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내 반항은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드러내서 짜증을 내긴 했지만 대부분은 부모님이 못하게 하는 걸 몰래 하는 방법으로 반항을 했다. 아마 내 방식은 밤에 몰래 일어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거의 매일 밤 몇 시간을 게임을 하고 잠들었다. 게임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그 안에서 무언가 성공하면 성취감을 느꼈다. 물론 그게 현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것들이었지만. 

<인어공주> 실사영화는 여러 논란이 있다. 그런 논란을 잠시 잊고 그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주인공 에리얼과 에릭왕자의 반항이 드러난다. 부모 세대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고 밖으로 나가려는 두 사람의 노력이 사랑이라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두 주인공의 부모는 비슷하다.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에 자신의 아이를 속박하고 무언가를 금지시킨다. 그 금지라는게 아예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강압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자녀들에게 더 큰 반항심을 만들어내고 호기심을 크게 한다. 

과거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볼 때는 에리얼의 관점에서, 그러니까 자식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봤던것 같다. 그때 보던 에리얼의 행동이 온전히 이해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인어공주>를 보면서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에리얼의 아빠가 느끼는 공포심이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직 8살인 아이는 에리얼만큼이나 호기심이 많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싶어한다. 최근에는 막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어한다. 그나마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입에서는 '그건 안돼' 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그리고 화면 속 에리얼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고 딸의 똑같은 얼굴을 떠올렸다.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점은 바로 그런거다. 청소년기 자녀의 감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에 부모의 마음까지 담는다. 그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행동이 이해 된다.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이 영화를 보며 자신과 자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거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자신들의 호기심과 실망감을 이 영화에서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보편적인 이 관계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로 볼 수 있고, 보수적인 의견과 진보적인 의견의 대립으로 볼 수도 있다. 어쨌든 자식은 조금 더 진취적이고 진보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영화의 이야기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무척 익숙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아주 보편적인 감정들이 담겨있으니... 그래도 그 안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 영화다. <인어공주>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만큼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직장과 개인 생활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분리하면 삶이 더 행복해질까? 여기서 분리라는 의미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의 기억과 개인 생활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의미다. 꽤 흥미로운 생각인데, 이런 아이디어를 화면으로 옮긴 시리즈가 있다. 바로 애플티비 플러스의 시리즈 <세브란스-단절>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단절 시술을 통해 직장의 기억과 개인 생활의 기억을 분리한다. 그러니까 머리에 미리 칩을 설치하는 시술을 받고나서 직장에 출근하면 자동으로 개인 생활의 기억을 잠시 지운다. 스위치를 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직장 안에서는 밖에서의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반대로 퇴근을 하고 건물을 나서면 다시 직장에서의 기억이 단절된다. 그렇게 회사를 나와 집으로 향한다. 그때 다시 직장의 기억을 제외한 개인의 기억이 복구된다. 

