하는 등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을 때, 티핑 포인트를 만들곤 했습니다. 즉 와이즐리가 말해온 가치를 실천할 때 고객들도 반응했던 건데요. 이번에도 와이즐리는 가격 인하를 통한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젠 비용 절감보다는 매출 확대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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