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의 어느날, 서울 망원동의 '수리상점 곰손(인스타 둘러보기) '을 찾아갔습니다. 집에서 뒹구는 색조 화장품으로 물감을 만들고, 재탄생한 물감들로 그린 작가님들의 전시도 감상하는 화장품 업사이클 체험형 전시회, <FLOVER: 화꽃🌸>을 들러볼 겸요.    

<FLOVER: 화꽃🌸>은 색조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이 어렵단 좌절감(!)에서 출발한 전시예요. 끝까지 쓰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죠. 반짝임을 더해주는 글리터 소재는 미세 플라스틱...! 그런 의미에서 색조 화장품 가루로 물감을 만들고 색칠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정말 기발하다 싶었어요. 

에디터는 똥손이지만 재료도 도구도 다 준비돼 있었어요. 정해진 용량대로 작은 유리판 위에 재료(남은 색조화장품 가루, 수채화용 보조제, 아트탭 리퀴드 등)를 덜어준 다음 페인팅 나이프로 섞고, 유리 뮬러로 5분 정도 맷돌 갈듯이 살살 갈아주면 끝. 사실 금손님들처럼 곱게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얼레벌레 만들 수는 있었어요. 

바로 옆에는 요렇게 만들어진 물감들을 직접 칠해볼 수 있는 밑그림들이 준비됐고요. 마지막으로 붓을 잡아본 게 까마득한데, 마음에 드는 색깔을 칠하면서 어린 시절 기억이 소록소록 떠오르더라고요. 사실 에디터는 일년에 두어번쯤 생각나면 컬러링북을 색연필로 색칠하는데, 색칠하기의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요 전시가 열린 공간, '수리상점 곰손'도 궁금하다고요? 그럴 줄 알고 곰손의 혜몽님도 인터뷰하고 왔어요. 사실 곰손은 '알맹상점'을 만든 알짜님들 일부가 뜻을 모아 연 스핀오프 매장 격이에요. 알맹상점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해 오셨는데, 특히 작년에 수리권(우산, 전자제품, 그릇 등)에 주력하다보니 따로 공간이 필요했던 거죠." 거점 공간을 통해서 수리 문화를 확산시킬 한국형 리페어 카페가 필요하다 싶었다"는 혜몽님 설명이에요.  "공간을 빌리고 나면 되게 될 것이다"는 말씀이 폭룡적으로 멋있었지 뭐예요. 

혜몽님은 또 "저는 원래 쓰레기 그 자체였는데요..."란 고백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셨어요. 알고 보니 영화 전공이고 영화 촬영 현장은 쓰레기가 넘쳐나는 공간이란 이야기(휴...!)였어요. 그러다가 알맹상점 금자님(고금숙 대표님)을 만나게 되면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의 길을 걸어오게 되신 거죠. 

혜몽님은 "곰손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절실히 찾는 중"이라면서 "앞으로 같이 하고픈 친환경 '셀럽' 분들도 모셔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셨어요. 미국 같은 경우 경기불황일 때 수리 문화가 부흥한다는 조사가 있었다는데, 우리나라도 요즘 같은 때 고쳐쓰는 분들이 늘어나고 수리가 힙해지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이셨고요. 수리상점 곰손의 정말 다양한 수리 워크숍, 프로그램은 인스타에서 상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하나 더! 곰손에서 지금 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바로바로 망원시장 제로웨이스트 식판데이. 이용법은 1. 곰손에서 식판을 빌린다(대여료 1000원) 2.망원시장에서 요것조것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담는다 3. 다시 곰손으로 돌아가서 테이블에 착석 4. 곰손에서 제공하는 수저와 물, 추가 메뉴(공기밥, 쌀국수, 코코너즘 비건 아이스크림)까지 챙겨서 야무지게 먹는다. 5. 일회용품은 반입금지, 예요. 

에디터도 지난주에 곰손으로 달려가서 체험해보고 왔는데, 으른 되고 이래저래 먹기 힘들었던 호떡이랑 떡꼬치가 눈물나게 맛있었어요. 제휴 매장 중에 반찬집도 있고, 비건 메뉴(주의 : 교차오염 가능성)도 있고, 식사류 간식류 다 있으니까 미리 이용법 알아두고 친구들과 동선 짜서 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망원시장 맛집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단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쓰레기가 안 생긴다는 점에서 좋았어요. 식판을 들고 다니면서 왠지 당당뿌듯...? 음식을 담아주시는 전집 사장님은 국물이랑 밥은 어떻게 챙겨먹는지 물어보시기도 하고(역시 국물과 쌀밥의 민족...!), 에디터의 식판을 보고 황급히 동행인들에게 소근거리는 분들도 많았어요. 식판데이가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끌어서 아예 망원시장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식판데이는 이번주 일요일(28일)까지니까 얼른 달려가시구, 정해진 시간대가 있으니까 꼬옥 확인하고 가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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