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대한 이야기.
꽤 묵직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인스타그램에서 못 했던 이야기를 해볼게요. 

불특정 다수한테 꺼내기엔 너무 직접적인 이야기라서, 늘 삼켰던 말들이에요. 

뉴스레터니까, 오늘은 그냥 다 꺼냅니다.

제 주변에서 학원을 한 군데도 안 다니는 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공부 학원이 아니어도, 예체능 하나씩은 다들 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DM을 정말 많이 받아요.
"정말 하나도 학원 안 보내셨어요?"
"예체능은 어떻게 하셨어요?"
"일부러 안 보내시는 건가요?"

중간중간 필요할 때 학원이나 과외를 쓰긴 했어요.
근데 "다니다 보면 잘하겠지"라거나 "시간이 남아서" 보낸 적은 없어요.


왜 그랬냐고요?

저는 아이의 시간이 아까웠어요.

학원을 안 다니면 책을 더 읽을 수 있겠구나.
멍하니 생각할 시간이 생기겠구나.
간식 먹으며 뒹굴거릴 시간이 생기겠구나.
나랑 같이 놀 시간이 생기겠구나.


그리고 하나 더.

성적으로 자신을 비교하고, 그 숫자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경험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저도 솔직해야 할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모순을 느낀 시간도 많았어요.

"독서를 결국 공부에 써먹으려 했던 건 아니었나?" "
대학은? 성적은? 취업은 어쩔 건데?" "
책을 그렇게 읽었는데 공부를 못하면 어떡해?"

저도 이 생각 했어요. 진짜로.

근데 그 의심을 안고도 계속 같은 방향으로 갔어요. 

왜냐면, 눈앞에서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거든요.


지금 이 시대를 한번 냉정하게 봐볼게요.

올해 초, 클로드(Claude)가 법률 서비스를 출시했어요. 

계약서 검토, 법률 문서 작성, 컴플라이언스 업무 자동화. 수십 년간 신입 변호사들이 해온 일들이에요.

발표 당일, 톰슨로이터 주가가 16% 폭락했고, 렉시스넥시스 모회사는 14% 떨어졌어요. 

나스닥 전체가 흔들렸어요.

변호사가 되려고 10년을 공부했는데. 그 자리가 지금 흔들리고 있어요.

의사는 어떨까요? 약사는요?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의사·한의사의 AI 노출 지수는 99%, 약사도 상위권에 포함돼 있어요. 

지금 당장 의사가 AI로 대체되진 않아요. 

하지만 영상 판독, 초기 진단, 조제 검증, 복약지도. 

이준석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복약지도는 스피커만 있으면 가장 쉽게 대체되는 영역"이라고 직접 말했어요.

의대 6년,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까지. 그 긴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동안, 

그 자리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요.


대기업은요?

채용 플랫폼 캐치가 발표한 2026 채용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43% 줄었어요.
이건 경기 탓만이 아니에요.
세일즈포스 CEO는 AI 에이전트가 이미 회사 업무의 50%를 처리하고 있어서 인력이 그만큼 줄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어요. 

전 세계 기업의 66%가 앞으로 3년간 신입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도 나왔어요.

대기업 취업하면 안정적이라고요? 

전문가들은 2026년 말까지 많은 회사가 기존 인력을 AI로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길어야 45세까지 버티는 그 자리조차, 지금 빠르게 좁아지고 있어요.


우리가 아이들한테 가르쳐온 그 길이, 지금 막히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학원을 보내고, 문제집을 풀리고, 성적표를 보고 있어요.

저는 이게 무서워요.

꼴찌면 차라리 방향을 바꿀 수 있어요. 근데 중간 성적이 제일 위험해요. 

조금만 더 하면 올라갈 것 같은 그 자리.

그렇게 아이는 지치고, 부모와 사이는 나빠지고,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아이의 자존감은 조용히 무너져요.

그리고 그렇게 10년을 버텨서 대학을 가도, 졸업장이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가 이미 와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올 때, 실질적인 실업률은 40%에 가까울 거라는 전망이 있어요.

그 40% 안에 들지 않으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더 높은 성적이 아니에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 

그걸 끝까지 파고드는 힘. 그리고 그것을 세상과 연결하는 능력.

이건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요.


사실 저 솔직히 말씀드리면,

공부템이나 문제집 공구하면 돈 많이 벌꺼에요. 이거 쓰시면 혜린이 처럼 될꺼에요! 

혹하지 않으시겠어요?

"이렇게 하면 성적 오른다, 이 학원 다음 저 학원" 이야기하면 반응 대박 날 거예요.

근데 안 해요. 그게 답이 아니라서요. 

그 방향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는 데 제 영향력을 쓰고 싶지 않아서요.


반대 이야기를 해볼게요.

엄마 말 안 듣고 종이접기만 한 아이.

엄마는 혼냈어요. "그 시간에 공부나 하지. 그거 먹고 살 수 있겠어?"

근데 그 아이는 계속 접었어요.

종이도, 박스도, 온갖 재료를 다. 스스로. 재밌으니까.

어른이 됐어요.

좋아하는 아이돌이 생겼고, 그 손재주로 수제 굿즈를 만들었어요.

인스타에 올렸더니 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어요. 비싸게 팔았어요. 수제니까.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1인 기업이 됐어요.

이게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에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20대가 실제로 많아요.


답을 밖에서 찾은 게 아니에요. 자기 안에서 발견한 거예요.


AI가 변호사, 의사, 대기업 신입의 자리를 흔드는 이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더 많이 공부한 사람이 아니에요.

자기가 뭔지 아는 사람이에요.


그걸 발견할 시간을, 우리 아이들한테 주고 계신가요?


여러분. 저도 수도 없이 흔들리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내 눈이 어두워 방향을 잘못 잡은것은 아닐까.


함께 성장해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