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맺어온 관계를 엉뚱한 상상력으로 되짚어보게 만들어주는 소설이 바로 〈비밀생중계〉입니다. 언택트 시대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소통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적힌 10편의 글이 담겨 있는 작품인데요. 가령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멸종되어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거나, 내 일상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되는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습니다. 수학 교사인 저자가 '온라인 개학' 등 송두리째 뒤바뀐 학교 생활을 통해 마주한 소통 방식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 특징인 작품입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세상, 그리고 ‘나’ 자신과 소통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즐겁게 떠올려 볼 수 있으실 거예요. 🙌

그런 상실에 대처하는 법을 담은 책이 바로 김수온이라는 작가의 첫 소설집, 〈한 폭의 빛〉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를 비롯한 감각의 차원을 활용해서 은은한 흔적으로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특징적인 부분은 작가가 작품 속 인물에게 그런 빈자리와 상실의 흔적들을 인식하게 하면서도 앞을 향해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죠. 가령 소설집의 표제작 〈한 폭의 빛〉에서는 서로의 모습이 아닌 앞을 보고 호수 주변을 도는 연인의 모습을 통해 일상에서 사라진 흔적들이 어떻게 우리 곁에 남아있는지를 시 같은 문체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작별하고 새로운 것들을 맞이해야하는 만큼 김수온 작가의 소설은 좋은 방향잡이가 되어드릴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