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사무총장은 “현재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여러 분쟁 지역에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면서 “가자에선 이미 약 40만명이 사망했고, 많은 이들이 전염병 확산과 소아마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의료 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7명의 직원도 최근 가자지구에서 사망했다”며 “(분쟁지역 내)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과 의약품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1971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분쟁 지역과 자연재해, 질병 발생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긴급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독립적인 국제 의료 구호 단체입니다.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단체는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활동하며 약 5만 2000명의 자원봉사자와 직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캠벨 사무총장은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치적, 종교적, 군사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단체”라며 “정부의 자금을 받지 않고, 대부분의 재정이 민간 기부에 의존하며, 의료 지원은 인종, 종교,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국경없는의사회는 단순히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쟁 지역과 재난 현장에서 목격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인도주의적 위반이나 불법적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대응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최근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 내전은 소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이 기간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었고 2400만여명의 주민이 인도적 지원을 절실히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쟁 지역 중에서도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진 이 곳은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캠벨 사무총장은 “콩고 등 의료 보급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에 대한 국제 기구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의료 재앙을 지켜만 보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며 “의료 보급로까지 공격하는 이들은 국제 인도주의법을 무참히 침해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되레 면죄부만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와 (의사 결정권을 가진 정치인 등) 국제사회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인 책임 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코 나카지마 국경없는의사회 일본 사무소 이사회 대표도 “현장에서 목격한 전쟁의 피해자 대부분은 이 전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여자와 어린아이들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2010년 이래로 지금까지 시리아를 비롯해 예멘, 파키스탄, 이라크, 남수단, 나이지리아, 가자 지구 등 총 8번의 현장 파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내 전쟁 발발 이후 파견된 첫 번째 응급구조팀의 일원이기도 했던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담해지고 있는 분쟁의 현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