이렇게 직장의 기억이 완전히 단절되면 개인의 삶이 좀 더 나아지는 건가? 지금의 나는 직장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개인의 기억도 같이 가지고 있다. 일을 할 때 개인의 어떤 일과 감정이 영향을 줄 때가 있다. 반대로 직장의 문제가 일상에 영향을 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두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때론 기뻐하고 때론 힘들어하며 그럭저럭 생활해 나간다. 굳이 그 기억이 완전히 단절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주인공은 단절 시술을 선택한다.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이해한다. 부인을 잃은 그는 계속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일하는 순간 만큼은 그 감정을 잊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 그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때론 울고, 우울해한다. 그리고 사무실에 갈 때는 다른 사람이 된다. 사람을 관리하고 일하는데 개인 삶의 일들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삶이 두개로 단절되면서 두개의 자아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 두 자아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다른 자아가 어떤 사람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간다. 그러니까 한 인물이 두개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건 양쪽 모두에게 불합리하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몸을 공유한다. 한쪽은 일만하고, 다른 한쪽은 집에서 우울해한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이 두 자아는 본의 아니게 계속 회사에 대해 의심한다.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지만 그들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그렇게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되는건, 그들이 가진 성향 때문일까. 아니면 외부의 강하고 의심스런 자극때문일까.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겪는 자아가 실제로 키를 가지고 있다. 직장의 자아가 퇴사를 못하게 막는 건 밖에 있는 자아지만, 회사 안에서 반항을하고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건 직장 내의 자아다. 처음에는 두 자아의 대결인듯 싶지만 결국에는 직장의 자아의 뒷모습을 밖의 자아가 찾고 따라가는 과정이 담긴 것 같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두 자아의 방향이 갈수록 궁금해진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까. 주변에 누구도 자신이 하는 일을 응원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 일을 계속 하지 못할 것 같다. 일반 직장이라면 그 불신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일종의 미션 같은 것이 될 것 같다. 주로 신입 시절이나 이직 후 새로운 직장에서 그런 신뢰를 인정받기 위한 미션들을 수행하곤 한다.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방해하는 사람도 있다.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에는 맨 아래층에서 생활하던 인물이 상층부의 보안관 역할을 하게 된다. 맨 아래층이라는, 그러니까 하층 계급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갑작스럽게 왔기에 주변에서는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 없다. 그나마 일부 사람들이 도와주지만 그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혼자 남은 보안관은 주변부에 믿을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큰 흔들림이 없다. 마치 전에도 그런 상황들을 겪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상황을 나도 겪은 것 같다. 아주 작은 첫 직장에서 조금 큰 직장으로 이직했을 때,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 누구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 같다. 내가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한참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왜 그때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지 모르겠다. 한 두사람 정도는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무척 카리스마 넘치는 팀장이 있었다. 그 팀장의 의도대로 팀원들은 분리되었고, 각자의 일만 했다. 서로 도와주는 일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맡기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이 문제가 생기면, 다른 팀원에게 내 일에 문제가 생겼으니 저쪽 도와주라는 식이었다. 은근히 문제를 만드는 사람을 기죽이는 스타일이었다. 

시리즈 안에도 주변 인물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새로운 보안관을 은근히 괴롭힌다. 문제가 생긴것에대해 다른 인물을 붙이고, 보안관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꾸미려고 한다. 그렇게 기를 죽여 다시 아래층으로 보내려는 노력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꿋꿋하게 외로움을 버텨 이겨낸다. 

아주 미스테리한 배경 속에서 주인공은 그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 강인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는 어린시절 엄마와 동생을 잃고 나서 기계 수리와 관리를 하면서 아픔을 잊었다. 그가 가진 강인함은 그런 아픔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아픔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는 금방 질려 보안관을 그만두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버티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버티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것은 사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진짜 엄청난 능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주변의 도움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묵묵하게 능력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의 주인공처럼 그저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다보면 조금씩 마음을 여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게 주변에서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다. 

영화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사람들과 쉽사리 어울리지 못하는 대학 신입생 ‘마나’에게 
먼저 다가온 자유로운 영혼의 동기 ‘스미레‘! 
급속도로 친해진 둘은 함께 자취까지 시작하며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스미레‘에게 연인이 생기면서 둘은 서서히 멀어진다. 
어느 날, 홀로 여행을 떠난 ‘스미레’가 자취를 감추고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부재를 ‘마나’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후 ‘스미레’의 옛 연인 ‘토오노’가 찾아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캠코더를 건네고,
‘마나’는 ‘스미레’가 숨기고 있던 비밀을 마주하는데…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인어공주>는 지난 주 엄청나게 이슈가 되었죠. 

그런데 불호쪽이 조금 더 강했던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어요. 

그 점에서는 여러가지 떠오르는 감정들이 있죠. 

<세브란스-단절>은 무척 흥미로운 시리즈에요. 

어떤 기자분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왜 이제야 봤는지 제 허벅지를 꼬집으며 보게 되었죠. 

직장과 개인 삶의 완전한 분리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결국에는 알 수 없는 권력에 반항하는 이야기가 보여지는 것 같아요.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매주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주인공이 드디어 보안관이 되죠. 

하지만 그를 도와줄 사람은 없어요. 

그 상황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봤어요. 

이번 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어요. 

제 글이 좋으셨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님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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